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예스24

명사의 서재

차무진의 서재 소설가

소설가 차무진은 2010년 장편소설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2017년 발표한 장편소설 『해인』으로 미스터리적 색채와 문학적 깊이, 정밀한 역사성을 어우른 독특함을 인정받아 한국 장르문학의 또 다른 영역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이후 『해인』의 세계관을 확장한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1,2』를 발표했고, 2019년 한국 고전을 좀비로 재해석한 앤솔로지 『좀비 썰록』을 발표했다. 단편으로는 미스터리 격월간 문예지 『미스테리아』에 실린 「비형도」(13호), 「마포대교의 노파」(24호)가 있다.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귀가 자주 아팠습니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동네 공터에 딱지를 치러 나갔다가도 늘 귀를 감싸고 돌아오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어머니 손에 잡혀 대구 시내에 있던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차가운 기구들이 귀 안에 들어와 후비적거릴 때도 소리 한번 안 지르고 꾹 참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아버지 친구분이어서 어머니는 저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으신 거죠. 절대로 울지 말라고.


 


그 병원 1층이 서점이었는데 귀에 약 냄새 나는 솜을 끼운 채 병원 계단을 내려오면 어머니는 상이라도 주듯 책을 사주셨습니다. 주로 예림당이나 견지사에서 나오는 창작동화책들이었습니다. 윤석중 선생님의 『나무야 누워서 자거라』, 마해송 선생님의 『바위나리와 아기별』, 이원수 선생님의 『오색풍선』도 그때 읽었습니다. 삽화도 형형색색 몹시 아름다웠습니다. 홍성찬 선생님의 토속적인 그림은 제 눈을 사로잡았고 늘 달력 뒷장을 펴고 따라 그렸습니다. 제 눈에는 서점 서가에 꽂혀 있던 낱권의 동화책들이야말로 무궁무진한 별세계로 보였습니다. 매일매일 이비인후과에 가고 싶었습니다.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가장 쉬운 행동이 책 읽기가 아닐까요? 인간은 시간을 보낼수록, 계절을 맞이할수록 새로워지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살면서 새로워지는 가장 단정하고 쉬운 방법은 책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요즘 저자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브람스입니다. 브람스 하면 흔히 '고독하지만 자유롭게'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브람스는 가을에 유독 잘 어울립니다. 슬프고 처연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죠. 하나 가히 처연한 선율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속에는 시대적인 사명을 표현하려는 고찰과 스스로를 다스리려는 인내, 예술 장인이 가져야 하는 깊은 성찰, 성숙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 여러 흔적이 녹아 있습니다. 그는 광적으로, 혹은 감흥이 시키는 대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근면, 성실, 검소, 절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실함을 몸 안에 가두려고 무단히 노력했습니다. 좋은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베토벤이 신의 경지에 이르러 곡을 썼다면 브람스는 수도자의 경지에서 곡을 만들었습니다. 무서운 눈매에 펄펄 날리는 할아버지 수염을 한 저 땅딸막한 남자에게서 그런 수양의 풍모가 있을 줄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매해 가을이면 늘 CD를 넣고 『브람스 평전』 (이성일/풍월당)을 자주 읽습니다. 음악도 아름답고 예술장인이 가져야 하는 삶의 자세도 배우게 됩니다. 지금 한창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매일 밤 브람스가 저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인간은 아름답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저자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또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인 더 백』은 지구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에서 한 남자가 어린 아들을 가방에 넣고 대구까지 가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소개만 들은 분은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가 연상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읽으신 분은 『더 로드』인줄 알았다가 그것과 완전히 달라 놀랐다고 합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제 책이 분명한 장르문학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인지되고 있는 장르문학은 독자들에게 어쩔 수 없는 패턴과 형식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하나 저는 순문학과 장르문학 경계가 곧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지금도 두 개를 구분하지 않고 있지만요) 저 위대한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당시에는 천대받는 장르문학이었습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으신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 더 백』을 읽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더 수준 높은 장르적 서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문학적인(?) 장르문학을 즐겨주세요.

명사의 추천

서재를 친구와 공유하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Copyright ⓒ 2024 YES2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