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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상 아너리스트 '이현' 작가가 그린 반려견 이야기

『오늘도 용맹이』 이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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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지구는 인간을 위한 행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잖아요. 하지만 이야기는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의 눈에 비친 동물이 아니라, 동물이 진정한 주인인 이야기를 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2022.06.23)

이현 작가

2022년 IBBY(국제아동도서협의회)가 수여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작가(author) 부문의 우리나라 대표 작가인 이현은 국내 어린이 문학 초 히트작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로 수많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린이 문학을 사랑하는 어른 독자들마저 사로잡은 명실공히 한국 어린이 문학의 대표 작가이다. 특히, 격동의 시대 해방기의 철원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간 청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낸 『1945, 철원』이 안데르센상 심사위원들이 뽑은 2022년 추천 리스트 20에 올랐고, 동시에 『푸른 사자 와니니』는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할 책 IBBY 아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작가 이현이 이번에는 용이와 맹이 반려견 이야기를 담은 유년 동화 『오늘도 용맹이』 시리즈로 어린이 독자를 만난다.

“언니가 개를, 용이가 아닌 다른 개를 품에 안고 있었어요. 용이를 안았을 때처럼 ‘온 세상을 다 가졌어’ 얼굴을 하고요.”

언니와 아빠와 함께 사는 강아지 용이는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강아지다. 어느 날 ‘좋은 일이 있을 테니 기대해’ 얼굴을 한 언니와 아빠가 용이만 집에 놔두고 외출한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언니 품에는 다른 개가 안겨 있다. 용이가 아닌 다른 개가! 굴러들어온 돌 '맹이'는 박힌 돌 '용이'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맹이 때문에 용이는 속상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늑대처럼 '아우우' 소리는 왜 지르는 걸까. 왜 여기저기 오줌은 싸는 걸까. 집에서 사람과 함께 사는 일에 이미 익숙해진 용이로선, 맹이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빠와 언니는 맹이가 외로운 용이에게 가장 좋은 단짝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새 식구로 데려오지만, 느닷없이 새집에 온 맹이도, 개를 질색하는 개 용이도 힘들기만 하다. 이야기는 섬세하게 용맹이의 시선으로 이 모든 상황을 특별한 과장 없이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낸다.



『오늘도 용맹이』제목이 굉장히 재미있는데요, 우선 '용맹이'란 이름을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듣기만 해도 씩씩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문득 떠오른 이름입니다. 하지만 그냥 우연히 떠오른 건 아니에요. 큰 개든, 작은 개든, 강아지든 노견이든 개를 보면 참 대견하다는 마음이 들곤 하거든요. 아마 그런 마음 때문에 용맹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올해 초에 출간된 장편소설 『호수의 일』 이후에 이번에는 친숙하고 귀여운 강아지의 이야기다 보니 어린이 독자들이 특히 반가워할 것 같아요. 작가님의 책들을 보면 이야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이렇게 독자층이 다양한 만큼, 글쓰기의 호흡을 어떻게 조절하시는지요?  

독자층이 달라지는 건 사실 꽤 어려운 도전입니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여러 편 썼는데도 여전히 어려워요. 동화를 쓰다 청소년 소설을 쓰려면 한층 깊은 바다로 잠수해 들어가는 것 같고, 청소년 소설을 쓰다 동화를 쓰려면 모래 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달리는 것만 같아요. 막연히 깊이 들어가려고만 해서는 물속을 헤매게 되고, 막연히 열심히 뛰려고만 해서는 결국 어딘지 모르는 백사장에서 주저앉고 말겠지요. 그래서 대상 독자가 바뀔 때는 목적지를 더욱 분명히 세우고 쓰려고 합니다. 막연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어줄 나의 독자를 생각하지요. 그렇게 독자에게 맞는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의 시선을 잘 포착해내셨는데, 동물 이야기를 이렇게 밀착력 있게 써내시는 비결이 있을까요? 

제가 동물의 마음을 얼마나 제대로 담아냈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조금이나마 제가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건 저희 강아지들 덕분입니다. 저는 사실 그전에는 동물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냥 딸아이가 졸라서 애견숍에서 예쁜 강아지를 사 올 정도로 무지했고요. 그런데 강아지들과 십 년을 같이 살면서 다른 종들과 마음을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됐어요.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요. 동물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지금의 지구는 인간을 위한 행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잖아요. 인간의 눈에 비친 동물이 아니라, 동물이 진정한 주인인 이야기를 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반려견을 키우시는지, 키우신다면 한번 소개 부탁드립니다. 혹시 반려견만의 자랑이 있을까요? 

2010년에 태어난 개 두 마리가 있어요. 첫째 남순이는 10월생이고, 둘째 여울이는 11월생이에요. 그중 우선 남순이가 저에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려준 마법의 개예요. 그러고 나니 혼자 있는 남순이가 외로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여울이를 데려왔는데, 이게 사실 잘못된 판단이었어요. 개들이 기다리는 건 사람이에요. 다른 개가 있다고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둘이 성격도 너무 달라요. 처음에는 심하게 싸워서 같이 살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였지요. 싸움이 좀 덜해진다 싶더니 무관심한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둘이 헤어지게 됐어요. 남순이는 지금도 저랑 같이 살고 있고요, 여울이는 분가를 해서 나간 셈이에요. 회사에 다니는 저희 딸이 독립을 하면서 여울이를 데려갔거든요. 남순이랑 여울이는 꼭 십 년을 같이 살다 헤어졌고, 지금은 따로 또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남순이가 바로 용이의 모델이에요. 외모도, 성격도요. 똑똑하고 야무지고 독립적이고 고집도 세고, 한마디로 밀당의 고수라고 할까요? 고양이 같은 성격이에요. 여울이는 영락없이 맹이랍니다. 한마디로 개다운 개라고 할까요? 하울링도 잘하고, 짖기도 잘 짖고, 뛰기는 또 얼마나 잘 뛰는지 몰라요. 사람과 온기를 나누기를 가장 좋아하는 다정한 성격이기도 해요. 맹이의 외모는 여울이가 아니에요.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의 개 버들이가 맹이의 외모를 담당해 주었답니다.

시리즈로 2편도 계획 중이신데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독자들을 위해 살짝 알려 주세요.

2편은 산책하러 나갔다가 벌어진 소동을 담은 이야기예요. 언제나 사람들은 개들에게 기다리게 해요. 사람이 바라는 대로 개들이 ‘잘’ 기다려 주기를 바라요. 그러지 않으면 속상해하거나 화를 내기도 해요.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많지요. 아, 대체 왜 그렇게 짖는 거야? 

그런데 2편에서는 어쩌다 용이와 맹이가 아닌, 아빠와 언니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답니다. 과연 기다리는 일이 그렇게 쉬울까요? 또, 2편에서는 옆집에 사는 남순이라는 개가 등장한답니다. 맞아요, 저희 강아지 남순이의 이름을 따랐어요. 또, 그 개는 우리 집 남순이가 꿈꾸는 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우리 집 남순이는 바로 그런 개가 되고 싶어 한답니다. 그게 어떤 모습인지 2편을 기대해 주세요.

개를 무척 사랑하고 좋아하는 어린이들도 많지만, 사실 길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무서워하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혹시 그런 어린이들을 위해 강아지들과 친해지는 비법이 있을까요? 

저의 경우처럼 개와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까 개와 가까이하기 어렵다고 해서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는 거니까요. 사실 개들도 낯선 사람들을 무서워한답니다. 그러니까 우선 『오늘도 용맹이』를 읽으면서 개들의 마음을 느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올해 세계적인 어린이 문학상인 안데르센상의 작가 부문(Author)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1945, 철원』이 추천 도서로 뽑혔고, 또 『푸른 사자 와니니』역시 아너리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만큼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전 세계 어린이들과 함께 어떤 꿈을 꾸고 싶으신지요?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외국 작품을 많이 보면서 자랍니다.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동화도 그렇지요. 다양한 나라의 작품에는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니 외국 문학을 접하는 것은 또한 다양한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동 문학은 아직 외국에서 별로 읽히지 않고 있어요. 그림책의 경우에는 이수지 선생님이나 백희나 선생님의 작품처럼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있지만, 동화는 아직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요. 앞으로는 한국의 동화도 외국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세계 아동 문학에 한국이라는 색깔 하나를 더한 셈이지요. 우리에게는 자랑이 되고, 세계 아동 문학에는 새로운 기쁨이 되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푸른 사자 와니니』가 초원을 달리는 와니니처럼 세계로 달려가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현

단편소설 「기차, 언제나 빛을 향해 경적을 울리다」로 제13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스캔들』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 『푸른 사자 와니니』 등을 썼다. 동화집 『짜장면 불어요!』로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장편동화 『로봇의 별』로 제2회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또한 『푸른 사자 와니니』로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아너리스트에 신정되었고, 『1945, 철원』이 안데르센상 심사위원 추천 도서에 올랐다.




오늘도 용맹이 1
오늘도 용맹이 1
이현 글 | 국민지 그림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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