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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X뮤지컬]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이희준 극작가 인터뷰

채널예스X더뮤지컬 합동 기획 ‘한국 문학과 창작 뮤지컬’ 극작가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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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한 순간에 머물러 길고 상세한 심리묘사가 가능하지만, 무대극은 인물의 의지가 강력해야 2시간 반 안에 극의 결말까지 달려갈 수 있습니다. (2024.04.17)

독자들이 사랑하는 한국문학이 뮤지컬 무대 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됩니다. 문학성과 재미를 겸비한 뮤지컬의 세계에서 독자와 관객이 교감하며 한층 더 풍부해질 이야기. 채널예스와 더뮤지컬이 함께 들여다 보았습니다.


ⓒ 서울예술단


“어떠한 죄도 짓지 않은 채 어린 시절과 결별하고 어른이 된다는 게 가능할까?”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인간의 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악의 기원을 찾아가는 장편소설이다. 핵심 권력을 가진 자들이 거주하는 1지구부터 60년 전 일어난 폭동 때문에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9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가상 사회를 배경으로 ‘다윈 영’이라는 한 아이가 죄를 목격하고, 저지르며,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박지리 작가의 역작은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뮤지컬)로 재탄생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2018년 초연 이후 올해로 네 번째 공연을 맞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서울예술단의 완성도를 갖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고, 국공립 기관 최초로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까지 성공했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해적> <미아 파밀리아> 등 마니아가 탄탄한 작품을 집필했던 이희준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극중극이나 일인 다역 같은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캐릭터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데 능숙한 그는,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악의 흐름, 세 친구와 그 자녀의 얽혀있는 관계 등 다소 복잡한 내용을 명쾌하게 무대로 옮겨왔다. 이희준 작가를 서면으로 만나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각색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서울예술단


8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의 장편소설을 3시간 내외 공연에 담는 작업이 녹록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각색을 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소설에 펼쳐져 있는 내용을 뮤지컬 무대로 옮기기 위해 선택한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뮤지컬에서는 러너와 니스의 집을 합쳤고, 프라임스쿨을 공학으로 만들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인데요. 예를 들면, 러너가 니스에게 재혼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내용은 뮤지컬에서는 빠졌고, ‘더 높은 인간’이 되라고 기대와 압박을 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이미지화한다면 무수한 삼각형이 중첩된 모습입니다. 그 삼각형들을 어떻게 뮤지컬로 옮겨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주로 했습니다.

소설을 검토할 때 무대에서 꼭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소설에서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 니스가 다윈에게 넥타이 매는 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이 드라마의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넥타이 매는 방법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았고, 단어의 어감과 매는 방법의 특성이 장면과 가장 잘 맞는 ‘윈저노트’를 선택하여, 가사로 만들었습니다. 

선인과 악인으로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캐릭터의 입체성이 두드러지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대 속 캐릭터와 소설 속 캐릭터의 서술 방식에 차이가 있을까요?

입체성이라기보다는, 무대에서의 속도와 캐릭터의 의지값을 올리기 위해 몇 가지 설정을 바꾸거나 추가한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러너의 ‘비둘기 똥 모양의 점’이 뮤지컬에서는 ‘별똥별 모양 문신’으로 나오고, 뮤지컬의 루미는 제이 삼촌의 안경과 똑같은 안경테를 맞춰 쓰고 다닙니다. 소설은 한순간에 머물러 길고 상세한 심리묘사가 가능하지만, 무대극은 인물의 의지가 강력해야 2시간 반 안에 극의 결말까지 달려갈 수 있습니다. 두 매체의 태생적 차이입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죄와 벌, 부모와 자식, 법과 정의, 삶과 죽음이 불가분의 관계이며,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윈은 결국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아버지를 지키는 것, 즉 가족을 지키는 것을 선택하며 죄를 이어받게 되고요.

개인적으로,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각심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다윈은 아버지의 범죄를 알게 된 후, 자신의 무결함을 딛고 서서 심판자가 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버지와 똑같은 범죄를 저지릅니다. 루미는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 조이를 경멸하면서, 소위 화려한 천재였다는 제이 삼촌을 자신의 이상형으로 마음에 품고 동경합니다. 그러나 제이 역시 화려한 사람은 아니었음이 드러납니다.


ⓒ 서울예술단

ⓒ 서울예술단


뮤지컬의 결말 부분이 소설과 조금 다릅니다. 소설 속 루미는 다윈에 의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뮤지컬에서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겠다고 선언하게 되죠.

근본적으로 두 결말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진실을 찾겠다고 선언하는 루미의 모습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에너지 특성상 마치 희망의 씨앗을 남겨두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은 더 큰 불행이 선포되는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미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해피엔딩일까요. 또한 루미가 마지막 진실을 알게 될 때까지 다윈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까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서울예술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공공단체에서는 최초로 공연 IP를 일본에 수출했습니다. 대본의 힘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로서 소감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는 연습실이나 공연장 상주 인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 투명인간인데, 일본 공연에 초대되어 갔을 때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앉아 있는 저를 일으켜 세워 소개해 주셔서 당황하고 감동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주로 관심을 갖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 중에 어른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어른은 꼭 ‘나이’가 많은 인물은 아닙니다. 가장 어린 캐릭터일 때도 있어요.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도, 생각해 보면 거의 항상 ‘어른’ 캐릭터였습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저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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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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