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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보라 “몸으로 배우고 책을 통해 깊어져요”

영화감독 이길보라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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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먼저 배우고 나중에 책을 통해 그 깊이를 파악하는 편이에요. 세상에 대한 뾰족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갖게 해주죠. (2020.09.02)

ⓒ윤송이

이길보라 작가는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다.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나갔다. 첫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의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 『길은 학교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우리는 코다입니다』(공저)가 있다. 최근에 자신의 삶의 지도를 확장한 배움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출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떠난 8개월간의 동남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요. 여행을 통해 몸으로 직접 부딪쳐 경험해봤지만 아직 나만의 철학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 이제 공부를 하자’ 하고 한국에 돌아왔어요. 열아홉 살이 되던 해부터 책을 엄청 읽고 공부를 하고 글을 썼어요. 그때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어요.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읽고 쓰고 공부하고 그걸 바탕으로 여행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그때 길 위에서의 배움을 함께하던 로드스쿨러(Road Schooler) 친구들과 책 읽고 글 쓰고 함께 여행했어요.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지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해줘요. 몸으로 감각하는 여행과는 다른 방식의 자극이랄까요. 내가 경험했던 장소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어떤 이들이 그 길을 스쳐 지나갔는지 알게 돼요. 저 같은 경우는 몸으로 먼저 배우고 나중에 책을 통해 그 깊이를 파악하는 편이에요. 세상에 대한 뾰족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갖게 해주죠. 좋은 질문을 한다는 건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이에게 무척 중요한데요. 알지 못하고, 다르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런 질문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저의 요즘 관심사는 북극과 남극, 극지방인데요. 작년 여름에 핀란드 최북단에 위치한 라플란드의 국립공원에 백패킹을 다녀왔었어요. 완전히 백야는 아니었지만 거의 백야에 가까운 고요함 속에서 최소한의 먹을 것과 최소한의 장비를 이고 지고 걷는 여행이었어요. 삶의 단순함과 라플란드의 고요함이 정말 좋았는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니 더욱더 사람이 없는 극지방을 떠올리게 돼요. 최근에 『남극이 부른다―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가 나와서 전자책으로 구매해두었어요. 주말에 읽을 예정입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최근에 쓴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의 부제는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이에요. 편집자님이 처음 이 부제를 제안했을 때 긴가민가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이 책은 예술가로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이길보라가 삶의 지도를 확장하기 위해 했던 고민과 선택의 기록입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나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책을 쓰며 계속 고민했는데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해보자”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엇이 되든 무엇이 되지 않든 괜찮아, 경험”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와 모험 그 자체를 보자는 거죠. 그게 제가 네덜란드필름아카데미 석사과정에서 공부하고 네덜란드 생활을 하며 가장 크게 배운 거예요. 예술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방법론이죠. 책 한 권 쓰고, 영화 한 편 만들고 끝날 게 아니잖아요. 저는 저만의 질문을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이야기를 해나갈 거예요. 이 책도 저의 그 시도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이길보라의 모험은 계속됩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그녀에게 전쟁』

김현아 저

그녀에게 전쟁
그녀에게 전쟁
김현아 저
슬로비


최근 만들었던 다큐멘터리영화 <기억의 전쟁>의 출발점이 되는 책입니다. 『전쟁과 여성』의 개정판. 전쟁을 누구의 시선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전쟁과 역사는 누구의 시선으로 어떻게 쓰여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끔 해요. “나는 전쟁이 무엇인지 잘 안다”라는 프롤로그의 멋진 문장이 제게는 선명하게 각인된 책이에요. 


『북극을 꿈꾸다』

배리 로페즈 저

북극을 꿈꾸다
북극을 꿈꾸다
베리 로페즈 저 | 신해경 역
봄날의책


자연에 관한 논픽션을 쓰는 작가 배리 로페즈의 시선으로 보는 북극의 삶. 사향소, 일각고래, 얼음과 빛, 오로라…… 인간은 그 속에서 얼마나 미약하고 작은 존재인가. 정말로 황홀하고 아름다운 책. 


『어스시 전집 1~6』

어슐러 K, 르 귄 저


어스시 전집 세트
어스시 전집 세트
어슐러 K. 르 귄 저
황금가지


SF는 ‘1도’ 관심 없다고 생각했지만 르 귄 작가를 만나고부터 달라졌습니다. 사랑해요 어스시, 사랑해요 르 귄!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저


임계장 이야기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저
후마니타스


제가 뽑은 2020년 올해의 르포. 한국 사회에서 노인으로 노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담담하고 꼼꼼하게 적어 내려간 글 덕분에 알 수 있었어요. 저의 시야는 얼마나 좁고 빈약한지를요. 


『육식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저


육식의 종말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저 | 신현승 역
시공사


열아홉 살에 함께 글을 쓰고 공부하던 로드스쿨러 친구들과 스승과 함께 읽은 책입니다. ‘낯설게 보기’가 왜 중요한 것인지 이 책을 읽고 관련 다큐멘터리영화를 찾아보며 알게 되었어요. 얼마 전부터 다시 페스코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낯설게 보고 질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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