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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강원국의 서재 작가

책은 틈틈이 읽는 편입니다. 지하철에서도 읽고 잠깐 쉬는 시간에도 읽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합니다. 한 자리에 앉아 정색을 하고 읽으면 독서 자체가 노동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렇게 잠깐씩 책을 읽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서입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지속적으로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독서가 온전히 제 것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것이 독서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어떤 경우에는 단 한 줄의 글귀가 하루 온종일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때는 생각이 필요할 때입니다.

 

최근 관심사는 아니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가져왔던 화두는 소통입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힘이 부족합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에 약합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없는 직장을 만들까.’ 궁리한 것 같습니다. 그 답을 ‘기업문화’에서 찾아보려고 십 수 년 동안 연구(?)했고, 이제 비로소 그 답이 ‘소통’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 『중용 : 공존과 소통 그리고 인성을 세우는 진리』(자사 저/심범섭 역, 평단문화사)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제게는 서재라고 할 만한 공간도 없습니다. 책장들이 텅텅 비어있으니 ‘공간(空間)’이란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대학교 다닐 때부터 사 모았던 책 3천여 권을 2년 여 전에 모두 처분했습니다. 문득 내가 책을 부리고 사는 게 아니라, 책의 노예가 되어 책에 짓눌려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 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고, 내가 책을 낼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요. 책을 쓰면서 버린 책들이 얼마나 눈에 밟히던지.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러셨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이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그것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고요. 독서는 남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며, 남의 생각을 활용하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은 네이버와 구글에 가면 얼마든지, 그것도 곧바로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키에르케고르가 그랬나요? 독서는 남의 생각을 빌어서 나의 생각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독서는 내가 생각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지요. 그러니 스스로 생각하는 역량이 있으신 분들은 독서에 굳이 연연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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