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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강신주의 서재 작가
초등학교 시절, 볼거리로 심하게 고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몸이 불덩이 같았고 어지러워 계속 며칠 동안 방에만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누나가 보던 문학 책들이 제게 유일한 친구였죠. 그 후 책은 제 삶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가장 책 읽기에 빠졌던 시간은 아마도 철학과 대학원 시절 거의 10년 동안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철학, 문학, 과학 등등 마치 무언가에 중독된 것처럼 책을 읽었습니다. 그 10년이 없었다면, 아마 저는 저자가 될 수도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머리말 중 첫 문장과 첫 구절입니다. 거기에 전체 글의 수준과 문체가 다 응축되어 있으니까요. 다음으로 목차를 훑어봅니다. 뻔하지 않은 목차여야 합니다. 한 마디로 목차 내용 중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을 펼치고 읽어봅니다. 여기서 강한 자극을 받는다면, 저는 그 책을 구입합니다.

서재는 ‘전쟁터’입니다. 책과 씨름하고 모니터와 씨름하는 곳이니까요. 책 읽는 것도 그렇지만 글 쓰는 것도 항상 긴장된 작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리면 책은 읽으나마나 이고, 글도 너저분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지요. 책을 완독했거나 글 하나를 완성한 다음에, 서둘러 바깥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도 그런 긴장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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