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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이석원의 서재 작가
“어려서부터 서점을 좋아했는데 책을 읽으러 간 게 아니라 단지 그 공간이 좋아서 갔습니다. 책들이 있어서 푸근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펼쳐보기만 하고 읽을 수는 없었어요. 그러다 한 30대 중반부턴가 서점에 갈 때마다 읽지도 않는 책을 한 권 두 권씩 산 것이 책장을 메워나가기 시작했고, 책장의 자리가 부족해서 하나 둘 셋 추가로 주문을 해야 할 만큼 많은 책을 사댔습니다. 그러다 서른 여덟쯤이었나, 작업의 여파로 몸이 상해서 집에 갇혀있다시피 했을 때, 거의 태어나서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때 처음 봅 가르시아의 『셜록 홈즈의 유언장』이라는 작품을 완독하고선 환희에 찼던 기억이 나네요. 워낙 활자와 친하지 않아 이후로도 독서에 속력이 붙지는 않았지만 그때부터 서서히, 특히 2009년 『보통의 존재』를 낸 후부터 책과 많이 친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영감이라는 게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20년 가까이 크고 작은 창작을 해 왔지만 언제나 제가 만드는 것들은 그저 머리를 쥐어짜야 나오곤 했고, 소재도 늘 제가 살아내는 하루 하루, 일상에서 찾아왔습니다. 때문에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책도 물론이고요. 언제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저의 관심사이고, 제게 행복이란 남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으며 제 중심을 갖고 스스로의 인생을 지배하며 사는 것입니다. 인생은 한번뿐이기에 하루, 한 달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저에게 책은 삶의 가르침이나 지혜를 주는 선생이기보다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산책코스 ‘활자로 만들어진’이거나 곁을 지켜주는 친구로 더 와 닿기 때문입니다.”

“책을 고를 때는 스토리나 내용보다는 우선 문체를 중요시 합니다. 문장이 거슬리면 단 한 페이지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잘 쓴 글도 좋지만 일단 문장의 거슬림이 없어야 최소한 읽어 나갈 수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공간에서 책이 저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든든하고 위안이 됩니다. 서재에 이름을 굳이 붙인다면 그저 '서재'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 나이에 서재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단지 제가 서재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2009년 첫 산문집 『보통의 존재』 이후 장편소설 『실내인간』을 출간한 작가 이석원. 그는 자신이 활자로 만든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해 글을 쓴다. 책을 낼 때마다 다른 이야기로 그 공간을 꾸미고 일은 언제나 그를 설레게 한다. 후속작을 집필 중인 이석원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장편으로 간다면 제목은 여덟 글자가 될 것이고, 단편으로 쓴다면 『실내인간』과는 아주 다른 정갈한 필치를 보여줄 생각이다.

사진/한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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