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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이장욱의 서재 작가
“책이든 영화든, 나를 ‘건드리는’ 텍스트들을 좋아합니다. ‘건드린다’는 것은 그냥 공감한다거나 감동한다거나 동의한다거나 정보를 습득한다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내 안의 무언가를 작동하게 하는 것, 이동하게 하는 것, 꿈틀거리게 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안에 없던, 다른 종류의 세계 하나가 태어나는 느낌이랄까요. 좋은 책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런 경험을 하게 합니다. 물론 읽는 이의 개인적인 기질이나 취향, 상황에 많이 좌우되긴 하지만 말이죠.”

이장욱 작가가 첫 소설집 『고백의 제왕』 이후 3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 『천국보다 낯선』을 펴냈다. 13개 장으로 구성된 『천국보다 낯선』은 정, 김, 최의 시선이 1장부터 12장까지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장이 바뀔 때마다 매번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과 장면이 변주됨으로써 영화 「라쇼몽」처럼 서사에 이물감을 덧씌우며, 사람에 따라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다르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백지은은 “우리 시의 미래에 이장욱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 소설의 미래도 이장욱을 가졌다.”고 평하며 『천국보다 낯선』을 “신(新)서사”의 탄생이라 지적했고, 문학평론가 강지희 역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당신은 천국보다 낯선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상찬했다.

“글을 쓸 때는 읽는 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안과 내 바깥의 끝까지 가보는 기분으로 쓸 뿐입니다. 하지만 글을 다 쓰고 책이 나온 뒤에는, 갑자기 읽는 이들을 떠올리고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나는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쓴 것일까? 언제쯤이면 책이 나온 뒤에도 민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읽어보십시오, 읽어주십시오, 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때가 올까? 아마도 그런 때는 오지 않겠지. 하지만 다음 번 또는 그 다음 번에는 혹시 가능할지도. 낯이 얇은 저는 매번 그렇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제 서재의 이름은 ‘천국보다 낯선’입니다. 최근에 나온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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