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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최혜진의 서재 작가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신경질이 많고, 식은 땀을 흘리고, 배가 자주 아프고, 오줌 싸는 아이들’을 위한 허약 체질 개선제를 입에 달고 살았던 유년기부터였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책꽂이에 있는 세 살 터울 언니의 전집 중에서 유독 『삼국지』 『로빈슨 크루소』 『기암성』 『걸리버 여행기』 같은 호방한 모험기만 수십 번 반복해 읽거나 국어사전을 가지고 놀았어요. 국어사전을 펼칠 때면 늘 작은 흥분이 일었거든요. 아무 데나 펼쳐서 한 장 한 장 사전을 넘겨보면 가슴이 뛰고 우와우와 소리가 절로 났죠. 모르는 단어를 새로이 알게 될 때 암실에서 손을 더듬거리다가 문을 활짝 여는 것처럼 머리가 개운하게 느껴졌어요.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되는 대로 살고 싶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든 내 삶을 일정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자 한다면 자기 생각의 주인이 되려고 노력해야겠죠. 우리 머릿속에는 알게 모르게 뿌리내린 당위, 고정관념, 관성적 생각이 아주 많으니까요. 독서는 나의 생각, 느낌, 소망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알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줘요. 책을 읽을 때는 혼자 고요함 속으로 빠져들지만, 그것이 결코 ‘고립’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고립에서 벗어나 타자와 ‘연결’되는 시간이죠.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기 위해,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저자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왜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 자기 느낌을 발언하는 것을 유독 두려워하는지 궁금합니다. 작품과 마주쳐서 자기 안에서 피어 오르는 느낌에 집중하고 그것을 포착하기 보다는 사전에 지식을 많이 쌓아야 미술 작품 앞에 섰을 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이유가 뭘까 고민하고 있어요. 『동물원이 된 미술관』 『느낌의 미술관』을 읽었고, 『예술은 어떻게 거짓이자 진실인가?』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취향의 정치학』을 읽으려고 구입해두었습니다.


 


저자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을 읽으실 독자분들께 한국현대미술가 최정화 작가님이 하신 이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Your Heart is My Art. 당신의 생각이 올바릅니다. 자신감만 가지세요. 미술사도 필요 없고, 설명서도 필요 없고, 현재 당신이 느끼는 그것을 기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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