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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박산호의 서재 번역가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아버지가 계몽사라는 출판사 외판원이셨는데 제가 8살 때 거기서 나온 100권 짜리 문학전집을 집에 가져오셨습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때부터 그 전집에 있던 동화책을 한 권씩 읽기 시작했어요. 친구가 없던 저에게 제일 처음 읽었던 동화 <집 없는 소년>의 레미가 친구처럼 느껴졌죠. 그 후로 항상 제 옆에는 책이 있었습니다. 책이 절 키워주고 지켜준 셈이죠.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독서는 현실과는 또 다른 수 많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포털이자 창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무게가 너무 버겁거나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대의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수 있는 방법으로 책처럼 쉽고 가까운 방법도 없죠. 이른바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요. 책 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지금 이 세계가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책은 현실을 파악하는 또 하나의 눈이자 시각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양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답은 하나 밖에 없다는 편협함에 갇힐 수 있기 때문에 독서가 중요하다고 봐요.

 

요즘 번역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음, 워낙 집중력이 약한 편이라 여러 가지에 관심이 갑니다. 제가 여성으로 살고 있고 또 딸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에도 관심이 있고, 애지중지하는 고양이가 있어서 고양이 관련 책이라면 무조건 눈이 갑니다. 그리고 요즘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에 반해서 일본 문화 관련 책도 흥미 있게 읽고 있습니다.

 

번역가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얼마 전 번역을 끝낸 책은 종교 집단의 광기와 믿음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었고, 요즘 작업하는 책은 사랑하는 아버지의 안락사를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이전 책은 종교와 믿음에 관해, 지금 책은 안락사에 관한 책인데 둘 다 만만치 않은 주제죠. 만약 제가 이런 주제로 공부를 하자, 라고 마음 먹고 관련 인문서들과 철학서들과 종교 서적들을 파고 들어가려고 했다면 금방 포기하고 말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소설이란 그릇을 통해 이런 심각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란 이런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나 안락사를 다큐멘터리나 신문 기사나 르포나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장르가 아닌 소설을 통해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게 생각하면서 반추할 계기가 된 거죠. 그런 면에서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습관은 인생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고 해결할 수 있게 생각의 근육을 키운다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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