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의 서재소설가
서른이 넘어서 생긴 좋은 일 중 하나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다는 겁니다. 내 눈높이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책은 과감하게 덮어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그게 참 힘들었어요. 유명한 책, 고전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재미있는 책에만 손이 갑니다. 그러면서 독서는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ㅋ
명사의 추천
고래천명관 저천명관은 데뷔작 『고래』로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가 되었다. 소설의 참맛은 뭐니뭐니해도 스토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걸작.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으로 기억되듯, 천명관은 우리에게 『고래』로 기억될 것이다.
맛로알드 달 저/정영목 역20세기 최고 이야기꾼 중 한 사람인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집. 동화작가로 알려진 로알드 달이 사실 뛰어난 단편소설 작가임을 아는 이는 드물다. 『맛』은 그런 독자들을 위해 잘 차려진 잔칫상과 같은 책. 로알드 달의 어린이책 팬에게 꼭 권하고 싶다.
틈새이혜경 저긴 여운과 잔잔한 문학적 감동을 던지는 이혜경 단편집. 오늘을 사는 인간의 더욱 깊어진 아픔을 섬세하게 천착하는 작가의 감성을 확인케 하는 다양한 소재와 등장인물이 눈에 띈다.
돌의 내력오쿠이즈미 히카루 저/박태규 역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벼운 일본 문학의 대척점에 있는 생에 대한 진지하고 무거운 성찰을 담은 단편집.유려한 문장, 인간 심리의 이면을 파헤치며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인다.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인 『돌의 내력』은 전쟁과 운명으로 삶과 가족이 파괴된 남자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