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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 현대 사회에 띄운 검은 퀘스쳔 마크

넉살 <1Q87>

물음표로부터 출발하여 굳은 느낌표로 각인된다. 여느 확장 속에도 굳게 중심에 위치할 정체성, 넉살이 결코 '팔지 않아'라 외칠 소중한 자산 말이다. (2020.12.01)

이즘


<작은 것들의 신>과 <쇼미더머니> 이후 넉살의 자아는 여러 방면으로 갈라졌다. 방송에 출연해 유쾌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예능인 넉살, 1987년 연희동에서 태어난 인간 이준영, 4년 7개월의 공백 기간을 가졌던 래퍼 넉살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분열되기도 합쳐지기도 했다. 넉살은 이 다면의 삶과 경험을 그와 꼭 닮은 소설 '1Q84'로부터 가져온 아이디어와 결합한다.

긍정적인 태도와 희망을 품고 있던 데뷔작과 달리 신보의 기저 무드는 어둡다. 현재의 자신을 격렬한 시간의 흐름 속으로 빠트리는 'Bad trip'으로 넉살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듀서 버기(Buggy)가 주조한 거친 베이스의 왜곡 속 악에 받친 듯 톤을 교차하는 데서 결코 그의 공백기가 평온하지 않았음을 짐작한다. 그 과정에서 'Am I a slave'처럼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와 힘겨웠던 과거를 교차하여 현실을 돌아보기도, 음울의 최대치인 '나' 같은 트랙에서 끝없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 보기도 한다.

넉살은 혐오, 광기, 편견, 질병에 병들어가는 현대 사회에도 검은 퀘스쳔 마크를 띄운다. 'Bad trip'과 함께 앨범의 뼈대를 형성하는 'Akira'의 염세적인 태도가 대표적이다. 아프로비트의 리듬감으로 펑키(Funky)하게 다듬어낸 이 트랙에서 넉살은 '모두가 미쳐가고 있어'를 외치고 훅을 담당한 개코는 '그냥 출근이나 할래요'라며 붉은 오토바이를 타고 무채색의 도시를 질주한다.

그렇기에 앨범은 '1Q84'와 더불어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1984'와도 가까워진다. 다만 그 정서는 과격한 비판보다 우원재와 오디가 참여한 'Won' 속 '대충 살고 싶어 나 좀 내버려두어'의 조소와 가깝고 어떻게든 새로운 하루를 살아나가는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다. 외부 관찰이 아니라 내부에서 시스템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휴머니즘적 태도다. 이것이 넉살의 새 작품이 어두울지언정 음울하지 않고, 용이한 접근성과 사유의 조각을 같이 제공할 수 있는 으뜸의 요인이다.

앨범 중반부터 후반까지 잔잔한 테마 아래 진행되는 인간 이준영의 고백으로부터 그 인간적인 터치와 활기를 찾을 수 있다. 클래식한 붐뱁 스타일 비트 위 삶의 공간, 일상의 궤적을 그리는 '연희동 Badass'에서의 넉살은 악동의 타이틀 아래 여느 때보다 자유로이 랩을 뱉고, 이어지는 비스메이저 동료들과의 '브라더'에서 형제애를 과시하며 세간의 시선과 개인적 고민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품는다. 코드 쿤스트의 차분한 비트 위 사랑의 다양한 의미를 고민하는 '너와 나', 자전적인 메시지의 '거울'을 거쳐 마지막 트랙 '추락'의 흐름 역시 넉살 개인은 물론 그의 삶을 듣는 이들에게 허무함 대신 새로운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복잡다단한 지난날들의 경험과 느낌, 심경을 고백하는 자전적인 작품이다. '말론 브란도', '리썰 웨폰', '갈릴레오' 등 독특한 개인적 기호를 메시지에 대거 활용하고 톤을 넘나들면서도 또렷하고 날 선 랩 스킬이 기본을 탄탄하게 잡고 있어 '뮤지션 넉살'의 정체성을 다시금 각인하는 의미도 있다.

비록 그 하고픈 말이 일관되어 있다는 느낌은 약하고 완결된 서사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것이 결국 털고 일어서야 할 시간의 한 페이지였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1Q87>은 모노 톤의 물음표로부터 출발하여 굳은 느낌표로 각인된다. 여느 확장 속에도 굳게 중심에 위치할 정체성, 넉살이 결코 '팔지 않아'라 외칠 소중한 자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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