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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류신의 서재 평론가
독서를 통한 상상이 즐겁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를 봐도, 스크린만 보면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리 지루한 소설을 읽어도, 책장을 넘기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던 것 같아요. 문자 텍스트를 통해 머릿속에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일, 요컨대 독서를 통한 상상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이미지를 던져 주는 영화보다 문자를 통해 스스로 이미지를 조합해 나가야 하는 독서 행위를 더 좋아합니다.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던 건 독일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브레멘 대학 도서관 3층 열람실 구석자리에서 책을 읽다가 물끄러미 쳐다보던 호수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집중과 방심이 가장 아름답게 교차되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천문대의 별밤지기로 살고 싶다

저에게 서재는 천문대입니다. 서재에 꽂힌 책들은 하나하나가 영롱한 별입니다. 그 수많은 별들을 우러르며 별들 사이를 점선으로 연결하는 곳이 서재입니다. 기성의 별자리를 판독하고 미지의 성좌를 탐색하는 천문대와 같은 곳이죠. 그런데 새로운 별자리 찾기 시도는 성공할 때보다 실패로 끝날 때가 더 많습니다. 제 삶의 공간에서 희망과 절망, 열정과 좌절의 낙차가 가장 큰 곳이 서재랍니다. 별들을 새로운 구도와 맥락 속에 재배치하려는 열망은 곧 좌절과 독대하게 됩니다. 무질서하게 펼쳐진 수많은 별들 앞에서 백기를 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천문대 분위기는 멜랑콜리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옹호합니다. 우울한 열정을 사랑합니다. 천문대의 별밤지기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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