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예스24

명사의 서재

김성신의 서재 평론가

읽은 여러 책들의 내용이 내 머리 속에서 조합되어 독특한 발상이 떠오를 때 저는 독서가 가장 즐거워요. 특히 조합되는 책들이 보편적 관점에서는 특정한 유사성이나 상호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데도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들은 섞여서 같이 떠오를 때가 많거든요. 가령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백종원)과 『타인의 영향력』(마이클 본드)과 『신화의 힘』(조셉 캠벨, 빌 모이어스)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책들이지만 이것들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백종원 신드롬’을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아마도 독서를 통해 습득한 정보가 일정한 체계를 갖추는 지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합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독창적(스스로는 독창적이라고 스스로 믿을만한) 발상이 잘 떠오릅니다. 이런 현상이 주는 재미에 계속 책들을 찾아 읽게 되더군요, 인간 문명의 퇴보와 퇴행에 관한 관심이 절로 생깁니다. 어떻게 무지와 몰이해, 저열함 따위들이 한국 사회에서 현실적 위력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런 관심사와 관계해 토니 주트 티머시 스나이더의 『20세기를 생각한다』와 프레드릭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식』, 닉 콜드리의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 등의 책을 정독해볼 계획입니다. 아! 토니 주트의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는 지난 2012년 출간 당시 읽었지만 이번에 한 번 더 읽어 볼 생각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 20세기를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싶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곧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선 세상을 크게 어지럽힐 수도 있지요. 히틀러도 스탈린도 성실한 독서가였습니다. 그들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렇게 세상을 위협했습니다. 편협하고 부도덕한 독서의 무서운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골방에 홀로 갇혀 편협한 생각 위에 독서로 지식을 보태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서를 하되 사유해야 하며, 사유하되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생각을 여러 사람이 나누는 것. 즉 토론을 통해 개별적 지식을 ‘보편적 지성’으로 전환하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독서를 통해 진짜를 얻을 수 있지요. 단지 책을 읽어 치우며 머리에만 머물게 할 것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 그리하여 스스로 삶의 차원을 바꾸는 일. 파편화된 지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성이 되게 하는 것. 결국 그 지성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최근 개그우먼 남정미 씨와 실제 카카오 톡을 통해 독서토론을 벌이고, 그 내용을 보완해 한 권의 책을 묶었습니다. 바로 『북톡카톡』(나무발전소)입니다. 친한 친구끼리의 수다나 장난처럼 가장 정겹고 편안한 독서 토론의 사례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카카오 톡’이라는, 요즘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가장 대중적인 수단을 가지고 말이지요. 이 장난기 가득한 독서수다가 독자들께 ‘독서의 완성’에 관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명사의 추천

서재를 친구와 공유하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Copyright ⓒ 2024 YES2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