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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 "세상이 힘들 때, 브레멘으로 떠나세요"

2020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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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저도 브레멘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잘 아는 것은, 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건네고, 그렇게 다시 버텨내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브레멘'은 그리지 못했지만, 그 친구들의 모습은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0.11.17)


“당나귀 씨는 이제 운전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죠?”

명예퇴직을 앞둔 모범 운전기사 당나귀씨가 듣게 되는 차가운 한 마디로 시작하는 그림책. 이 신작 그림책의 첫 장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언젠가 우리의 미래가 이럴 것이라는 막연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한 고전,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는 각자의 쓸모 없음을 이유로 버려지게 된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이 브레멘으로 가서 음악가 무리에 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떠나던 중, 도둑들이 차지한 오두막을 발견하고 기지를 발휘해 도둑들을 내쫓고 그곳에서 넷이 재미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2020 황금도깨비 수상작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속 네 동물 역시 고전과 같이 브레멘에 도착하지는 못한다. 모두 그들이 꿈꾸던 브레멘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각자의 길 위 오두막에서 행복한 삶을 찾았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향해 가는 길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세상이 너무 힘들 때, 브레멘으로 떠나고 싶은 모두를 위해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의 루리 작가와의 인터뷰를 준비해보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번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저에게 허락과도 같은 첫 번째 책입니다. 아직까지 누군가가 제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고 저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서, 책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책 소개는 편집자 선생님께서 정말 멋지게 써주셔서, 그걸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요즘 현세대가 겪고 있는 고충을 담고 있어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이다. 점점 어려워지는 취업 문에 늘어나는 취업 준비생,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 등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원작의 브레멘 음악대는 그렇게 결국 아무도 브레멘 음악 대원이 되지 못했다로 끝나지만,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하며 우리를 위로해 준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이 가지 못했지만 희망은 남는다.

이번 작품은, 『브레멘 음악대』를 대한민국의 현실에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단의 평가를 받았는데요, 고전 중 『브레멘 음악대』를 선택하셨던 이유가 있으실까요?

고전이 가진 서사의 힘과 아우라에 기댈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달콤한 유혹이라서, 꼭 한번 고전 리메이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고전 동화들만 찾아서 읽다가 『브레멘 음악대』를 읽게 되었는데, 제 주변과 겹쳐지는 장면들이 많았고, 그래서 브레멘 음악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앞 면지를 보면 ‘브레멘에 가지 못한 나와 내 친구들에게’ 라고 적혀있는데요. 작가님께서 그리시는 '브레멘'은 어떤 곳일까요?

실은 저도 브레멘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 때의 느낌이 나는 곳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제가 잘 아는 것은, 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건네고, 그렇게 다시 버텨내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브레멘'은 그리지 못했지만, 그 친구들의 모습은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픽 적인 일러스트와 세련된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 입니다. 이렇게나 멋진 그림책을 만들어 내는 작가님의 작업기가 궁금합니다. 

언젠가 전업작가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투잡을 뛰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주로 퇴근 후 저녁과 주말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머릿속은 온통 쓰고 싶은 이야기들 투성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와 지하철에서 본 뉴스들, 풍경들, 주말에 만나는 친구들의 사는 이야기, 오랜만에 듣는 노래들, 지나가는 멍멍이들, 그리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이지만 개인적인 고난의 경험들과 감정들에서 주로 영감을 얻습니다. 

A4용지와 펜,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하는 장소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고, 집 식탁이나 침대 위, 카페 등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작업합니다. 

작업 중 있었던 재미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실까요?

김치찌개 집 이름을 고민하는 게 당시에는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은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인 것 같습니다. 끝까지 이렇다 할 가게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던 중 어느 날 아침에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멋찌개'라는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대부분의 많은 생각들이 정말 목욕 중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나온 후보로는, ‘어쩌다 김치찌개’, ‘모로가도 김치찌개’, ‘스리슬쩍 김치찌개’, ’얼렁뚱땅 김치찌개’ 등이 있습니다.

TMI 질문! 작가님께서는 어떤 스타일의 김치찌개를 좋아하시나요? (참치or돼지고기?!)

이런 질문은 정말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참치, 돼지고기, 꽁치 다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아서 슈퍼에 파는 사골육수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 그리고 엄마 표 김치와 참치를 넣고 새우젓을 살짝 넣은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정말 치명적인 맛입니다. 저는 요리를 정말 못해서 주로 주변 사람들이 끓여주는 김치찌개에 숟가락을 얹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레멘을 꿈꾸는 독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브레멘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힘을 내서 '오늘도 멋찌개'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분명 있고, 저는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경외감에 이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혹시라도 마음에 드셨다면, 그건 분명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리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2020년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제26회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을, 장편동화 『긴긴밤』으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루리 글그림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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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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