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의 서재교사/교수
관심사가 잡다한 편이라서 특별히 읽겠다고 작심한 책은 없고 항상 신간을 눈여겨보고 맘에 들면 바로 바로 구매합니다. 굳이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미시문화사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작은 사물의 변천이 어떻게 인간사를 반영하고 있는지가 항상 신기합니다.
제 서재는 ‘허망한 무덤’입니다. 저는 같은 책을 두 번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한 번 읽은 책들이 다시 펼쳐질 미래가 없이 꽂혀 있으니, ‘과연 저 책들이 내게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머릿속에서는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물체로서의 책만 방에 가득 남아 있으니 이유를 알 수 없는 집착이 세상에 남긴 무덤 같기만 합니다.
최근 집필한 『빨간 도시』는 건축과 도시, 그리고 건축가가 처한 뒤틀린 현실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글입니다. 도시는 그것을 담고 있는 사회에 의해 규정이 됩니다. 사회가 지닌 모순과 갈등은 그 도시에 그대로 각인이 됩니다. 우리 도시는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보행자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더 대접받는 공간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모순을 도시에서 깨닫지 못한다면 거기 담긴 사회는 계속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로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시에 담긴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명사의 추천
파리대왕윌리엄 골딩 저/유종호 역인간의 본성에 대한 비극적 세계관이 극명하게 드러난 책. 소설을 쓰는 것은 너스레를 떠는 것이 아니고 소설가가 세계관을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알려준 책입니다.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저/유숙자 역어린 나이에 읽고 그 첫 문장에 압도되었는데 알고 보니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분. 과연 그럴 만하다고 탄복했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 1오르한 파묵 저/이난아 역기이한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던 책. 이스탄불이라는 회색 도시가 현대에 얻어낸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죄와 벌 (상)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홍대화 역괴상한 이름과 길기만 한 서술에 한숨이 나오는 긴 글이지만 뒤로 가면서 숨이 막힐 듯 헉헉거리며 읽은 책입니다.
장 크리스토프 1로맹 롤랑 저/손석린 역베토벤에 한참 빠져 있을 때 그를 모델로 썼다고 해서 집어 들었던 책. 소설 속에서 환생한 위대한 영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슈렉 1 (1Disc,dts)앤드류 아담슨,비키 젠슨최근 몇 년의 미국 영화를 보면 소재 고갈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들 아는 스토리를 꼬아 이렇게 참신하게 들이댈 수도 있구나 하는 점에서 그 상상력에 경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