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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의 신작 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 인터뷰

『해저도시 타코야키』 김청귤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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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김청귤이 첫 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묶어낸다.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모조리 녹아 육지가 사라져가는 지구를 무대로 한 여섯 편의 연작 소설집이다. (2023.03.29)


인플루엔셜 문학 브랜드 '래빗홀'의 첫 책 『해저도시 타코야키』. 2021년 『재와 물거품』으로 한국 환상 문학장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신인 김청귤이 첫 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묶어낸다.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모조리 녹아 육지가 사라져가는 지구를 무대로 한 여섯 편의 연작 소설집이다.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며 서로를 깊이 사랑할 줄 아는 존재들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마음도 포근포근해진다. 환상적인 바다를 탐험하며 지구의 내일을 생각해 보게 할 이번 책을 소개하기 위해, 김청귤 작가가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필명을 '김청귤'이라고 지으신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공모전에 응모하려고 할 때 필명을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친구와 함께 저녁 식사로 초밥을 먹던 중이었는데, 대화하다가 필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그 무렵 옷 색깔과 먹은 음식을 조합하면 그럴듯한 밴드 이름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파란 광어' 같은 이름 후보도 나왔었어요. 질색하다가 친구가 그러면 '청귤'이라는 필명이 어떠하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청귤청을 만들어보겠다고 청귤 10킬로그램을 산 적이 있거든요. 그걸 기억하고 추천해준 이름이었어요. 그렇게 '김청귤'이 되었답니다.

2021년 『재와 물거품』 이후 2년 만에 새 개인 단행본을 내셨어요. 첫 소설집이기도 한데요,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내신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발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시다면요?

기쁘고 그보다 신기한 게 더 커요. 내가 소설집을 낸다고? 진짜로? 내가?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그동안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어요. 앤솔러지에는 저 말고도 다른 좋은 작품들이 많으니까 부담감을 1/n 한 것 같았는데, 오로지 저 혼자서 책을 가득 채우려니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요. 책을 낼 때는 언제나 떨리고 기쁘고 무서워요. 제가 쓴 소설을 좋아해줄 누군가를 찾아서 망망대해를 돌아다니는 기분이에요. 지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겠죠? 그러면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발견할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분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해저도시 타코야키』 빙하가 다 녹고 육지가 사라져 끝내 수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져요. 기후 위기나 해수면 상승은 우리도 이미 익숙해진 경고이지만, 그만큼 무감해진 것도 같아요. 이러한 설정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어떤 때에는 지구는 이미 돌이킬 수 없으며 계속 나빠지기만 할 거라는 허무함에 빠지다가, 어떤 때에는 아직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이 실천하며 지구의 자정 작용을 돕고 있으니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게 돼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인터넷에서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로 인해 멸망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정확히는 인간 문명이 망하는 거지 지구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영상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안심하기도 했어요. 이 소설집에서는 바다가 천천히 인간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결국 육지 위에서 살던 인간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끝내 기존의 인간 모두가 자취를 감춘 채 생명의 바다로 다시 돌아오는 연작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인간은 모두 죽을 거라는 허무함과, 희망을 가진 인간이 있기에 다시 생명이 가득한 바다가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뒤섞여서 이러한 설정이 나온 것 같아요.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을 포함해 전작 『재와 물거품』이나 최근 발표하신 「해사」까지 '물', '바다'라는 테마를 자주 사용하시죠. 「작가의 말」에서 이전에 바닷가에서 지내셨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셨는데요. 이러한 '물'이 작가님 작품과 어떤 연결 고리를 갖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도 눈이 안 감기는 때가 있었거든요. 유튜브에서 마음에 드는 파도 소리가 나오는 영상을 찾아서 틀어놓고 일정한 파도 소리와 조약돌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었어요. 물, 정확히 말해 바다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공간이에요.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도,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도, 햇빛 아래 무수히 많은 별처럼 빛나는 해수면 모두 좋아해요. 바다를 좋아하니까 작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바다를 직접 보는 일이 드물거든요. 또, 바다는 애초에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고요. 많은 이들이 우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은 우주보다 바다의 비밀이 더 많다는 말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바다의 평온함과 신비함을 소설에 담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바닷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몰라요.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이나 관계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아무래도 표제작인 『해저도시 타코야키』의 '문'과 '루나' 같아요. 이 소설집에 있는 소설들 중 제일 처음 썼거든요. '문'은 순진무구한 돌연변이에요. 통조림 같은 돔의 바깥에 있던 것들을, 생명이 넘치던 날들을 흐릿하게 기억하며 춤을 추고 노래하는 존재예요. '루나'는 인간들 입장에서는 돔을 파괴하러 온 악당이겠지만, 바다를 구하러 온 구원자였고요. 루나가 이기적인 인간들을 보며 실망이 가득했을 텐데, 그런 자신 앞에 나타난 문이 얼마나 사랑스러웠겠어요. 문과 루나는 바닷속에 생명이 가득해지도록 사이좋게, 행복하게 다닐 거예요.

작품을 쓰실 때 젠더나 종족을 넘어선 사랑도 종종 등장하는데요. 작가님이 소설 속에서 그리고 싶은 사랑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의 성별이나 종족에 상관없이 '너'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걸 쓰게 돼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상대방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느려도 포기하지 않는 존재와 존재가 하는 사랑, 그동안 사는 게 힘들었어도 이 존재를 만나기 위한 시련이었으면 기꺼이 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랑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하여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엔딩이요. 그렇지만 이런 사랑은 소설로 즐겨주시고 현실에서는 행복하고 즐거운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차기작으로 지금 쓰고 계시거나 고치고 계신 작품이 있다면 예고편처럼 무슨 이야기인지 살짝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판타지예요. 온라인 플랫폼 <브릿G>에 엽편으로 올린 걸 장편으로 다시 쓰고 있어요. 존재가 죽으면 우주에 가서 별의 씨앗이 돼요. 주인공은 향초 가게를 운영하고요. 주인공이 만든 향초를 태우면 우주와 연결되는 터널이 나타나고, 그 터널을 통해 별이 된 소중한 이를 만날 수 있거든요. 등장인물들이 이 향초 가게로 찾아와 별이 된 존재에게 갈 수 있는 향초를 의뢰하는 이야기입니다.



*김청귤

아주 오랫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 2019년 안전가옥 단편 공모전에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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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선 안 될, 사랑할 수밖에 없는‘재가 되다’, ‘물거품이 되다’. 어떠한 일이 허사로 돌아갔다는 의미의 관용어구다. 《재와 물거품》의 주인공 마리와 수아에게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 그 이상이다. 이들은 문자 그대로 재가 되고 물거품이 되기를 불사한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인데, 이렇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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