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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윤순례의 서재 소설가
책 읽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늦은 밤에 조금만 읽겠다고 생각하면서 잡았다가 동트는 것을 모를 때도 있습니다. 다음 날 강의가 있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면 가급적 책을 펼치지 말아야 합니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 책을 읽다 내릴 곳을 지나친 적도 많습니다. 비행기나 기차, 장거리 버스 안에서는 책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북한산이 눈앞인 구기동에, 인왕산이 코앞인 개미마을에 작업실이 있었고, 지금은 고양동에 작업실이 있습니다. 결혼생활 13년째인 지금까지 무리하게(경제적인 혹은 거리상의 이유 등등) 작업실을 고집하며 호사를 누리는 이유는 살림 공간인 주방에서 멀어지고 싶어서입니다. 작업실이 있는 동네에서는 이웃의 누구와도 사귀지 않는 게 철칙입니다. 전화도 놓지 않아(지금은 지인들 모두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하니 의미가 없지만) 작업실에 갈 때마다 깊이깊이 숨어드는 기분입니다.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와인을 마시며 혼자 꾸물꾸물 놀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그래서 제 서재는 ‘은밀히 드나드는 행복 동굴’입니다.

최근 펴낸 『낙타의 뿔』은 ‘세계는 하나’인 지금 세계 어디에서도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을 생각하며 쓴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의 단 한 문장이라도 마음이 차고 축축한 이들을 위무할 수 있다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댔던 시간들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책들을 좋아합니다. 거듭거듭 읽으며 아끼는 책들을 몇 권만 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요. 여행지에서 읽었던, 제 처지와 경험이 어우러져 더욱 특별해진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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