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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하지현의 서재 교사/교수
책은 1만 원 정도의 적은 돈으로 한 사람의 생각의 정수를 얻을 수 있는 물건입니다. 잘 읽고 내 것으로 소화를 할 수 있다면, 평생 혼자서는 직접 해보지 못할 수 많은 경험을 간접적이나마 해볼 수 있고, 그들이 했던 실수를 토대로 나는 똑 같은 어려움에 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내가 어떤 삶의 시기에 있는지, 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일 때도 많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줄을 긋고, 메모를 해놓았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을 때의 생소함이나, 왜 이런 곳에 밑줄을 그어놓았는지를 연상해보며 ‘아, 내가 그때 그랬지’라며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될 때가 있지요. 저는 책이 이만큼 중요하기는 하지만 책을 너무 소중히 다루지는 말기를 부탁하고는 합니다. 서재에 가지런히 꽂아놓고 뿌듯하게 바라보기만 하기보다, 밑줄도 긋고, 한쪽 귀를 접어놓고, 여러 번 들춰본 책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책은 이상하게 이렇게 학대를 당할수록 더욱더 진짜 내 안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책을 읽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동 중에도 읽고, 자기 전에도 읽고, .또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읽기도 합니다. 도리어, 이 시간에 어울리는 책이 무얼까?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합니다. 주말 오전의 한가하면서 머리가 맑을 때에 읽을 책과 피곤한 평일 저녁에 휴식을 취하면서 읽을 책,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뒤적이면서 읽을 책은 전혀 다른 책일 것이니까요. 요즘 관심사는 우리 사회입니다. 우리 사회의 변화가 현실사회에서 우리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작인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는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해왔던 일과 더불어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경험하고 뼈저리게 느낀 생각들이 버무려져서 쓰게 된 책입니다. 그래서 이론적인 내용뿐 아니라 매우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이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요새 유행하는 책, 남들이 많이 본다는 책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더 나아가 “나의 지금 관심사가 가는 곳”에 가까이 있는 책부터 보면 어떨까요? 물론 그것이 꼭 실용서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관심사를 현실의 궁금함에서 시작해서 넓혀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자유롭게 오고 가는 국제여객터미널’이라고 할까요?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라기보다 최근 관심 갖고 읽은 책을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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