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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유종필의 서재 국가기관단체인
“저의 할아버지는 서당의 훈장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방의 대나무 시렁에는 한문으로 쓰인 책들이 꽉 차 있었는데, 책들이 풍기던 한지 특유의 그윽한 향내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조부는 89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분이었죠. 말년에는 치매 증세도 있었는데, 그때도 책은 보셨어요. 그렇게 할아버지가 틈날 때마다 읽어서 손때가 묻은 책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군요. 제 유년시절에는 누구네 집 할 것 없이 애들이 읽을 만한 책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때 동화를 못 읽은 것이 아쉬워, 대학생 때 어린 조카의 책을 읽기도 하고, 동네 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을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관악구청장 유종필과 책의 인연은 어린 시절에서부터였다. 최근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를 출간한 그는 『세계 도서관 기행』이라는 책을 펴낼 만큼 책을 향한 관심이 높다. 이러한 관심은 고등학교 때에 더 높아진다.

“고등학교 때 도시로 진학 오니까 큰 도서관이 있었어요. 독서회에 가입해서 활동도 하고,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죠. 수업이 끝난 뒤에는 도서관에 남아서 늦게까지 책을 봤어요. ≪현대문학≫ ≪문학사상≫과 같은 문학잡지, 동서양 고전을 읽으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특히, 시를 좋아해서 맘에 드는 시를 만나면 수십 번씩 소리 내어 읽었어요.”

“대학생 때는 학교를 오가며 사서삼경 원문을 자주 읽었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너는 무엇으로 이뤄졌느냐’라고 물으면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으로 이뤄졌다’고 말하던 시절입니다. 아마도 『논어』와 『도덕경』을 100번 가까이 읽은 것 같아요. 그만큼 제 가치관도 그 책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논어』가 지극히 현실적이라면, 『도덕경』은 현실을 초월한 가치를 얘기해요. 저는 땅바닥에서 담배꽁초도 줍지만, 하늘을 볼 때는 별을 딸 생각도 해요.”

고전을 위주로, 한 번 읽은 책을 100번이나 읽을 만큼 진득한 독서생활을 했던 유종필 관악구청장. 그의 독서생활은 지믁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서재에는 아직도 읽어나가야 할 책이 많다고 한다.

“저의 서재는 읽은 책보다 읽어야 할 책이 더 많아요. 매달 구매하는 책도 꽤 되고 지인들이 보내주는 책도 있어서요. 읽어야 할 책을 볼 때, 저는 압박감을 느끼진 않습니다.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워요. 저는 특정한 분야의 책만 읽지는 않아요. 신문과 잡지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소재의 책들에 구미가 당기는데, 모든 책을 완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바쁠 때는 표지와 목차, 머리말만 훑어보기도 해요. 그때그때 먹잇감을 취하는 유목민과 닮았지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이덕일의 『왕과 나』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인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춰보게 되네요.”

한편 자신이 쓴 글에 대해 그는 어떻게 평가할까?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국회도서관 관장 시절, 『세계 도서관 기행』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최근에는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를 냈다.

“『세계 도서관 기행』은 제가 국회도서관 관장을 하면서 매년 세계 도서관 대회 참석차 해외를 방문할 때 다른 나라 도서관을 탐방한 기록과 소회를 모은 책이에요. 이때 도서관과 책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어요. 도서관의 역사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궤를 함께했습니다. 요즘에는 공공도서관이 많이 생겨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지만, 서양을 보면 중세까지는 왕실, 수도원 등에 도서관이 설치돼 일부 특권층만 드나들 수 있었지요. 도서관은 그 나라의 지식수준을 보여주는 곳이자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자존심이라고 믿어요.”

“집에서 제 별명이 ‘유별나’에요. 근데 전 이 별명이 좋아요. 이번에 쓴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는 그런 저의 생각을 담은 책이에요. 저는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남과 다르게 결정한 일이 많아요. 기자생활을 하면서 시사 인형극대본도 쓰고 정치유머집도 냈지요. 나의 신념과 맞지 않을 때에는 과감히 사표도 냈습니다. 그래서 백수생활도 많이 하긴 했지만요. 책에 쓰기도 했지만, 홍콩 해변에서 별난 아파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37층 건물 한가운데에 직사각형으로 구멍을 크게 내놓았는데 사람 사는 아파트를 왜 저렇게 만들어 놓았나 했더니 그게 용이 지나가는 자리래요. 뒷산 계곡에 용이 살고 있는데 이 건물을 지으면 용이 바다 쪽으로 날아가는 길을 막게 될까 봐 길을 터주었다는 거예요. 이 건물은 상서로운 용이 지나가는 아파트라고 해서 값비싸게 거래된대요. 이렇게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참신하고 재미난 일을 꾸밀 수 있어요.”

“저는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엉뚱한 발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현실화시키려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죠. 우리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페이지가 재미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하루하루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삶이 엉뚱한 생각으로 날마다 경이롭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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