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예스24

명사의 서재

김이듬의 서재 시인

저는 작년부터 올해 초봄까지 프랑스 파리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반 년 넘게 살았는데요, 그곳에서 책을 읽으려면 숙소에서 학교나 도서관까지 가야 했어요. 막상 찾아가도 한국어로 쓰인 책은 희소했죠. 그래서 제가 한국에서 챙겨간 책들을 야금야금 읽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그 책들은 비교적 두께가 얇은 책이었는데 페터 한트케의 『어느 작가의 오후』,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등 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출국 직전에 『디어 슬로베니아』를 편집한 편집자가 선물해준 안토니오 타부키의 『꿈의 꿈』이라는 책은 휴대하기 편하면서도 아주 많은 작가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어서 참 좋았어요. 그 책을 읽다가 잠들면 체호프, 프로이트, 랭보 같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꿈에 나타났거든요.

 

요즘 저는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사진 촬영을 배우고 있어요. 최근에 출간된 저의 책엔 꽤 많은 사진이 삽입되어 있는데, 그 사진들을 찍으며 저의 형편없는 사진 실력에 실망했거든요. 사진과 관련해서 퍼뜩 떠오르는 책으로는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가 있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말의 색채』도 좋게 읽었어요. 두 작가의 저서는 거의 다 읽었는데 보이는 것 이상의 심연을 꿰뚫어보려는 시도들이 카메라의 눈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최근에 『디어 슬로베니아』라는 여행 에세이와 인터뷰 에세이집 『모든 국적의 친구』를 연달아 냈답니다. 다소 생소한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에 관해 알고 싶으시다면 『디어 슬로베니아』를 읽어주세요. 제가 그곳에서 92일 간 살면서 일기처럼 쓴 산문이라고 보시면 돼요. 『모든 국적의 친구』는 슬로베니아로 넘어가기 전에 파리 테러가 발발할 즈음의 파리에서 스물네 명의 파리지앵을 만나서 인터뷰한 책인데요, 파리 뮤지션과 교수, 바리스타, 탕게라, 시인, 노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났던 대화가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파리가 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리얼 파리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명사의 추천

서재를 친구와 공유하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Copyright ⓒ 2024 YES2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