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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문유석의 서재 법조인
어린 시절부터 지병인 활자중독증으로 책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좋아라 하며 읽었고, 영화와 음악도 좋아하여 오래 전부터 dmajor7이라는 닉네임으로 ‘듀나의 영화낙서판’에 글도 쓰고 했네요.

올해엔 서울대 인문대의 IFP 과정을 통하여 훌륭한 교수님들로부터 인문학 강의를 듣는 좋은 기회를 가지며 고전을 다시 접하고 있습니다. 까뮈, 카프카, 파블로 네루다 등. 네루다의 시에 관한 강의를 들은 후 집에서 <일 포스티노>를 다시 보고, 네루다 자서전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 유명하다니까 괜히 한번 읽고는 ‘왜 유명하지?’ 하며 휙 던져버렸던 까뮈의 「이방인」도 다시 읽으니 참 쉽고, 와 닿고, 몰입되는 작품이더군요. 실존주의 운운하는, 화석화된 해석은 다 치우고 그냥 하루키 소설의 원조 할배 정도 되는,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개인의 고독과 욕망에 관한 소품으로 읽어도 좋아요.

이번에 출간된 『판사유감(判事有感)』은 제목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판사의 수다’에 더 가까워요. 판사로서 재판을 하면서 느낀 것들에 관한 얘기이고, 판사에게도 어쩔 수 없이 인간으로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왕이면 읽으신 후 독자들이 ‘이 판사 느낌 있네?’ 하시길 바라는 뜻도 있고요. 고교 후배로 친하게 지내고 있는 ‘감성변태’ 유희열 군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더니 ‘문유석 선배의 글을 읽고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우습게도 할리우드 영화다. 치열한 공방전을 다룬 법정 영화들을 보면서 때론 감탄하고, 분노하고, 박수를 치던 기억들이 났다’라고 써 주더군요. 영화광인 제게는 최고의 찬사였습니다. 에구, 희열이 얘기만 쓰다니 과분한 추천사를 써 주신 김정운 교수님, 정혜신 박사님에 대한 ‘의리’가 없네요.

『판사유감(判事有感)』은 감히 대단한 통찰과 날선 주장을 펴는 책이 아닙니다. 그저 공부 하나 잘하던 한 개인주의자가 판사라는 직업을 통해 비로소 사람을 배우고, 세상을 배워가는 일기이자 반성문이지요.

무슨 책을 소개할까 골라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네요. 「여행 중독을 낳는 마약 같은 책들」, 「상갓집에서 날새다 읽어도 킥킥대며 웃게 만들고 마는 책들」, 「부작용 없는 수면제 역할을 해 주는 책들」, 「해적판으로 너무 사랑했고, 월급은 벌게 된 지금은 애장본으로 소장하고 싶은 만화책들」, 「클로즈업 씬 하나만으로 사람을 매혹시키고 마는 영화들」 등 쓰고 싶어지는 책이 무궁하지만, 오늘 테마는 ‘판사의 관능적인 서재’입니다. 아, ‘관능’을 네이버 사전 3번 의미로만 알고 계시는 분은 먼저 1, 2번 정의도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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