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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나를 까다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펴내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뜻밖의 심리학

셰프들도 까다로워져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적성을 찾는 방법과는 거꾸로 자신이 느끼기에 까다로운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완성도 있게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2018. 06. 15)

채희경 사진한정구(HANJUNGKU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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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풀려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다. 이때 우리는 열심히 노력도 했고 주위에 도와준 사람도 많아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비슷한 일을 하게 됐을 때 지난 번과 똑 같은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지난 번 성공했던 그 방법 그대로 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 중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은 개인적으로 하나의 원칙이 된다. 그런데 원칙은 결정을 편리하게 해 주는 반면 생각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곳에 고정시켜 버리는 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이상한 일을 겪는다. 내가 가지고 있던 성공의 법칙이 자꾸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이상한 현상을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에서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했던 노력만을 생각하고,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상황은 우리의 삶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상황을 기록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 김경일 교수의 생각이다.

 

이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좀 더 노력해 보라는 말 대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에게 스펙을 쌓으라는 말 대신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나는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 돌아보자. 그리고 그 때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 왔던 것들』을 펼치자. 그러면 답이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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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문제가 있을까? 아니면 상황이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이라는 제목을 보고 지금 나는 어떤 것을 거꾸로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는데요, 제목이 주는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해주세요.

 

이 제목을 학문적으로 풀이하자면 인간은 변수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A라는 상황과 B라는 상황이 있다고 가정을 했을 때 A라는 상황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맞고, B라는 상황에서는 왼쪽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가던 사람은 계속 오른쪽으로 가려하고 왼쪽으로 가던 사람은 왼쪽으로만 가려고 하죠. 그래서 서로 자기가 맞다고 싸우게 됩니다. 그럴 때 둘 중 누군가가 틀린 게 아니라 A 상황일 때는 오른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맞고 B 상황일 때는 왼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맞다고 교통 정리를 해 주는 게 인지심리학자들이 하는 일이예요. 이런 식으로 수 많은 변수를 가지고 실험을 하다 보니까 상황이라는 변수에 맞지 않게 행동을 하는 사람이 보이겠죠.

 

변수와 상관없이 자신이 늘 해오던 대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겠죠.


그렇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변수를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방향을 선택했을 때 일이 잘 안 될 것 아닙니까? 그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하냐 하면 ‘더 열심히 해봐’, ‘더 노력해 봐’ 라고 한다는 것이죠. 진정으로 노력하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더 노력하라는 것은 잘못된 길로 더 가라고 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저와 같은 인지심리학자들은 ‘진정으로 노력해 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웃음)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진심으로 거꾸로 해 왔던 것들, 열과 성을 다해서 거꾸로 해 왔던 것들,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거꾸로 해 왔던 것들, 그래서 망친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말고, 진정으로 노력을 하기 전에 변수를 먼저 파악한 후 시작하자. 이런 얘기네요?


그렇죠. 예를 들어 오전에 집중하고 오후에 결정하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오전에는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고 오후에는 집중하는 것이 적합한데 그걸 거꾸로 하려고 하면 잘 안 될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상황이라는 변수를 파악하여 판단을 해 보자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잘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상황에 맞지 않게 거꾸로 해왔다는 얘기입니다.

 

교수님이 인지심리학자이다 보니 이 책과 인지심리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인지심리학을 설명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1950년대 사람처럼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그 당시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람들 중에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앨런 튜링도 있었죠. 이런 사람들이 당시에는 정신 나갔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결국엔 여러 학문의 조상이 됩니다. 컴퓨터 공학의 조상이 되기도 하고, 네트워크와 관련된 행정학이나 사회학의 조상이 되기도 하는데, 제가 연구하고 있는 인지심리학의 조상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생각하는 구조의 설계도가 있어야 되기 때문이예요.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알아야 기계도 사람처럼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설계도는 미시적이어야 하니까 심리학자 중에서도 훨씬 더 미시적인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심리학자들이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인지심리학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의 조상 중에는 물리학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 중 일부가 인간도 물리학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어 싸이코피직스(Psychophysics), 즉 정신물리학이라는 것을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물리학적인 전통이 남아서 인지심리학에서는 극단적으로 미시적인 실험을 합니다.


인간의 심리를 물리학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하고,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물리학적인 성과물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이 인지심리학을 만들어 낸 것이네요.

 

또 하나 인지심리학을 설명하는 방법은 다른 심리학과의 차이점입니다. 심리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바꿔야 된다는 접근을 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원인은 나에게 있고 내가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심리학이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성격 얘기를 많이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성격은 바뀌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사람을 바꾸라고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인지심리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보다는 상황을 봅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바꿔서 결과를 바꾸는 거죠. 내 능력을 더 뛰어나게 만들거나, 내가 더 개방적이 되거나, 내가 더 우호적으로 변해서 결과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에서는 창조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과 같은 표현보다는 창의적인 상황에 나를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아직 사람 변수가 더 강한 지, 상황 변수가 더 강한 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상황 변수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지심리학은 ‘자기상황파악 설계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같은 노력을 하고, 같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왜 누구는 더 성취하고 누구는 실패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인지심리학인 거죠.

 

 

우리는 무엇을 거꾸로 하며 살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은 교수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얘기를 하셨는데요, 어떤 특별한 상황이 있었나요?


대표적인 사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설득할 때입니다. 설득할 때 정말 거꾸로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제가 저희 대학 총장님한테 어떤 프로젝트를 해야 된다고 설득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 지 열심히 설명을 하게 되죠. 그런데 제가 방을 나가고 난 다음에 총장님은 이렇게 말하죠. “김교수는 아직도 철이 없어.” 그 소리를 듣고 제가 화가 나서 후배 교수들을 모아 놓고 또 설득을 합니다. 그런데 이 때는 이 프로젝트를 안 하면 대학이 망할 것이라고 열심히 얘기를 하죠. 그러면 제가 집에 가고 난 다음에 후배 교수들끼리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김 선배가 점점 ‘꼰대’가 돼 가고 있어.” 여기서 저는 나이의 변수를 놓친 겁니다. 나이가 나보다 많은 사람들은 나보다 걱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나보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그걸 함으로 인해서 어떤 문제를 막아낼 수 있는가, 어떤 걱정을 덜어 낼 수가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나보다 위인 총장님한테 이 프로젝트를 하면 무엇이 좋은가만 열심히 얘기한 것이죠. 반대로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은 ‘그걸 하면 무엇이 좋은가’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저는 후배들에게 그거 안 하면 망한다는 얘기만 열심히 했죠. 그래서 결국 나이 많은 분에게는 철없다는 소리를 듣고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꼰대’란 소리를 듣게 된 것입니다. 양쪽 모두에게 진심으로 노력했지만 양쪽 다 설득하기에는 실패한 겁니다.


‘생각의 틀 바꾸기’라는 장에서 심리학 용어인 ‘도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도식’은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조직화된 패턴을 말하죠. 그래서 ‘도식’이 어떤 점에서는 일을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도식’이야 말로 우리가 거꾸로 하는 행동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인가요?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상황의 힘이 무섭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뭔가를 결정할 때 상황을 전혀 기억에 담지 않아요. 특히 결과가 좋을 때는 절대 상황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학생들에게 학점이 정말 좋았을 때와 학점이 정말 나빴을 때에 대해 글을 써보라고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학점이 잘 나왔는지에 대한 글에는 자신이 그 학점을 받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얼마나 부지런했는 지와 같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가 들어 있습니다. 상황은 담지 않죠. 그런데 왜 학점이 잘 안 나왔는지에 대해 쓸 때는 친구들이 전부 군대에 가서 친구들 챙기느라 그랬다 거나 버스 정류장 공사를 하는 바람에 매일 지각을 해서 그랬다 거나 하는 것처럼 상황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중요한데도 성공 스토리에서는 상황 변수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 얘기를 다른 말로 하면 성공 스토리에서는 아무 것도 배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식’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했다는 철저히 자기 중심의 스토리예요. 즉 성공했을 때 도식이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성공의 도식은 그 도식과 다른 상황을 만났을 때는 전혀 소용이 없는 지식이 돼 버립니다. 그래서 성공이든 실패든 나라는 변수와 상황에 대한 변수 모두를 잘 기록해 놓아야 합니다. 나의 도식은 나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성공한 날에 대한 기록을 잘 해 놓아야 돼요.


나의 상황에 대한 도식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죠. 내 자신에 대한 변수만 생각하죠. 그런데 상황 변수까지 기록해서 도식으로 만들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오전에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잘 되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고, 맑은 날 보다는 흐린 날 일이 잘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흐린 날 더 똑똑해 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변수에 나를 집어넣으면 그 때 내가 취했던 생각의 방식이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상황 기록을 해서 도식화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왜 사람들은 상황 변수가 그렇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감안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내가 노력을 많이 해서 뛰어난 결과를 얻었다고만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전후 과정과 생각의 순서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생각은 몰입의 양보다 중요한 게 순서예요. 큰 목표를 만들어 놓은 사람들은 똑 같은 도구를 받아도 다른 사람과 다르게 느껴요. 다른 것을 볼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생각의 순서를 바꾸기 때문이에요. 생각의 순서를 바꾸면 뇌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작동을 하게 되냐 하면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고 해 보죠. 그 사람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 본 후에 그 얘기가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거꾸로 한 번 얘기해 보세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절대 거꾸로 얘기할 수 없을 거예요. 이 실험은 생각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거꾸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강의할 때 농담으로 집에 들어가서 거짓말을 할 때는 거꾸로 된 버전도 미리 생각해 놓으라고 말합니다. (웃음)


이 방법은 쉽게 알려줘서는 안 되는 고급 정보 같습니다. (웃음)


그런가요? 하하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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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직업이 만났을 때, 잘못된 만남이 되는 이유


우리는 종종 성격과 능력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활발한 성격이 영업에 어울린다든지 조용한 성격이 연구원에 어울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는데요, 여기에도 거꾸로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서요?


기본적으로 성격에 맞는 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황된 것입니다. 물론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죠. 하지만 성격을 다섯 가지로 나눠서 분류한 후 이 세상에 있는 수만 가지나 되는 직업과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성격이 활발하니까 운동선수가 맞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운동 선수라는 것이 종목으로만 봐도 수십 가지 종류의 일로 나눠집니다. 야구 한 종목만 봐도 그 안에서는 여러가지 일이 있잖아요.


투수와 포수만 해도 적합한 성격이 다를 것 같은데요?


포수가 활발하면 큰일나죠. 결과적으로 성격이 활발하니까 운동 선수가 적합하다고 말하는 것은 성격이 차분하니까 운동 선수가 맞다고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성격이 차분해야 잘 하는 운동도 있는 것입니다.


양궁은 성격이 차분해야 잘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성격이 차분하면 운동 선수를 하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성격이 차분한 사람이 잘 하는 운동은 뭘까요?’라고 질문을 조금 바꿔 보면 수 십가지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성격과 일의 종류를 연결하는 것이 무의미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 쪽은 엄청나게 정밀한데 한 쪽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성격이 리더에 적합하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답답해요. 내성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좋은 분야가 있고, 외향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적합한 분야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상황입니다. 나에게 적절한 상황을 만났을 때 더 좋은 리더가 되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직업이야 말로 성격과의 연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에서 더 많은 것을 찾아야겠네요.


성격 차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건 싫다는 표현을 성격을 이용해 돌려서 말한 것일 뿐입니다. 고려대 사회심리학과 한성렬 교수님도 ‘인색한 것과 검소한 것의 차이가 뭐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똑 같은 상황이라도 싫어하는 사람이 돈 안 쓰면 인색한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돈 안 쓰면 검소한 것이 된다는 얘기예요. 인간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감정에 상황을 대입했을 때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거든요. 따라서 성격은 사람을 묘사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성격을 가지고 어떤 사람에 대해 많이 설명하려고 하는 현상을 인지심리학자들은 ‘인지적 구두쇠’라고 합니다.

 

‘인지적 구두쇠’라고요?


생각을 많이 안 해보고 어떤 사람에 대해 판단하거나 예측한다는 말이죠. 인지심리학에서만 쓰는 표현입니다. (웃음)


생각에 구두쇠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 학문적 표현으로서는 참 재미있네요. (웃음)

 

 

까다로워지는 것이 적성의 시그널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왜 생기게 된 것인가요?


19세기 들어오면서 자연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자연과학이 발전했다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자연 현상을 숫자라는 단일 표기체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예요. 압력, 온도, 크기, 질량뿐만 아니라 밝기 조차도 숫자로 표현이 됩니다. 자연 현상이 숫자로 표현되기 전에는 예를 들어 ‘어제 광주가 더 더웠을까, 아니면 대구가 더 더웠을까’ 가지고도 서로 더 더웠다고 싸울 수 있죠. 그래도 결판이 안 납니다. 그런데 어제 숫자로 광주 36.2도, 대구 37.4도라고 숫자로 표현이 되면 더 이상 논쟁이 필요 없어요. 도량형이 얼마나 엄청난 발견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 부러워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철학자 중 일부가 ‘사람의 마음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한 것이죠. 사실 지금도 꿈 같은 얘기예요. 예를 들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스캔해서 나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지 알 수 있는 앱이 있다면 연애하기가 얼마나 쉽겠어요? 그런 발상을 한 철학자들이 있었는데, 그러다가 철학계에서 쫓겨난 것입니다. 실제로 칸트가 유럽 대학에 교시를 이렇게 내렸어요. ‘인간의 마음을 숫자로 측정 가능하다고 믿는 정신 나간 철학자들이 있으니 그런 인간들은 유럽의 대학에서 임용을 시키지 마라.’ 즉 심리학자들은 철학계에서 쫓겨난 사람들이에요. (웃음)

 

교수님도 심리학을 하고 계시면서 심리학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하시네요. (웃음)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게 돼요. (웃음)

 

아직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혹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불안해하는 청년들에게 좀 더 힘내라는 말 말고 교수님은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적성을 찾는다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뭔가를 찾는다고 하면 마음이 급해지죠. 적성은 나한테 오는 거예요. 내가 수많은 변수를 겪으면서 나에게 딱 맞는 것이 왔을 때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알아보는 눈을 갖는 것과 찾아가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찾아간다는 것은 내가 정확한 지점을 파악해서 그 지점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성을 정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고, 안착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괴롭습니다. 저는 자신이 웬만큼 좋아하는 일을 30대 중반까지만 찾아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운이 작동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상을 경험하다가 어느 정도 나에게 맞는 일이 왔을 때 그 다음부터 찾아가세요. 나에게 맞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할 때 오래 머무느냐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결과가 안 나와도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그게 좋다는 뜻이에요. 그러면서 유난히 까다로워지는 지점이 있어요. 이것이 적성의 시그널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적성의 시그널이에요. 음악이라면 뭐든 좋아한다는 것은 적성의 시그널이 아니지만 예를 들어 재즈나 인도 음악은 좋아하지만 클래식은 미치도록 싫어한다면 이건 적성이에요. 까다롭다는 거죠. 셰프들도 까다로워져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적성을 찾는 방법과는 거꾸로 자신이 느끼기에 까다로운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완성도 있게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돌아다녀보고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김경일 저 | 진성북스
어쩌면 일상에서 거꾸로 해온 것을 반대로, 즉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수많은 말과 행동들’을 조금이라도 제자리로 되돌려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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