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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첫 시도! 한 책 읽기 독서 모임 시작합니다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31회) 『사라지지 않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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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대신 보이차를 앞에 두고 시작한 <삼자대책> 독서 모임, 첫 책은 바로... (2023.03.09)


『사라지지 않는 여름』

에밀리 M. 댄포스 저 / 송섬별 역 | 다산책방



한자(황정은) : 오늘 <삼자대책>은 조금 다른 형식으로 준비를 해보았죠?

단호박 : 네, 맞습니다.

한자(황정은) : 지금까지는 한 사람이 한 권씩 책을 소개했는데, 오늘은 한 권의 책을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단호박 : 정확히는 두 권의 책입니다. 왜냐하면 두 권짜리 소설이었기 때문에.(웃음)

그냥 : 코너의 부제를 '한 권 읽기'로 정해야 됩니다. 두 권 금지!(웃음)

한자(황정은) : (웃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한 권 읽기 코너.

그냥 : 이번 책을 한자님이 추천하셨는데, 저한테 1권만 읽으라고 하셔서 '제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은 아닙니다'라고 해놓고 한 권만 읽었습니다. 무책임한 사람이었어요.(웃음)

단호박 : 1권만 읽어도 괜찮아요. 제가 이 콘셉트를 들었을 때 생각한 버전은 독서 모임 같은 거였거든요. 청자 분들이 들으시기에는 그런 거예요. 카페에 갔는데 누가 독서 모임을 하고 있어요. 옆 테이블에서 막 얘기를 해요. 그러면 왠지 카페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가 너무 재밌거든요. 그래서 듣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여러분은 카페에 앉아 계신다고 상상을 해주시고, 저희가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고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한자(황정은) : 오늘 함께 읽을 책은 저의 제안입니다. 소설을 제안했는데요. 에밀리 M. 댄포스가 쓰고 송섬별 번역가가 번역을 하고 다산책방에서 출간한 『사라지지 않는 여름』입니다. 영화로도 나왔죠.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인가요?

단호박 : 네. 

그냥 : 영화의 제목이 굉장히...

한자(황정은) : 이상하죠?

그냥 : 내부에서 이견이 많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렬하면서도 뭔가 이상하기도 하고...

한자(황정은) : 원작 제목이 그것입니다. 'The Miseducation of Cameron Post'라고 써있죠. 

단호박 : 이것이 초월 번역이 되어서 한국어로는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 된 것이죠.

한자(황정은) : 그렇습니다. 번역가가 왜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라는 제목을 골랐을까요?

단호박 : 책 뒤의 번역가님 말을 보니까 편집자들이랑 얘기를 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냥 : '여름'의 이미지가 소설 초반부터 나오잖아요. 이 소설하고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자(황정은) : 그렇습니다. 이 소설에서 여름이 지배적인 계절인 것 같아요. 중요한 사건들이 여름에 많이 일어납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를 일단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단호박 : 맞아요. 재밌더라고요.

한자(황정은) : 재밌죠? 그리고 저희 방송 시작하기 전에 단호박 님이 이런 얘기하셨잖아요. 제가 1권만 읽어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2권을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소설이었다고요. 바로 그런 소설입니다.

단호박 : 끊긴 부분이... 좀 약올라요.(웃음)

한자(황정은) : 그렇죠, 짜증나죠.(웃음)

그냥 : 제 마음은 반반이었어요. 2권을 빨리 읽고 싶은 마음과 너무 읽기 싫은 마음. 1권 마지막에서 제 표정이 일그러졌었거든요.

한자(황정은) : 왜 그냥 님이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제가 조금 이따가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냥 : 네.

한자(황정은) : 내용 소개를 해볼까요? 저는 이 소설을 성장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좀 했거든요. 두 분 생각은 어떠세요?

그냥 : 저도 그렇게 읽었어요.

단호박 : 이름 붙이기에 따라 다르죠.

한자(황정은) : 그렇죠. 퀴어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결말 때문에라도 '이 소설은 성장 소설에 가깝다'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주인공이 캐머런 포스트에요. 이 인물은 '캠'이라고도 불리고 친밀한 사람들에게는 '캐미'라고도 불리죠. 이 인물이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보내온 시간을 말하는 소설입니다. 이 시기가 캠에게 특별한 이유는 캠이 주변과의 상호 작용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아가면서 여러 사건을 겪는 시기이기 때문인데요. 소설의 시작은 열두 살 시점입니다. 그리고 이때 부모님이 죽어요.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날인데요.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그날 오후에 나는 아이린 클로슨과 함께 상점을 털고 있었다.

뭔가 이 인물이 부모님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느꼈어요. 왜냐하면 '돌아가셨다' 하고 '상점을 털고 있었다'가 연결이 되니까, 뭔가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해서 모종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캐머런은 정말 이 날을 기점으로 부모에게 해소될 길 없는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첫 문장의 내용을 다시 보면, 일단은 사건이 두 개가 있잖아요.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상점을 털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문장에 숨겨진 사건이 하나 더 있어요. 아이린 클로슨입니다. 아이린 클로슨이 어떤 인물이냐면, 캠하고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고 또 경쟁자예요. 서로 막 이겨먹으려고 난리를 치지 않습니까. 그리고 부모끼리도 서로 잘 아는 이웃입니다. 그런데 캠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아이린 클로슨과 키스를 합니다. 부모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캠은 이 키스를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데, 부모님이 단 둘이 휴가를 떠난 거잖아요. 캠은 아이린네 집에 놀러 가서 하룻밤을 자기로 하고 아이린의 집에 머무는데... 

단호박 : 아이린의 부모가 전화를 받죠.

한자(황정은) : 그렇습니다. 캠을 데리고 오라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데리고 가죠. 캠은 '내가 아이린과 키스한 걸 들켰나 보다, 우리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엄마 아빠가 알아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몹시 긴장을 하면서 가는데, 사고 소식을 듣는 거예요. 그래서 캠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엄마 아빠는 우리 일을 몰라, 그러니까 우리는 안전해'라는 생각을 하고 바로 죄책감이 이어집니다. '엄마 아빠가 죽었는데 어떻게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걸까'라는 자책을 하고, 바로 이 자책과 죄책감이 캐머런의 마음에 병이 됩니다. 

소설이 시작된 때는 캠이 열세 살을 앞둔 여름인데요. 캠의 부모는 퀘이크 호수라는 장소로 휴가를 떠났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호수로 추락을 해서 사망을 하는데, 이 퀘이크 호수가 본래 캠핑장이었어요. 록 크릭 캠핑장이었는데 1959년 8월에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큰 지진이 일어나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바람에 상류 쪽 댐에서 물이 흘러넘칩니다. 그리고 이 캠핑장에 물이 차올라요. 그러면서 당시 캠핑장에 머물던 사람하고 차들이 전부 수장되는 사고가 벌어지는데, 그때 이후로 이 장소가 호수로 남아있게 된 거죠. 그런데 이 소설 안에서 작은 은유가 되는 게, 캐머론의 어머니인 조니가 당시 사고의 생존자였고, 소설이 시작된 시점의 캐머런의 나이와 같았습니다. 열두 살이었어요. 당시에 조니는 이 장소에서 빠져나왔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을 하게 된 거죠. 퀘이크 호수는 소설에 등장하는 빈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만 사실은 캐머런의 성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소입니다.

단호박 : 그렇죠.

한자(황정은) : 부모를 삼키는 호수이고, 운명처럼 엄마를 죽음으로 끝내 데려간 장소이자, 2권의 결말에서 캠이 성장 의례를 치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캐머런은 부모가 죽은 뒤에 할머니랑 이모랑 사는데, 이 두 사람은 사실 전혀 다른 장소에 따로따로 흩어져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캐머런의 집으로 캐머런을 돌보기 위해서 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이 점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소설을 읽으면서 보니까 두 사람이 이런 면에서는 대단히 상냥한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 그럼요, 저는 되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한자(황정은) : 맞아요. 온전히 아이만 생각한 행동 아닙니까.

단호박 : 이모는 직장도 그만두고 아예 새로운 삶을 시작한 셈이죠.

한자(황정은) : 인생의 큰 변화를 겪게 된 어린 아이를 위해서 가급적 변화를 더는 주지 않는 조건으로 어른 둘이서 살게 된 거죠. 이렇게 변화를 맞이하게 된 캠은 사고 이후로 아이린 하고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는데,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리고 그 사실에 상당한 수치심을 느낍니다. 그런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서 스스로를 '변태가 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괴로워하기도 하죠.

캠은 이 사고 이후로 한층 우울하고 복잡한 마음을 숨긴 채로 지내게 되는데, 부모가 남긴 짐을 뒤지다가 인형의 집을 발견하지 않습니까. 인형의 집 자체도 대단히 은유적인 오브제로써 소설에 등장을 하는데 아빠가 다섯 살 생일 선물로 만들어준 거예요. 미국 영화 보면 많이 등장하는 커다란 집 있잖아요. 한때 저도 그런 거 갖고 싶고 그랬는데...

단호박 : 미국 아이들은 집이 넓어서 그런 걸 가질 수 있는 거죠. 

한자(황정은) : 그러게 말입니다.(웃음)

단호박 : 한국에서는 그런 거 못 놔요.

한자(황정은) : 못 놔요, 둘 데가 없어. (웃음)

단호박 : 침대 놓고 책상 놓으면 끝인데 어디다 놔요. 

한자(황정은) : 그렇습니다.(웃음) 아무튼 그런 인형의 집을 발견을 해서 자기 방에 두고 이런 저런 데코레이션을 하지 않습니까. 집의 외장은 아빠가 다 완벽하게 해놨는데, 내장이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아서 캠이 내장재를 채웁니다. 자기가 소소하게 훔친 것들로 내용물을 만들어서 붙이는 거죠. 취미 같기도 하고, 기분 전환 삼아서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나중에 이 인형의 집은 캐머런의 일탈과 악마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어른들에게 발견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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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사라지지 않는 여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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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저 | 송섬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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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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