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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이수동의 서재 화가
“독서를 좋아했던 때가, 빠졌던 때가 정말 있었는지 자문해보니, 부끄럽지만 없었군요. 한때 젊은 시절,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던 때는 좋은 글귀를 인용하고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달달 외운 적은 있습니다. 20대 때에 읽은 거지만 아직도 그 내용은 써먹을 만합니다(웃음). 50대인 지금도 일상의 술자리,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도 가끔, 그 책에 나오는 여우, 장미, 모자 등등의 예를 들며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전혀 진부하지도 않고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오히려 세련된 교훈 같은 말이 담긴 책이었지요.”

“독서와 거리가 좀 멀었던 제가 마침 이 가을부터는 책을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 때부터 저의 작년까지는 이사의 연속이었으므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책이 모이는 건 사실 다음 이사의 최대의 적이었습니다. 드디어 올해 태어나 처음 집을 샀고 제 서재가 생겼습니다. 이사의 두려움 없이 방 하나를 온전히 저의 서재로 만든 것이지요. 흩어져 있던 책을 하나 둘 새로 산 책장에 꽂던 짜릿함, 내가 드디어 격조 있는 교양인(?)이 되는구나 싶은 그 뿌듯함(웃음).”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책값이 2,000원일 때 사서 아직도 가끔 봅니다. 제목이 주는 편안함, 가진 것이 없던 내게 참 위안이 되는 제목이었지요. 주로 1970년에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인데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쯤이고, 이리저리 계산하면 현재의 저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그런 깊은 뜻의 글들을 써내려 간 걸 보면 대단하신 스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불교 쪽으로 살짝 기울 게 한 책입니다. 지금은 절판이 되었지요.”

“어느 분야든 혁신적인 사람이 종국에는 그 분야를 지배, 혹은 발전시킵니다. 우리 미술계에선 당연히 피카소죠. 많은 미술 애호가들은 고흐나 뭉크 같은 극적인 삶이나 감동받을 사연 등에 비중을 두지만 피카소만한 혁신가는 없지요. 피카소에 관한 책이야 물리도록 많이 보았으니 되었고, 오늘날의 혁신가라고 하면 누굴까요? 맞습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겠지요. 피카소의 혁신에다 고흐 같은 극적이 삶까지 얹어졌으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열광하는 사람들의 일부가 되어 2013년에 가기 전에 그의 전기 『잡스』를 꼭 읽어볼까 합니다.”


자연스레 어른이 되었듯 사랑을 그리게 됐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화풍으로 널리 사랑 받는 화가 이수동. “그림은 나를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해 그리는 것”이라는 일념으로 그려낸 이수동의 그림들은 그동안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 윤준서(송승헌)가 그린 그림의 실제 화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얻었으며 이후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 시리즈의 타이틀 글씨를 썼다.

최근 이수동 작가는 그림 에세이집 『오늘 수고했어요』를 펴냈다. 2010년에 펴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토닥토닥 그림편지』의 후속작인 셈이다. “어느 날부터 그림의 주제가 사랑이 됐다”고 말하는 이수동 작가. 그는 “자연스레 어른이 되었듯 사랑을 그리게 됐다. 좋은 현상인 것 같다. 그림은 그림대로 행복한 주제여서 좋고, 인생도 어른이 되니 여러 의무와 책임을 진다는 건데, 역시 괜찮은 사는 맛인 것 같다”고 말한다. 모두 ‘주는 입장’에 서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수동 작가는 “사랑은 무조건 주는 것이다. 사랑을 듬뿍 담아 놓은 그림을 보면서, 그 사랑을 남에게도 나눠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동 작가의 서재는 ‘허당(虛堂)’이다. 서재에 들어가면 이전의 것을 비우고(비우는 집, 빈 집=허당) 새로 글을, 책을 만나자는 뜻이다. 이수동 작가는 “가수 이승기의 별명이기도 한데, 10분 정도 앉아서 지은 이름인데 괜찮지 않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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