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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장석주의 서재 시인
“책을 고를 때 저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독창적일 것, 재미있을 것, 그리고 새로운 사유를 담고 있어야 그 책에 끌리곤 합니다. 서재의 책들은 지적 성장을 돕는 자양분입니다. 서재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지식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생산해내는 거점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재는 지식의 보고(寶庫)입니다. 당연히 좋은 책들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수입의 일정 부분을 떼어 많은 책을 삽니다.”



“서재는 묵언을 실천하며 청정도량이자 수도원 같은 곳입니다. 저는 서재에서 침묵하고 명상하는 수도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호접몽’이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장자는 꽃과 나비가 어우러진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 깨고 나서도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지,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죠. 서재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서 책과 더불어 노니는 곳입니다. 서재에 들어간다는 것은 현실에서 피안의 세계로 넘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독서를 시작한 청소년 때는 방황과 암중모색의 시기였습니다. 나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문제를 안고 고뇌를 했습니다.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지요. 잡학과 남독(濫讀)의 시기였습니다. 여러 한국문학전집들을 독파하고,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등을 읽었습니다. 20대는 질풍노도와 도약의 시기였습니다. 국립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었는데 때로는 서울 종로에 있었던 대형서점들을 순례하며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시인들의 시집들, 가스통 바슐라르와 니체의 책들, 김우창과 김현, 사르트르와 카뮈, 하이데거, 위르겐 하버마스 등을 찾아 읽었습니다. 40대는 좌절과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오랫동안의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으로 거처를 옮겼죠. 당시 본격적으로 동양고전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노자의 『도덕경』, 『장자』, 『논어』와 같은 책들을 열심히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50대인 지금은 안정과 평화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들뢰즈의 책들, 『주역』을 읽고, ‘선’에 관한 책들, 『벽암록』, 『금강경』이나 화엄 사상에 관한 책들, 자연과학, 물리학 책들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장석주가 최근 집필한 『마흔의 서재』, 『일상의 인문학』, 『이상과 모던뽀이들』 등은 모두 다른 책들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책이다. 장석주는 책에서 착상을 얻고, 그와 관련된 책들을 집중적으로 찾아 읽고 사유하며 그 착상에 살을 입힌다. 그는 “착상은 하나의 씨앗과 같다”고 말한다. 책 읽기는 곧, 그 씨앗의 싹을 틔우기 위한 물과 햇볕을 끌어오는 일이다. 일상의 대부분을 서재에서 보내는 장석주 작가는 요즘 뇌과학, 생물학, 생태 문제, 숲과 인간, 웰다잉, 우주와 생명의 시작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울러 ‘니체와 노자’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있다. 장석주 작가는 예전에 읽었던 니체의 저작물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고 있는데, 제임스 H. 오스틴의 『선과 뇌의 향연』, 피에르 클로소프스키의 『니체의 악순환』, 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의 『유럽의 붓다, 니체』 등이 최근에 읽은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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