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예스24

명사의 서재

정석의 서재 교사/교수

저에게 독서는 선물입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오롯이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니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크고 귀한 선물이죠. 오래 전 안방에 아내를 위한 독서의자를 마련해준 적이 있는데 종종 거기 앉아 책을 읽습니다. 그때 가장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다른 이들, 다른 일들을 위해 존재하고 복무하던 내가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하는 순간이니 더없이 편하고 즐겁습니다.

 

여행 중 독서도 그에 못지 않게 즐겁습니다. 열차를 타고 서너 시간 여행할 때 책을 한 권 준비해 읽습니다. 가는 길에 다 읽지 못하면 오는 길에 마저 읽습니다.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앞두고 비행기에서 읽을 책을 고를 때 설렙니다. 긴 비행시간은 견뎌야 할 지루한 시간이 아닌 나를 위해 준비된 특별한 선물입니다. 맥주 캔을 하나 둘 비우며 책을 읽다 보면 10시간 넘는 비행시간도 금방 지나갑니다.

 

『세계의 도시혁신 실험』, 『내 몸』, 『아름다운 죽음』이 요즘 저의 관심사입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쿠바의 도시혁신 실험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리,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로마의 여성 시장들이 힘차게 추진하는 도시혁신도 놀랍습니다. 오래 전 쿠바의 도시농업, 의료, 교육혁명에 관한 책들을 사놓고 다 읽지 못해 아쉽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내 몸과 내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일 또한 제게 중요한 일입니다. 건강을 의사와 약에게 내맡길 게 아니라 내가 돌봐야 할 테니 몸 공부, 마음 공부도 정진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은 끝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면 죽음은 아름다운 귀환일 지 모릅니다.

 

  3년 전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를 출간할 때도, 최근 『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을 출간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도시의 참 주인인 시민들에게 보내는 연서 같은 책, 초대장 같은 책이어서 더욱 설레고 간절한 마음입니다.

 

30년 넘게 도시를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하나입니다. 결국 좋은 시민이 좋은 도시를 만들고 누릴 수 있다는 것. 개인의 삶이 안전하고 행복하다 해도 도시가 안전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도시는 나와 우리들 행복의 조건입니다. 도시가 행복해야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순진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바라며 살지만, 권력과 자본은 아주 영리하게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팝니다. 좋은 도시를 바란다면 도시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말해야 합니다.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 기다리지 말고, 가만있지 말고 행동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습니다. 튀는 시민들이 참한 도시를 만듭니다. 

명사의 추천

서재를 친구와 공유하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Copyright ⓒ 2024 YES2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