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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노명우의 서재 학자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릴 때는 제가 책을 읽으면 부모님은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책을 읽었죠. 마치 제가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칭찬 듣는 게 좋아서 책을 읽었지 책 그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는 고통스러웠는데, 주변에서 칭찬하니까 칭찬을 원동력 삼아 고통을 잊으려 했다고나 할까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책에 대해서 이중적이었습니다. 교과서는 너무 읽기 싫어했고, 제가 골라서 읽는 책은 참 좋아했죠. 주로 수업시간에 수업은 안 듣고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편이었는데, 선생님들에게 자주 발각되어 교무실에 끌려가서 반성문을 많이 썼습니다. 금지되어서 그랬는지, 고등학교 때부터 책이 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광화문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학교 끝나고 나면 교보문고와 종로서적에 가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는게 유일한 낙이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제가 좋아서 읽는 책과 학교에서 권하는 책이 늘 달랐다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그 격차가 줄어들면서 책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책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에 정말 많은 책을 읽었지요. 한창 때는 일주일에 두세 권을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막연히 언젠가 나도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그 때 키웠죠.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지혜가 가장 많이 보관되어 있는 미디어는 여전히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어서 축적된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요, 또한 책은 우리로 하여금 지리적 한계도 돌파할 수 있도록 돕지요.

 

그렇지만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책은 여러 미디어 중에서 메시지를 수용하는 사람에게 가장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독서를 하기 위해서 독자는 저자 만큼이나 활발한 지적 활동을 해야만 하지요. 책 속의 텍스트는 매우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게 못지않게 독자의 적극적인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만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있거든요. 독서는 그 어떤 미디어보다 인간의 생각의 힘을 습득하는데 적절한 미디어라 생각합니다.


요즘 교수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언제나 제 관심을 키워드로 표현하면 사람과 자전적 사회학입니다. 사람은 신처럼 완벽하지도 않고, 천사처럼 선하지도 않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사람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과 선택은 가장 강력한 지적 자극이자, 가장 강력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입니다.

 

저는 사회학자이지만, 제가 사회학자라고 해서 별도의 실험실적 공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입니다. 세속을 살아가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으로써 제가 세상을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 그리고 세상에 대해 품는 의구심과 기대는 저와 동시대인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사람에 대해서, 동시대인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또 한명인 제가 품고 있는 세상의 의문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좋은 삶에 대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 출간한  『인생극장』  에서 저는 저희 부모님의 삶을 저희 부모님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동시대 사람들의 심정의 역사를 대중영화를 통해 파헤치려고 시도 했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전 세대가 살았던 무대를 물려받을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가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면 먼저 우리가 어떤 무대를 물려받았는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책은 교육받은 사람, 힘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주로 담기는 미디어였다면 저희 부모님의 삶을 아들 사회학자가 대신 쓴 형식인  『인생극장』  을 통해, 저는 지금까지 책이라는 미디어의 일 부분을 구성하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적절한 자리를 제공해주는 시도를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많이 이루어져서 책이 소수의 영웅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그저그런’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기는 미디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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