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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이재성의 서재 한의사

두 가지 이유에서 책을 찾게 됩니다. 지식이 필요할 때, 그리고 지혜를 일깨워야 할 때죠. 진료를 하는 사람으로서 늘 새로운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저의 한마디 말과 글이 다른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과연 제가 가진 지식이 맞는가에 대해서, 다른 학자들이 공부한 내용들에 저의 지식을 비춰봐야만 하거든요. 30대를 살 때에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제가 맞다고 믿고 주장했던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지요. 공부가 짧으면 자기가 다 맞는 줄 알아요(웃음). 40대 후반으로 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더 많은 주장들을 접하다 보니, 이제는 내가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 한 켠에, 아닐 수도 있다는 여유공간을 마련해둡니다. 저의 생각의 공간(room)이 더 커진 건지, 작아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이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건 분명합니다.

 

"스스로 쉬지 않으면 억지로 쉬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제가 기업가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말입니다. 진료 외에도 강연, 방송, 저술 등으로 정신 없이 지내다가, 정말 제 정신이 아닌듯한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휴가계획을 잡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을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혜는 이미 제 안에 있습니다. 이미 많은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왔고 숱한 교훈 속에 얼마나 많이 머리를 끄덕여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꾸 잊습니다. 세상의 많은 조건들이 저의 눈을 흐리게 할 때가 있지요. 그래서 책을 집어 들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제 영혼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 지혜로운 책들을 펼쳐보게 되는 거죠. 일을 잠시 내려놓고 휴가지에서.

 

오래 전부터 저의 관심사는 ‘마음’입니다. 우리말에서 마음이라는 단어는 ‘몸’이라는 단어와 발음상으로도 멀지 않습니다. 병을 고치는 것보다 몸을 고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러나 몸을 고쳐도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이때 다시 몸이 망가지고, 병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은 가릴 줄 알면서 마음으로 들어오는 온갖 생각들은 전혀 가리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불만, 불평, 분노, 비난, 험담, 후회, 죄책감, 불안, 초조 등을 무방비로 놔두면 그게 마음에 독이 되거든요. 그 독이 바로 건강을 망치고 병을 일으키고요. 요즘은 이런 문제들과 연관된 여러 마스터들의 지식과 지혜들을 살펴보는 중입니다. 그런 책 리스트 중 하나는 앤 해링턴의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입니다. 사람의 뇌가 저장장치라기보다는 단말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뇌는 그저 현세기억만을 저장하는 플래시메모리 아닐까요? 저의 뇌는 모든 정보로 가득 차 있는 우주 메모리에 접속하는 단말기입니다. 때때로 저는 도저히 제 뇌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은 영감을 받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제 작업실을 ‘우주의 기억으로 접속하는 터미널’이라고 이름 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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