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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정세랑의 서재 작가

우연히 집어든 책이 저를 자유롭게 하고, 또 정교하게 만들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사회적인 제약, 관습적인 억압을 독서를 통해 의심할 수 있어서고요. 정교해지는 것은 뭉뚱그려둔 생각이 저자의 사고 과정을 따라가며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섬세하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워지고 정교해지는 일이 별개로 일어날 것 같지만 의외로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 해방감에 가까운 즐거움을 느끼곤 합니다.

 

SF에도 한 발을 걸치고 있다보니 과학자 분들을 만날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생물 종의 급격한 멸종을 공통적으로 우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읽기 시작했고, 관련해서 다른 책들도 찾아보려고 합니다. 앞선 다섯 번의 대멸종과는 달리 앞으로 찾아올 대멸종은 인류 문명의 폭력성에서 기인할 거예요. 무척이나 경각심이 들고, 개인의 노력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적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독서가 그 시작점입니다. 이미 읽은 책으로는 더글라스 애덤스와 마크 카워다인의 『마지막 기회라니?』, 이정모의 『공생, 멸종, 진화』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사실 문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는 아닙니다. 장르문학을 써서인지, 대중문학을 지향하는 것 때문인지 미묘한 배제와 차별을 여전히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이 한결같이 지지해주셔서 여섯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열여섯 권을 쓰고, 스물여섯 권을 쓸 때까지 지금처럼 각별한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동시에 저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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