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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특집] 독립 출판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월간 채널예스> 2018년 8월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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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알람에서 만든 페미니즘 책들이 독자들과 만나기까지, 알아두면 쏠쏠하고 재밌는 독립 출판물 생생 제작기! (2018.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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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일어나며 여성 혐오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극렬해졌다. 온오프라인에서 주위 사람들과 여성 혐오를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말다툼으로 번지는 일이 잦았는데, 그즈음 어느 페미니즘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민경(현재 봄알람에서 기획과 집필을 담당하고 있다)의 글을 읽게 되었다. 말하자면 여성 혐오적인말들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한 대화 매뉴얼 같은 것을 책자로 만들어보고 싶은데, 경험이 없어서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보자마자 디자이너인 나는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았고, 현재 봄알람 편집자인 이두루도 비슷한 댓글을 달았다. 여기에 마케터 정혜윤까지. 존재도 모르던 우리는 팀이 되었다.

 

 

온라인에서 의기투합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다

 

첫 오프라인 회의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주 저렴하거나 무료인 작은 책자 정도를 상상했던 우리는 분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 같다는 이민경의 말에 ‘그럼 제대로 단행본으로 만들어 직접 판매해보자’ ‘돈이없으니 크라우드 펀딩을 하자’라는 말들을 주고받았고,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국 회의 후 딱 7일 만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이하 ‘입트페’) 프로젝트의 크라우드 펀딩을 텀블벅에 오픈했고, 민경은 원고를 쓴 지 9일 만에 탈고를 했으며, 펀딩이 진행되는 동안 편집과 책 디자인 작업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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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은 어떻게 할까

 

책을 만들 때 저자가 원고를 탈고하면 편집자가 편집과 교정 교열을 어느 정도 마친 뒤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촉박한 기간에 크라우드 펀딩을 저질러버린 우리는 각 단계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제목부터 정하고, 작가가 원고를 쓰는 동안 나는 표지 디자인 시안을 만들고, 편집자가 교정?교열을 하면 내지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고, 마케터는 크라우드 펀딩을 홍보하고…. 봄알람은 필자, 마케터, 디자이너, 편집자의 역할이 분명하고도 적절하게 나뉘어 있는 흔치 않은 경우인데, 내부에 디자이너나 편집자가 없다면 외부 인력과 협업하여 진행하는 것 또한 권장한다. 더욱 완성도 높은 출판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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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출판사 신고를 하자

 

‘입트페’는 생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펀딩 결과 참여자 2,642명, 4,4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모였다. 텀블벅을 통한 판매 분량 외에는 독립 서점에 일일이 연락하여 입고를 했고, 5,000부에 달하는 1판 물량이 순식간에 소진됐다. 민경의 집에서 축하주를 마시며 ‘입트페’ 프로젝트를 갈무리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민경이 다음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럼 아예 출판사 등록을 하자!” 다음 날 아침, 성격이 급한 우리는 그 길로 눈곱만 떼고 함께 구청으로 달려가 출판사 신고와 사업자 등록을 해버렸다. 출판사 이름도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몇 가지 후보가 나왔고, 그중에서 불어로 ‘마음의 연고’라는 뜻이며 ‘봄을 알린다’는 우리말처럼 보이기도 하는 봄알람(baume a l’ame)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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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와 제본

 

대량 인쇄를 직접 발주해본 것은 ‘입트페’가 처음이었다. 아는 교수님께 인쇄소를 추천받아 연락을 하고 견적 의뢰서에 세부적인 제작 사양 내용을 작성해 보냈다. 견적을 받아보고 발주를 하고, 인쇄 데이터를 인쇄소 웹하드에 올리고, 인쇄소에서 최종 확인용 데이터로 변환해서 올려주면 그것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을 한다. 인쇄 일정이 잡히면 인쇄 감리를 보러 인쇄소에 가는데, 색감이나 효과 등이 의도한 대로 잘 나왔는지 밝은 빛에서, 형광등에서, 햇빛 아래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기장에게 조정할 부분을 이야기하면 기장은 기술적으로 조율하여 맞춰준다. 일반적으로 대량 인쇄 제작은 오프셋 인쇄로 진행되는데, 1,000부를 제작한다고 가정하면 권당 제작 단가가 1,200~1,500원 선이다. 제본 방식이 다르거나 후가공이 추가될 경우, 종이를 수입 고급지를 사용할 경우 당연히 단가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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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입고와 판매는 어떻게 할까

 

‘입트페’를 정식으로, 봄알람 출판사의 이름으로 중쇄하고 여러 대형서점을 컨택하여 계약을 하고 입고하며 알아간 방식은 이렇다. 먼저 책을 만들면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보도 자료를 만들어 서점들에 이메일로 전송한다. 그러면 서점에서 팩스 또는 이메일을 통해 책을 주문한다.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배본사에 주문 내용을 전달하면, 배본사에서는 책을 각 서점에 배송해준다. 주문 물량이 적은 독립 출판물이라면 택배로 배송하거나 직접 입고하기도 한다. 참고로 일반적인 서점에 유통하려면 ISBN이 필요하지만, 독립 서점에만 입고한다면 ISBN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많아 출판사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왜 독립 출판일까

 

봄알람의 주 독자층은 여성주의 이슈에 대해 고민과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다. 봄알람은 우리 자신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의제, 우리 자신이 정말 궁금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책으로 낸다. 책 만드는 사람이 주독자층과 관심 분야가 동일하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봄알람은 우리의, 여성의, 페미니스트라는 소수자?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여성인 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이야기를 우리의 목소리로 직접 발언하고, 그것을 역사 속에 확실하게 남겨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 일반 대중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내용을 펴낼수 있다는 점이 독립 출판의 가장 큰 장점일 텐데, 기록되고 남겨지고 복제되고 전해진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의 방 안에 있는, 도서관에 있는 책장의 한 편을 차지하고 보관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의미가 있다.

 

 

크라우드 펀딩과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자

 

초기 자본이 없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큰 자본이 필요 없음은 물론이고, 소수자의 목소리가 담긴 콘텐츠는 펀딩을 통해 연대의 힘을 볼 수 있기도 하니까. 또 펀딩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홍보해주기도 한다. 즉, 해당 독자층 사이에서 약한 수준의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독자층과 지속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의 부제는 처음엔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이 아니었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의 시리즈 같은 인상을 주려고 ‘눈이 뜨이는 페미니즘’이라는 부제로 크라우드 펀딩을 열고 책 디자인과 홍보를 진행했는데, ‘눈이 뜨인다’는 표현은 장애인 배제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그 의견을 받아들여 지금의 부제로 급하게 수정했다. 책이 완성되고 나오기 전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전에 홍보가 되는 기간 동안 독자의 의견을 받고 피드백과 반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세 번째 책인 『메갈리아의 반란』 은 DPPA(마포 디자인 출판 진흥지구 협의회) 2016년 우수 콘텐츠로 선정되어 제작비를 지원받아 펴냈다. 이 외에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중소 출판사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사업도 주기적으로 열리니,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적합한 지원 사업에 지원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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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우유니게(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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