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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전영애의 서재 교사/교수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는 언제든, 독서는 즐거워요. 이 일 저 일 하면서 살다보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너무도 적고 그래서 그 시간은 정말이지 귀해요. 그 귀한 시간에는 대개 책을 펴 들고 그렇게 펴 드는 모든 책은 소중해요. 자주 조아리듯 하고 책을 읽어요. 대부분이 독일 책이다 보니 좋은 책은 한 글자 한 글자 옮기면서 읽죠. 내게 의미가 각별한 책의 경우에는 더구나 옮기지 않으면서 읽을 수는 없어요. 기회가 닿으면 원고가 책이 되기도 했어요. 제 번역서들은 거의 다 그렇게 나온 책이에요. (그래서 아래, 내 인생에 의미를 가지는 도서들 항목에는 나의 번역들이 들어 있다. 내 이름이 한 끝에 번역자로 들어 있다 해도 그 책들을 물론 내 책이 아닐뿐더러, 그 책들을 제쳐두고는 답이 되지 않아서, 몇 편만 넣은 것이다.)

 

지금은 대작 『파우스트』를 새로 번역하여 다듬고 있어요. 기존의 번역이 많은데도 새로 번역한 것은, 수십 년을 두고 책이 낱장이 될 때까지 읽으면서 품어온 소망 때문이에요. 운문의 보고인 『파우스트』를 나만의 언어로, 조금이나마 운문답게, 옮겨보고 싶었어요. 중요한 책인 줄은 다들 알면서도 막상 읽히지는 않는 『파우스트』를 조금은 더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고 싶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서로들 많이 참조를 하다 보니 국역들이 비슷비슷해져 버린 이 대작을, 마침 독일에서도 새 판본들이 나온 터라, 처음 번역인 듯, 나의 모든 경험과 힘을 쏟아 원전에만 집중하여 번역했어요. 『파우스트』를 독자에게 좀더 다가가게 할 수 있는 연구서도 동시에 집필 중이라 『파우스트』에 대한 구할 수 있는 책은 모두 섭렵해보려 해요.

 

최근 제가 쓴 『시인의 집』은, 시와 삶에 대한 물음표가 감당할 수 없이 커졌을 때, 한 시인의 삶의 자취를 찾아서 달려가고 말았던 행로의 기록이에요. 통상의 르포나 여행기와는 거리가 멀죠. 긴 모색의 길 끝에서 만났던, 지금은 거기 없는 한 시인에게 내가 던졌던 물음이자 그가 들려준 무언의 답이며, 인생의 무게를 시(詩)로써 감내했던 그들의 삶과 시의 전달이기도 해요. 그런 책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읽지야 않겠지만 읽으신 분들은 뜻밖에도 성심껏 읽어주신 것 같아요. 그 앞서 책, 처음으로 써본 에세이 『인생을 배우다』 역시 귀한 분들을 나에게로 데려다 줬어요. 감사할 뿐이에요. 그저 내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한 게 아니고, 그런 책을 그렇게 읽는 분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기이할 만큼 큰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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