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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김연수의 서재 언론인
독서는 내 인생의 소중한 벗이고 스승이었어요. 삶의 마디마디 지치거나 외롭거나 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독서는 산과 바다와 때로는 아기자기한 시냇길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흘러가야 할 삶의 물길을 제시해준 고마운 스승이었어요.

책 읽기는 내게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었지만 독서에 더 푹 빠져 지냈을 때도 있었어요. 40대 초반 새로운 일에 도전할 무렵, 오랫동안 길들여진 조직이란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 때에 저는 독서에 빠졌어요. 꼭 무슨 방법을 책에서 찾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지금 하는 일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 일상의 권태감을 독서를 통해 해결하고 자신감을 재충전했어요.

독서에 푹 빠져 지낼 때는 책을 구입하는 것도 읽는 것도 모두 과식, 그 자체였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단골 서점에 들러 책 내음을 맡아가며 느낌이 와 닿는 책들마다 한꺼번에 구입해서 2, 3일에 한 권정도는 거뜬히 소화시켰으니까요. 특히 비행기 안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먼 거리 출장이나 여행 때마다 ‘이번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 그 자체가 작은 행복이었어요.

요즘은 ‘인생’이란 단어의 울림이 너무나 크게 가슴에 와 닿아요.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자면 그때 그때 목표한 것들을 성취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도 하였고 장애물에도 맞닥뜨려보고, 허들 넘듯 장애물을 건너뛰는 순간에는 짜릿한 쾌감도 느껴졌고, 그 순간순간 의미가 있었지만 결국은 인생이란 단어 하나 속에 모두 녹아 들어 응축돼요. 그래서 단순히 감각적이거나 지식을 채우는 책들에는 눈길이 잘 안가는 반면에, 마치 촌부의 삶을 아주 진솔하게 풀어가는 한편의 다큐를 보는 듯한 그런 책들에게 마음이 가요. 관련하여 최근 중국 작가 위화가 쓴 우리말 제목으로 『인생』이란 책이 감동적이었어요. 15년 전쯤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서 먼저 만났을 때도 깊은 감동을 받았었는데, 원작으로 다시 읽어보니 각색이 많이 된 영화 줄거리와는 또 다른 감응을 받았어요.

제 서재는 ‘돼지저금통’이에요.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어릴 적 빨강 돼지저금통 한 마리쯤은 키웠을 거예요. 설날 받은 세뱃돈을 꼬깃꼬깃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눌러가며 돼지저금통 안에 쑤셔 넣었던 추억. 다 채워지면 원하는 꿈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고 또 거꾸로 꿈을 이루고 싶어 열심히 저금통을 채우던. 그래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고 부자가 된 그런 마음을 어른이 된 지금 나의 서재에서도 똑같이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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