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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특집] ‘나’라는 신세계를 탐험해야죠 - 김지수 기자

<월간 채널예스>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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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20대가 된다면? 이 질문을 받고서 쓰는 글. (2019.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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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20대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건 흥이 나면 노래하고 춤을 출 거예요. 배낭에 작은 탬버린 하나를 넣고 다니다 놀이터를 만나면 시소와 그네 사이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춤을 출 거예요. 시끄러운 술집에서는 와인색 벨벳 모자를 쓰고 이상은의 ‘언젠가는'이라는 노래도 빼지 않고 부를 거예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한 줄 알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소중했구나...'

 

내가 다시 20대가 된다면 나는 스톡홀름 호텔의 벨보이나 긴자의 바텐더와 연애할 거예요. 여행지에서 만난 청년이 상냥하게 말을 걸어오면 황망하게 도망치지 않고 그 호의와 친절에 베팅할 거예요. 평생의 배우자 대신 취향이 잘 맞는 부지런하고 이타적인 동거인을 구할 거예요.

 

써놓고 보니 세상에! 요즘 젊은이들이 다들 당연하게 하고 있는 것들이네요. 저 쉬운 것들을 나는 왜 못했을까. 기형도 시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의 한 구절처럼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내가 보낸 20대의 나날들, 그러니까 90년대의 나날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외롭고 무서운 시간들'이어서 나는 ‘나라는 신세계'를 탐험하겠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못하고 그저 서둘러 안전하고 평범한 선택지로 스스로를 몰아세웠답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뻐 날뛰는지, 내가 뭘 할 때 평온한 마음을 느끼는지, 내 취향과 비위를 세밀하게 맞춰본 적이 없지요. 그러니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라는 시 구절을 40대 막바지까지 중얼거리고 있겠지요.

 

그러니, 여러분! 저처럼 ‘나를 나 몰라라’하고 청춘을 보내면, 나이 들어 견고한 울타리에 최첨단 무기를 들고 지켜도 인생은 ‘외롭고 무서운 정글'에 불과합니다. 93세 현역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 선생의 말처럼 남이 내 비위 안 맞춰주니, 내가 내 비위 맞춰서 사세요. “OO야, 너 뭐하고 싶니? OO야, 너 뭐 먹고 싶니?” 항상 물으세요. 부모 형제에게 민폐만 안 끼친다면 하고 싶은대로 독립적으로 사세요. 가능하면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가세요. 화가 노은님도 선생도 황규백 선생도, 시인 이성복 선생도 독일로 파리로, 젊은 날 엑소도스로 인생 1막 2장을 열었더군요. 무서운 세상인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낯선 곳엔 항상 도움을 주는 인심 좋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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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수(조선비즈 문화부장,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저자)

1971년 서울 출생. 질문하고 경청하고 기록하며 23년째 기자라는 ‘업’을 이어 오고 있다. 패션지 〈마리끌레르〉, 〈보그〉 에디터를 거쳐 현재 조선일보 디지털 편집국에서 문화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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