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의 서재가수
이상하죠. 소설이든 수필이든 결국 남이 쓴 남 얘기인데, 왜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일까요.
흠, 근데 위의 기분은 책을 읽고 나면 딸려오는 덤 같은 것이고 저는 사실 책이 재미있어서 읽을 따름이지 말입니다. 유치원 다니던 시절과 다름없이 단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 중간에 책을 덮지 못하는 저차원적인 독자일 뿐이지 말입니다. 특히 여행지에서 책을 읽을 때는 마치 양손에 빵을 2개 들고 먹을 때 같은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명사의 추천
시핑 뉴스애니 프루 저/민승남 역『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전 이 책이 훨씬 좋았어요. 절망속에서 피어난 한송이 장미는 더 색이 곱고 향기가 진해요. 그런 책입니다.
소설가의 각오마루야마 겐지 저/김난주 역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도 훌륭하지만 이 수필에 서있는 날은 섬뜩할 정도예요. 창작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좀 마초적이긴 하지만요. 제가 음악을 하는 자세에 큰 영향을 준 수필입니다.
선의 나침반숭산 저/현각 편/허문명 역가장 우울할 때 구원이 되어주었던 책. ‘오직 모를 뿐’이라는 숭산 큰스님의 말씀이 제 머리를 땅 하고 쳤어요. ‘아, 몰라도 되는구나. 알아가려고 하면 되는구나. 실패도 괜찮구나.’ 하고 멋대로 해석하고 멋대로 위로가 받았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책입니다.
커피 한 잔 더 1야마카와 나오토 글,그림/오지은 역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걸 좋아합니다. 편집자와의 인연으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 이 책을 번역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그다지 없지만 커피 맛이 느껴집니다. 우리 인생처럼 복잡한 그 맛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