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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김동영의 서재 작가
“어릴 적 저는 너무나 평범했기에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늘 특별해지고 싶었습니다. 그 시기를 생각하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태평양에 난파된 배처럼 누군가의 구조의 손길을 기대하며 계속해서 허공에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었던 시기였던 거 같습니다. 나를 특별하게 해줄 것은 책과 음악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책들을 읽었고 음악들을 들었습니다. 그것들을 이해하는 건 두 번 째 문제고, 그것들을 읽고 듣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는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 또래 아이들에 비해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읽고 들은 책과 음악의 주인공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려 했습니다.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36살이 된 지금 저는 아주 능숙한 연기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어떤 것이 실제 나의 모습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나는 실제 그런 사람인가?'입니다.”

“뉴욕에 머물고 있을 때,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를 만나기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무작정 메일을 보내 약속을 받았습니다. 만난 날은 다가올 수록 저는 너무 흥분해있었습니다. 만나기로 한 2주 전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의 집 앞 계단에 앉아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대 작가와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그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울었습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봐』를 비롯해 많은 저서를 좋아합니다. 그는 제게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을 문장으로 만드는 법 그리고 이 잔인한 세상을 웃음으로 넘기는 법을 가르쳐 준 작가였습니다. 지금도 그날 돌계단의 차가운 냉기가 생각나곤 합니다.”

“헤밍웨이 같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문장은 마치 링 위에 권투선수의 펀치처럼 한대 맞으면 다운이 되는 느낌을 줍니다. 장문을 쓰지 말 것, 올바른 단어를 사용할 것, 접속사나 부사를 최대한 배제할 것. 그가 젊은 작가들은 조언한 이것 덕목들을 항상 최고의 비법처럼 마음속에 두고 있습니다.”


“책을 고를 때는 무조건 첫 번째 문장과 맨 마지막 문장을 읽어봅니다. 정말 그거뿐입니다. 글을 쓸 때는 대부분 상수동에 있는 이리카페에서 늘 앉는 구석 자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씁니다. 집에서는 글은 잘 쓰지 않습니다. 물론 낮에 쓴 원고를 읽어 보긴 하지만. 사람들은 어수선한 카페에서 어떻게 글을 쓸 수 있냐고 묻곤 하지만 저는 어수선한 그곳에서 음악으로 귀를 막고 글을 쓰는 것이 좋고 오히려 집중이 잘 되고 제 감성이 잘 드는 칼처럼 날카로워집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외딴 섬에서 남겨진 것만 같습니다.”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의 저자 김동영 작가. 그는 글을 쓸 때, 다른 작가들은 거의 읽지 않는다. 영향을 받기 쉬운 타입이라 만약 다른 작가의 책을 읽으면, 그 즉시 문장을 따라 쓰는 경향이 있어 웬만해선 읽지 않는다. 대신 시나 인문학 책을 읽는다. 이런 장르의 책들은 문장을 완성하거나 더 많은 상상력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동영 작가는 요즘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걸리는 수많은 질병 중에 정신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물론 무거운 주제이지만 언젠가 한번 써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동영 작가는 요즘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을 읽고 있다.

김동영 작가는 최근 3년간 소설 작업에 매달렸다. 단편 모음집을 작년에 발간할 예정이었으나 역량 부족으로 포기했고, 이후 1년 동안 장편 소설에 몰두해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고. 김동영 작가는 매일 매일 의심과 자기애를 반복했고 결국 자신을 믿기로 했다. 칼 끝이 심장을 향하는 마음으로 써내려 간 김동영 작가의 첫 번째 소설. 그는 “실패는 없을 것이다 작가로서 첫 발자국을 이제 내딛었기에 실패도 성공도 없다. 다만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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