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서재언론인
성실한 독자가 못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지 않습니다. 머릿말부터 50페이지까지만 읽고, 목차를 훑어보죠. 어디 가서 아는 척은 해야 하니까. 뭘 이야기하려는지 대충 감을 잡으면 책을 덮어 버립니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책 제목만 보고도 ‘읽은 셈 칠 수’ 있는 경지에 오르지요.(웃음)
명사의 추천
이보디보션 B. 캐럴 저/김명남 역사변 철학이 아니라 실증 생물학이 실존적 자기객관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단 걸 이 책은 훌륭하게 입증한다. 알고 보니까 초파리와 인간은 형제더라고. 이 정도 지적 충격이면 거의 섹시하다.
더 레프트 THE left 1848~2000제프 일리 저/유강은 역 무력감에 젖지 않으면서 좌파를 낭만화하지도 않으면서, 좌파 기획의 연원과 노정을 지대로 간증한 좌파역사大실록. 똥 누면서 읽으면 간지난다. 변소 한 달 동반자로 딱.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토머스 프리드먼 저/장병옥, 이윤섭 공역중동 문제 이해에 이만한 입문서 없다. 주제의 하중을 가볍게 극복하는 문장력과 통찰력으로 현장감 장난 아니다. 무협지 수준. 유태계란 한계와 편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나, 이 정도 객관이면 부처 아닌 일반인으론 한계치 아닌가 싶다.
클릭, 서양건축사캐롤 스트릭랜드 저/양상현 등역어디 가서 고딕이니 바로크니 하며 아는 척은 하고 싶은데 절대 너무 많이 알고 싶진 않다. 딱 쪽 팔리지 않을 만큼만 얄팍하게 그러나 정통으로 섭렵하고 싶다. 그럼 그나마 이 책이다. 건축사치고 이만하면 엑쎄서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