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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이길보라의 서재 예술인

이길보라 작가는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다.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나갔다. 첫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의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 『길은 학교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우리는 코다입니다』(공저)가 있다. 최근에 자신의 삶의 지도를 확장한 배움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출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떠난 8개월간의 동남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요. 여행을 통해 몸으로 직접 부딪쳐 경험해봤지만 아직 나만의 철학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 이제 공부를 하자’ 하고 한국에 돌아왔어요. 열아홉 살이 되던 해부터 책을 엄청 읽고 공부를 하고 글을 썼어요. 그때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어요.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읽고 쓰고 공부하고 그걸 바탕으로 여행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그때 길 위에서의 배움을 함께하던 로드스쿨러(Road Schooler) 친구들과 책 읽고 글 쓰고 함께 여행했어요.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지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해줘요. 몸으로 감각하는 여행과는 다른 방식의 자극이랄까요. 내가 경험했던 장소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어떤 이들이 그 길을 스쳐 지나갔는지 알게 돼요. 저 같은 경우는 몸으로 먼저 배우고 나중에 책을 통해 그 깊이를 파악하는 편이에요. 세상에 대한 뾰족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갖게 해주죠. 좋은 질문을 한다는 건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이에게 무척 중요한데요. 알지 못하고, 다르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런 질문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저의 요즘 관심사는 북극과 남극, 극지방인데요. 작년 여름에 핀란드 최북단에 위치한 라플란드의 국립공원에 백패킹을 다녀왔었어요. 완전히 백야는 아니었지만 거의 백야에 가까운 고요함 속에서 최소한의 먹을 것과 최소한의 장비를 이고 지고 걷는 여행이었어요. 삶의 단순함과 라플란드의 고요함이 정말 좋았는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니 더욱더 사람이 없는 극지방을 떠올리게 돼요. 최근에 『남극이 부른다-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가 나와서 전자책으로 구매해두었어요. 주말에 읽을 예정입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최근에 쓴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의 부제는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이에요. 편집자님이 처음 이 부제를 제안했을 때 긴가민가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이 책은 예술가로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이길보라가 삶의 지도를 확장하기 위해 했던 고민과 선택의 기록입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나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책을 쓰며 계속 고민했는데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해보자”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엇이 되든 무엇이 되지 않든 괜찮아, 경험”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와 모험 그 자체를 보자는 거죠. 그게 제가 네덜란드필름아카데미 석사과정에서 공부하고 네덜란드 생활을 하며 가장 크게 배운 거예요. 예술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방법론이죠. 책 한 권 쓰고, 영화 한 편 만들고 끝날 게 아니잖아요. 저는 저만의 질문을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이야기를 해나갈 거에요. 이 책도 저의 그 시도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이길보라의 모험은 계속됩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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