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의 서재소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한다는 건 남의 인생에 간여하는 일만큼 면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음으로건 양으로건 타인의 인생에 길라잡이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것이 또한 책입니다. 책에 대해 나는 평생 ‘학생’의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인생 자체가 무지로부터 지혜를 얻어가는 학업의 과정이니 학생이 죽는 날 아침까지 공부를 하는 건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읽을 책을 미리미리 준비합니다. 뿐만 아니라 읽고 터득한 책은 빨리빨리 순환시켜 타인들에게 나눠줍니다. 몇 천 권의 책을 그렇게 방출했지만 아직도 내 작은 서재엔 처리하지 못한 책, 터득하지 못한 책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있어 나는 노년이 두렵지 않습니다. 책이 나의 저승이고, 저승이 책의 세계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인생 공부 열심히 합시다, 학생 여러분!
명사의 추천
사유하는 도덕경김형효 저고리타분한 ‘경’자가 붙은 책이지만 21세기에 가장 어울리는 ‘경’이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김산해 저인류 최초의 영웅서사시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심오한 문학성으로 나는 삼십 년 넘게 길가메쉬를 만나고 있다.
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저/김난주 역‘갇혀 산다’는 느낌이 든다면 반드시 읽을 만한 책. 탈출도 별볼일 없다는 걸 일깨워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