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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곽정은의 서재 칼럼니스트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은 늘 바쁘셨고,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언니오빠는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인 상태라 저와 같이 지낼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은 제게 책은 가장 편안하고 좋은 친구였어요. 오빠와 언니를 보라고 사둔 세계 명작전집 같은 책들을 읽고 나서, 저녁 늦게 들어오신 부모님에게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책은 외로웠던 저에게 가장 친근한 친구였고, 책을 읽는 건 어린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유희였던 셈이죠. 왜 어린 시절에 가족과 함께 자주 먹었던 메뉴는 자연스럽게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잖아요. 전 책을 볼 때 오래 전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곤 해요. 외롭지만 나라는 존재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그 날들이요.

1년 전에, 지금 집으로 이사하면서 책장과 함께 아주 커다란 테이블을 샀어요. 열 명 정도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테이블이요. 그 테이블에서 작업도 하고, 책도 읽고 하는데, 혼자 쓰기엔 정말 넓은 테이블이기 때문에 이 책 저 책 늘어놓고 읽을 수 있어서 더 편리해요. 혼자서는 독서를 하고, 여러 사람이 언제라도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어서 저는 이 공간을 ‘따로 또 같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최근작 『내 사람이다』는 일하면서 제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제가 사랑했던 사람 이야기, 미워했던 사람 이야기를 담다 보니 결국 남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이더라고요. 상처받은 이야기를 쓰다 보니 제 스스로가 치유를 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신기했죠. 이 책을 통해 치유를 받았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너무나 감사하고 또 다시 치유 받는 느낌이 들어요. 문명의 시대인 듯 하지만, 지극히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미약하나마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책이라면 저는 더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14년째 패션 매거진의 기자로 일하고 있고, 10년째 <코스모폴리탄>를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이 가장 갖고 싶은 것,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예측하는 일이 저의 커리어 전부를 관통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해부터는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한 업무가 늘어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도 많이 보고 있고, 싱글 라이프에 대한 책도 신간이 나오는 대로 열심히 보고 있어요. 노명우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 얀 칩체이스와 사이먼 슈타인하트가 함께 쓴 『관찰의 힘』을 이번 주말에 읽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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