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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이 만난 사람들]역사학자 임지현 교수 편 ①

“대한민국은 과연 바람직한 국가형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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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임지현 교수. 그에겐 ‘반민족주의 논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새로운 아젠다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그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우리 안의 파시즘』 『대중독재』로 알려진 역사학자 임지현 교수. 그에겐 ‘반민족주의 논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새로운 아젠다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그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요즘 그는 트랜스 내셔널 인문학에 미쳐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 시작하는 ‘트랜스 내셔널 인문학 과정’은 기존의 인문학과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국가를 단위로 구획하는 기존의 인문학 커리큘럼을 대신하고, 인문학의 모든 영역을 소통하고 융합하는 탈학제적 시각을 보여주겠다는 기치(旗幟)다. 새로운 학문을 시작하는 임 교수의 말은 길었다. 과학자의 다양한 질문에 그는 열정적으로 답했다.


정: 선생님의 책은 제 역사관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꼭 여쭤보고 싶었는데요.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경기를 볼 때, 어느 쪽을 응원하십니까?

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2002년 한국이 폴란드하고 개막전을 했잖아요. 그때 성균관 대학의 미야지마 히로시 선생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임 선생님은 어느 팀을 응원하셨습니까?”라고요. 제가 답했죠. “당연히 한국이죠!” 폴란드사를 전공하긴 했지만, 국가대표 경기에서 다른 팀을 응원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사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라는 상황은 그 경기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스포츠를 통해 내셔널리즘(Nationalism)을 강화하는 면이 있잖아요. 그러니, 한국을 응원하게 되죠.”

정: 저는 고민에 빠트리시고, 선생님은 즐기고 계셨군요!

임: “하하. 내셔널리즘은 교과서 또는 정치 커뮤니티만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를 통해서도 작동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내셔널리즘의 경계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비판적이지만 어느 팀을 응원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나는 폴란드사를 전공했고, 트랜스 내셔널리즘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폴란드 팀을 응원 합니다”라는 말이 안 나와요.”

정: 그렇군요. 비교역사문화 연구소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임: “2004년 대중독재(Mass Dictatorship)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였죠. 국제학술대회를 하다 보니, 비교사적으로 접근하면 학문적으로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독일사를 독일친구보다 더 잘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더 새롭게 볼 수는 있잖아요? “새롭게 보는 능력은 우리가 더 크다”라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했죠. ‘대중독재’라는 주제로 출발한 연구소라 할 수 있어요.”

정: 다른 비교역사문화 연구자와 어떤 점을 다르게 접근하시나요.

임: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형태가 최선의 것이냐. 사람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 하는 겁니다. 국가도 우리가 살아가는 커뮤니티의 한 종류인데, 지금 알고 있는 대한민국, 일본, 중화인민공화국, 러시아, 미국, 이런 식이 가장 바람직한 국가형태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하는 거죠.”


정: 트랜스 내셔널리즘(Trans-nationalism, 다국적주의)은 어떻게 공부하게 되셨나요? 용어 설명도 필요 할 것 같아요.

임: “국민국가 패러다임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인문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국가를 단위로 구획하고 단절하는 기존의 인문학 커리큘럼을 대신 하는거죠. 인문학의 모든 영역을 소통하고 융합하는 탈학제적 시각의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에요.

후쿠시마 원전을 트랜스 내셔널리즘 인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원자력발전 위기가 고조된다고 했을 때 한국은 그로부터 자유로운가 하는 거죠. 방사능은 국경을 넘나드니까요.

체르노빌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체코가 자기네 돈으로 국민 뜻에 따라 고유한 영토에 핵발전소를 지으면 개입할 수 없지요. 내셔널 서버린티(National Sovereignty, 국가 주권)의 관점에서 본다면요. 그런데, 체르노빌 사태 후엔 어디서 터지던 그 원자력 발전소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은 체코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려면 폴란드나 우크라이나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게 됐어요. 동북아아시아 국가 역시 마찬가지에요. 한국, 중국, 일본 중 어느 한 나라의 핵발전소 문제는 국경을 넘는 트랜스 내셔널리즘에 해당한다는 거죠.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황해연안에 핵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면 “우리 플랜트(plant)를 팔 수 있다” “파워플랜트를 중국에 팔아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자” 이런 기사가 나왔어요. 원자력발전소가 터지면, 이쪽으로 밀려들어올 거라는 생각은 안 했던 거죠.”


정: 사실 후쿠시마보다 훨씬 위험한데요.

임: “그럼요. 그때 저는 한국 언론 태도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중국이 핵발전소를 많이 지으니까,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 플랜트를 많이 팔면 우리경제가 더 좋아질거다”식의 보도였거든요. 정말 전형적인 민족국가 사고방식이었죠. 다행인 게, 지금은 달라졌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벌어지니까 이젠 “아! 저게 폭발했을 때 굉장히 위험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트랜스내셔널리즘 인문학은 시선의 변화를 중요시합니다. 국가주권이란 게 신성불가침의 권리는 아니에요. 우리 삶이 얽혀있는 한, 민족주의적 틀만으로는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탈 국가적 시선으로 다른 답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민국가의 경계로부터 해방된다면, 현안에 대해 색다른 접근을 시도할 수 있죠. 그것이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입니다.”


정: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 간의 공동체, 국제연합(UN) 같은 형태를 상상하면 되나요?

임: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 결정권자가 지방정부인거죠. 예컨대 서울과 동경이 아니라 후쿠오카와 부산이 회의를 해서 어떤 계약이나 조약을 맺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그런 지방정부는 살아남기 어렵겠죠?

하지만, 트랜스내셔널 시선은 중앙과 지방간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런 문제를 협상으로 풀어 나가자는 거죠. 중앙정부의 결정만이 옳고 거기에 반대하는 지방 정부 의사는 매국노적, 반민족적이라는 식의 사유방식은 문제가 있어요.”



정: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민족’이라는 틀 안에 갇히지 말아라! 는 주장을 하셨는데요. 결국, 자유로운 공동체 의사결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에 대한 이해도 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임: “고맙습니다.”

정: 실용적으로,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인문학자에겐 무엇이 중요한가요?

임: “제 책을 읽고 사유방식이 흔들렸다고 하셨는데, 전에 갖고 있던 사고관은기존의 인문학이 만들어 낸 거겠죠? 그 중심에 교과서가 있습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예로 들게요. 놀라운 점은 프랑스 극우파 리더 ‘장 마리 르펭(Jeam-Marie Le Pen)’이 알퐁스 도데의 정치적 후계자라는 사실입니다. 알퐁스 도데도 극우단체에 깊이 관여 했죠. 자세히 보면 『마지막 수업』도 극우적인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어요.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 극우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극우교과서, 대만의 극우교과서에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역본이 나왔죠.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가둬 놓은 측면이 있어요. 이렇게 역사뿐 아니라 문학도 사고관을 가두는 데 한 몫을 했습니다.

국사, 동양사, 서양사라는 구분도 이야기해볼까요. 동양사도 사실, 일본이 만들어 낸 거예요. 청일전쟁 때 자기들은 유럽과 같은 역사를 갖고 있고, 조선과 중국은 동양에 속한다고 주장했죠. 일본은 서양, 조선과 중국은 동양으로 분류하는 것은 유래 없는 삼분 체제입니다. 일본은 국사라는 말도 2000년도에 폐기 했는데, 한국은 아직도 국립서울대학교에 국사학과가 있습니다.

개발독재 시대나 5공 때 학생, 교수들이 함께 고민하고 권력 독재와 싸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사 연구를 하고,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권력을 더 넓은 맥락에서 지원하게 된 거죠. 그렇다고 그분들에게 진정성이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누구보다 첨예하고 문제의식을 가졌던 분들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학문이 국가를 지원하게 된 거죠.”


정: 우리나라 역사학계 전체로 볼 때. 선생님의 생각은 소수의견이신가요?

임: “아직까지는요. 서양의 역사학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에도 주류는 내셔널 히스토리(National History, 국사)지요. 내셔널 히스토리는 200년 동안 축적이 되어왔고 주도권을 잡아왔거든요. 영국 역사학계에서도 논문 100편중에 99편은 영국사논문입니다. 단지 유럽은 유럽 통합 이후에 유러피안 사이언스 파운데이션(European Science Foundation)이 나와요. 일국(一國)적인 내용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유럽내부에서의 탈국가 연구를 지지하니까 마치 탈국가 역사가 주류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비주류죠. 한국에서도 비주류고요.

제가 10년 전 인터뷰에서 “난 마이너리티인데, 위닝 마이너리티(winning minority)다”라는 말을 했어요. 트랜스 내셔널인문학 프로그램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전방위적 작업의 일환이지요.”



정: 모국어에 대한 의견은 어떠세요. 역시,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임: “데이턴 평화 협정(Dayton Peach Agreement) 때 얘기에요. 모든 참가자들이 동시통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다른 언어라 튼통이 안 된다면서요. 웃긴 건, 회의 시작 하니까 아무도 동시통역 이어폰을 안 꽂는 거예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거든요.

모국어는 계속 바뀐다는 속성이 있어요. 정재승 선생님, 제주도 방언 알아들으실 수 있어요? 어렵죠? 한국어는 하나의 모국어지만, 그 안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말이 존재하죠. 그러나, 간과되곤 해요. 중앙어가 지방어를 폭력적으로 말살하는 거죠. 사투리 쓰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촌놈이 되고 무조건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내셔널 랭귀지(National Language)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죠. 그것을 내셔널 랭귀지라는 말 대신에 ‘모국어’라고 하면 모성 느낌이 나요. 어릴 때부터 계속되어 오는 언어처럼 생각되는 거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내셔널 랭귀지에요.

폴란드 대학에 가면 세르비아-크로아티아 언어학과가 따로 있어요. 폴란드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유고내전 이전에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불만이 많았다고 해요. 내셔널 랭귀지를 만든 건 크로아티아 사람들인데, 왜 세르비아가 앞에 나오냐고.

그런데 유고내전이 벌어지고 세르비아 사람들도 불만이 쌓였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언어를 하나의 분과에다 넣어서 가르칠 수 있느냐”면서요. 데이턴 평화협정의 에피소드에서 보았듯이 둘은 같은 언어죠.

하지만 100년 넘게 다르게 얘기하고 생활해 왔어요. 예컨대, 언어학자가 와서 “이건 음조가 다른 단어, 이건 사투리야. 분명 달라. 세르비아에서 ‘그’ 발음 나는 것이 크로아티아로는 ‘줴’ 이렇게 발음하니까. 그건 사투리야” 이렇게 억압하면 100년 후엔 다른 언어가 되는 거예요.

다른 예로 프랑스 혁명 때 오늘날 일드 프랑스((Ile-de-France)에서 쓰는 프랑스어를 쓸 수 있는 인구가 5%밖에 안됐어요. 그 다음 자코뱅들이 언어정책을 통해 지방어를 말살 시켰고 유러피안 영역에 소수민족 언어가 형성되죠. 죽은 소수 언어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거예요.”


정: 듣고 나니, 결국 트랜스내셔널을 지나면 큰 틀에서는 빅뱅으로 시작되는 글로벌 히스토리로 확장해 나갈 수도 있겠네요?

임: “이미 그런 작업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데이비드 크리스탈(David Crystal) 같은 학자죠. 빅뱅에서 오늘날까지, 자연과학까지 포함하는 역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야 말로 메가 히스토리(Mega History)지요. 저는 그런 역량까지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히스토리라는 용어보다 트랜스 내셔널 히스토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글로벌 히스토리가 되면 너무 소재적인 접근을 하게 되거든요. 지구 전체의 역사를 다뤄야 하는 강박관념이 생기는데, 저는 왕십리의 역사를 쓸 때도 이것은 내셔널 히스토리, 로컬 히스토리,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정: 글로벌 히스토리가 되기는 어렵다는 거죠.

임: “그렇죠. 왕십리 사람들의 삶을 글로벌 히스토리로 얘기하는 건 부담스럽죠. 물론 어디서부터 어떻게 와서, 이런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식의 얘기는 가능하지만요.

글로벌 히스토리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제사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트레이드 시스템(Trade System, 거래 시스템) 혹은 인구이동이 여기에 속하고요. 그래서 월러스틴(Wallerstein)의 월드시스템(World System)에서 파생된 경제사 하는 사람들이 교역 네트워크가 세계적으로 어떻게 되었느냐를 연구합니다.

목화, 면을 예로 들게요. 미국 남북전쟁이 어떻게 이집트의 면화 생산 업자와 농민을 파탄에 몰아넣고, 인도에 영향을 미쳤나요? 글로벌 히스토리에서 이런 연구를 다룹니다.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트랜스 내셔널 히스토리에 시선을 좀 더 맞춘다면, 많은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요. 한편으로, 글로벌 히스토리는 닫혀 있는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정: 빅팀(victim) 내셔널 마인드인가요?

임: “빅팀후드 내셔널리즘(Victimhood Nationalism,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입니다. 후드(Hood)라는 말을 쓴 이유는 빅팀(Victim: 직접적인 희생자)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정 선생님이나 저나 전후 세대인데,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 했다는 잠재를 갖고 있잖아요. 빅팀후드 내셔널리즘은 그런 희생자 의식이 어떻게 전후민족주의를 정당화 시키는가에 관심을 둡니다.

희생자라는 사실만으로 어떤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 듯한데요. 사실 빅팀후드라는 말을 쓴 이유는 빅팀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전후세대가 어떻게 빅팀이 됩니까? 정재승 선생님하고 제가 어떻게 일본식민주의에 피해자가 되나요? 식민지 다 끝나고 태어났는데요. 그럼에도 우리가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사유방식. 그것이 빅팀후드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전후 내셔널리즘을 정형화 시키는가에 초점을 두는 거죠.”



정: 다양한 생각거리를 주는데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이나 트랜스내셔널리즘을 연구하시려면 여러 나라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하시죠?

임: “빅팀후드 내셔널리즘은 혼자 합니다. 제가 히브리어는 못하지만, 폴란드어, 독일어, 일본어도 해요. 그리고 한국어. (웃음) 그래서 이 나라들을 연구 할 수 있어요. 다섯 나라는 여러 면에서 얽혀있거든요.

대중독재 같은 주제는 스탈린, 파시즘, 나치즘, 프랑코, 박정희, 김일성, 마오쩌뚱, 일본총력전 체제 등 광범위하게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서 연구하고요. 좋은 연구자들은 “흥미롭다!”라는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오거든요.

사실, 우리 연구소는 발표료를 안 줍니다. 비행기 값, 숙소만 제공해주는데도 와요. 저도 재미있는 주제라면 망설임 없이 가지요. 그리고 책을 내고요. 대중독재는 8개국에서 시리즈로 다섯 권이 나오는데요. 제가 시리즈 에디터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저널, 논문을 모아 냅니다.”


정: 이런 논문은 영어로 쓸 수밖에 없겠네요.

임: “그렇죠. 한국에서 대중독재 시리즈를 내긴 했지만, 어쨌거나 국제적으로 같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써야죠. 사실, 영어로 크레올라이즈(Creolize: 외부어와 토착어를 혼합해 혼성어로 만들다) 하자고 주장해요. 영어 못 쓰는 걸 창피해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표현하게 하고, 영어를 자꾸 크레올라이즈 하면 그것도 해법 아닐까요.”

정: 카이스트 100% 영어강의에 도움이 되는 말씀이네요.

임: “사실, 교양과목이나 인문학을 영어로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요. 모국어부터 잘해야죠. 우리 아이들은 런던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녔는데요. 그 학교 교사가 이렇게 말해요. “한국 책을 많이 읽혀주세요. 그게 영어 잘 하는 방법입니다” 정말 좋은 말이죠! 이 가장 익숙한 언어로 활자를 접하고, 사유가 발달하고, 그러면서 외국어도 잘하게 되는 거죠. 그 조차 안 된 상태에서 외국어를 어떻게 잘해요. 외국어도, 한국어도 안 되는 반쪽이 되는 거죠.”

(계속)

※본 인터뷰는 정재승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인문학자 - 역사학자 임지현 교수 편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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