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예스24

명사의 서재

정호승의 서재 시인
“1950년대는 아이들을 위한 책 출간이 오늘과 같지 않았던 때입니다. 그래서 유년기에는 읽은 책이 없어요. 초등학생 때도 교과서 외엔 읽은 책이 없지요. 중학생이 되어 비로소 만화 『라이파이』, 『엄마 찾아 삼만리』 등을 보기 시작하면서 책 읽는 재미를 처음 느꼈습니다. 그 뒤 학교 도서관에서 학원사 판 해외명작 다이제스트 『해저 2만리』, 『돈키호테』, 『삼총사』 등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동네 책대본집을 통해서는 방인근의 『새벽길』, 김내성의 『청춘극장』 등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 무렵 발간되던 중고생들을 위한 월간잡지 <학원>, <여학생> 등은 매달 사서 읽었는데, 그런 잡지에서 읽은 다양한 글들이 제 독서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습니다.”

“청년기 때는 소설보다 시집을 많이 읽었습니다. 민음사 판 세계시인선을 읽기도 했지만, 주로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청계천 헌책방을 다니며 김소월, 이용악, 정지용 등의 시집을 구해 읽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고 그런 동화를 쓰고 싶어 했고 매일 아침마다 한 쪽씩 성경을 읽었습니다. 창비 신서도 열심히 읽었는데 그 중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해방전후사의 인식』, A·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등을 읽었으며, 그 외 릴케의 산문집 『말테의 수기』, 에브 퀴리가 쓴 『마리퀴리』, 『명심보감』 등을 읽은 기억도 납니다.”

“장년기 때는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습니다. 예수의 생애와 사상을 소설화한 책들과 독일의 신학자 본 훼퍼, 20세기의 마지막 영성가인 헨리 나우웬 등 여러 수도자들이 쓴 영성서를 많이 읽었으며,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불교 서적은 『아함경』입니다. 경봉스님법어집 『법해(法海)』는 밑줄 그어가며 읽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라즈니쉬의 『도마복음강의』도 기억납니다.

정호승 시인은 성서를 지속적으로 읽은 독서 경험으로 ‘서울의 예수’와 같은 시를 쓰게 됐다. 그의 초기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새벽편지』 『서울의 예수』 등에는 김현승 시집 『절대고독』 『견고한 고독』, 김수영 시집 『거대한 뿌리』 『달나라의 장난』,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등을 읽고 공부한 부분이 녹아 있다. 요즘, 정호승 시인의 관심사는 신과 인간의 사랑이다. ‘인생의 깊이는 사랑의 깊이’이고, 인간과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한 책들을 모으고 읽고 있다. 책을 고를 때는 아무래도 내면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게 된다. 정호승 시인에게 책은 ‘영혼을 위해 먹는 밥’이다.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 좋다”고 말하는 정호승 시인. 스스로의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첨성재(瞻星齋)’가 어떨까 싶다. 아마도 등단작인 시 ‘첨성대’가 서재에서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신작 산문집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는 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가 출간된 지 7년 만에 나온 작품이다. 정호승 시인은 “인생의 고비에 선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글”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사진/ 김장현

명사의 추천

서재를 친구와 공유하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Copyright ⓒ 2024 YES2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