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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정유선의 서재 교사/교수
“태어난 지 9일 만에 심한 황달로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3-5살 때는 연세재활 병원에 입원해 여러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재활 치료를 받았어요. 일반 초등학교에 가서는 친구들과는 다름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모든 일에 열심히(남에게 지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공부, 먹는 것, 노는 것 모두 모두 열심히) 했기에 나름대로 성취감이 있었고, 부모 형제 선생님들 친구들의 사랑을 잔뜩 먹고 자라서 행복했죠.”

“청년기는 초등학교 때 느끼지 못했던 ‘남과 다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당장 주어진 일은 묵묵히 열심히 했지만, ‘나는 왜 이렇게 다르게 태어났지?’ ‘나에게 다름이 없었더라면 지금 보다 더 잘 살았을 것 같은데’라는 내적 고민 때문에 좌절의 늪에 깊이 빠져 들어간 시간도 종종 있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다름’으로 인한 상처에 대한 아픔보다는, 제 상처를 어루 만져 줄수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희망, 행복감이 컸어요.”

“대학 졸업 이후, 한 남자의 아내로 새 삶을 살며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 들어가서 공부하는 동안 두 아이의 엄마로서 또 새 삶을 살게 되었고,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는 대학교수로서의 새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계획 세우기를 즐기는 편이에요.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인생 계획 등을 세워놓고 그 계획을 될수 있는 한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희열도 느끼고, 좌절도 느끼며 그렇게 살아가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우리네 인생에서 인간의 노력만 가지고는 넘지 못할 것 같은 순간들도 분명 있어요.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 도 겪은 것 같고, 흔히 말하는 ‘갱년기’ 증상도 오는 것 같아요. 노안은 또래 주위 사람들보다는 조금 일찍 나에게 친구하자고 찾아와 어느새 깊이 자리잡아 독서안경은 어느새 제 필수품이 되어버린 지 몇 년이 됐어요. 아직도 저는 남들 앞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것이 어려워요. 아직도 저의 걸음걸이는 흔들흔들거리고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 없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행복해요. 왜냐면 이런 불편함조차 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에요.”

정유선 박사는 보조공학,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아 장애인과 관련된 책이 있으면 모두 읽는 편이다. 또한 한 사람의 도전 정신이 담긴 책,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도 즐겨 읽는다. 정유선 박사의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100% 인내 끝에 오는 200% 행복’이다. 서재는 주로 학교 일을 가지고 와서 작업하는 오피스이지만, 저서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도 서재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를 펴낸 정유선 박사는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미국에 건너가 조지 메이슨 대학 최고 교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담았다.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기라는 컴퓨터 음성기기의 도움을 받아 강의를 하는 정유선 교수는 강의를 위해 일주일 내내 홀로 리허설을 한다. 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교수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은 것이 ‘최고 교수’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서 감히 두 가지 욕심을 냈어요. 하나는 내 이야기를 통해 세상 사람들이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에요. 특히, 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어놓은 이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조금이라도 허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두 번째 욕심은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의 중요성을 한국 사회에 보다 널리 알리고 싶다는 것이에요. 보조공학이란 말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거예요. 이해가 쉽도록 설명해 보면,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이란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입고, 먹고, 읽고, 쓰고, 보고, 이동하고, 의사표현을 하고, 여가 생활을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해주는 보조 기기나 서비스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보조기기 중에서 나는 현재 보완 대체 의사소통기기(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언어 장애가 있는 내가 강단에 설 수 있는 것 역시 이 기기 덕분이에요. 한국 사회에 보조공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한국적 현실에 맞는 보조 기기를 계발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해요. 보조기기 사용이 절실한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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