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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고민을 잘 하려면, 배부를 때! (G.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

김하나의 측면돌파 (73회)
『고민이 고민입니다』

배가 고파진다는 물리적인 변화가 왔을 때 고민을 하게 되면, 그 고민은 배가 부르고 여유 있을 때의 고민과 달라집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내가 배고플 때 예민해져서 하는 결정이 ‘진짜 나’라고 생각해요. 나라는 사람의 ‘상태’의 문제를 나라는 사람의 ‘본질’의 문제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2019. 03. 07)

임나리 김하나(카피라이터, 작가) 사진이지원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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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고민을 위해서는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100점을 찾기보다, 각 사안마다 컷오프를 정해놓는 것이다. 70점 이상이면 패스라는 마음으로 넘어가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운전면허 필기 시험에서 100점을 받으려는 사람은 없다. 김밥집에 가서 인생에 길이 남을 김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는 대부분의 선택에서 만족주의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의 삶의 고민이 될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 정도면 패스!”라고 할 만한 기준점을 만들어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돌이켜보거나 더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말자.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책  『고민이 고민입니다』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편>


지금 제 옆에는 ‘고민을 고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분이 자리하고 계십니다. 고민을 더 ‘잘’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시다가 뇌과학과 심리학에서 해답을 찾으셨어요. 그 내용을 담아 책 『고민이 고민입니다』 를 쓰셨습니다. 앞서 『심리 치유 식당』,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하셨고요. <어쩌다 어른>, <명견만리 플러스>, <방구석 1열> 등의 방송에도 출연하셨죠. <채널예스> 독자들에게는 칼럼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로 친숙한 분입니다. 하지현 작가님 모셨습니다.

 

김하나 : 제가 <채널예스>의 칼럼을 보고 읽은 책이 여럿 있었어요. 칼럼을 볼 때마다 신기했던 것은 ‘교수님은 대체 시간을 어떻게 쓰시는 걸까?’ 하는 거였어요. 책을 빨리 많이 읽으시고, 계속 퀄리티 좋은 리뷰를 쓰시면서, 강연도 많이 하시잖아요. 그리고 본업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하지 : 그런 이야기들을 하시는데요. 살다 보면 익숙한 일들을 하게 되는 것 같고요. 감사하게도 <채널예스>에서 5년 정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최장기 연재인 이유는, 아마 원고료 대비 가장 긴 원고를 계속 쓰고 있기 때문에... 감히 제가 예스24의 아들 같은 마음으로(웃음).


김하나 : 칼럼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를 그만두고 싶다는 고민을 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하지현 : 책 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요. 책을 정리하는 게 가장 잘 읽게 되는 방법 같아요. 쓰기 위해서 책을 읽게 될 때는 굉장히 열심히 보게 되고,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보게 되는데요. 다행히도 2주에 한 칼럼을 쓸 정도의 좋은 책들은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서 약간의 보상도 있는 일인 거죠. 만약에 혼자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올렸으면 조금 게을러질 수도 있을 텐데, 독자들도 기다리고 있고 반응도 있으니까요. 또 어떤 때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심리 서적 위주로 쓰기도 하는데, 그런 책을 소개한다는 약간의 책임감도 있고요. 묻힐 뻔한 책들이 알려지게 돼서 고맙다고 하면 저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고요. 그렇게 4~5년 하다 보니까 일종의 아카이빙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제가 읽은 책의 1군이 모이는 것 같은 거예요.


김하나 : 읽으신 책들을 다 소개하시는 게 아니라 2주에 한 권씩을 뽑아서 소개하는 거니까, 에이스들이 모여 있는 1군 팀 같은 게 되는 거군요.


하지현 : 그렇습니다. 굉장히 든든합니다(웃음).

 

김하나 : 이 책은 뇌과학과 심리학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관련 용어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고, 내 마음에 일어나는 상태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지식도 쌓이는데요. 저는 4장, 5장이 마치 캡슐 같았어요. 머리가 아플 때 먹으면 잘 듣는 진통제처럼, 너무나 꿀팁이 넘쳐나더라고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잠’에 대한 거였어요. ‘두뇌의 자동 정리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4시에 은행이 문을 닫아도 직원들이 퇴근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는 여러 서류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면서 ‘잠을 자라’고 하셨는데요. 정말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하지현 : 정말 잘 숙지하고 계시군요. 별표라도 붙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김하나 : 루틴 만들기, 낙서하기, 포스트잇 사용하기, 제목 붙이기 등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너무 쉽게 쓸 수 있는 것들이 깨알 같이 나열되어 있어요. 이 책이 여러 레이어가 있는데, 당장 쓸 수 있는 것도 있고 공부하듯이 숙지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래서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하지현 : 감사합니다. 기획자와 작년 1월, 2월 즈음에 이야기하면서 처음 했던 생각이 있었어요. 이전까지의 고민 상담 책들은 하나 하나의 고민에 대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촌철살인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이론적인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자기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는데, 약간 허전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면 ‘당신은 나를 이해할 수 없잖아요?’라는 말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메타 고민’ ‘고민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이 뭔지’, ‘이유가 뭔지’, ‘해법은 뭔지’로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요. 제가 책을 워낙 많이 보다 보니까 남과는 다른 책, 딴 데는 없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사실은 4부부터 만들어져 있던 책인데요.


김하나 : 앞의 전제를 만들고 뒤에 후술을 하는 식으로요.


하지현 : 네. 4부는 일종의 해법들만 쭉 써놓은 부분인데요. 사실은 제가 환자들과 진료를 하거나 상담을 할 때 주로 쓰는 제 필살기들을 모아놓은 거예요.


김하나 : 그러실 것 같아요. 입에 딱 붙는 해법들이 나와 있어요. 제가 참 마음에 들었던 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또 제가 그 사람이 싫어지고 신경이 많이 쓰일 때 이 질문을 떠올리라고 하셨잖아요. ‘설마 나를 죽이기야 하겠어?’ 이 한 마디면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는 거죠(웃음).

 

하지현 : 네, 그런 식으로 굉장히 반응이 좋고 반복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아놓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제 진료실 안에서 나름의 임상실험이 진행됐던 것들 중에 가장 괜찮았던 것들만 수년에 걸쳐서 모아놓은 내용들인데요. 그 중에서 실생활에서 잘 써먹을 수 있는 내용들만 골랐고요. 정신과 의사로서 그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하고 팁들을 제시하는 게 중요할 거라는 합의 하에 이 책을 준비해서 쓰게 된 것입니다.

 

김하나 :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은 정말 드물 것 같아요. 고민을 적게 하고 비교적 빨리 떨쳐버리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특히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고, 그게 현대사회의 여러 환경적 요인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지현 : 현대사회가 고민이 점점 많아지게 되는 사회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고민의 관점에서 역사는 세 단계로 발전했다’고 감히 이야기를 드립니다. 과거는 왕과 신이 모든 걸 결정하는 일종의 봉건제 사회였죠. 귀족은 귀족답게, 농민은 농민답게, 대략 사는 삶이라는 게 정해져 있고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신이나 왕에게 물어보면 돼요. 내가 고민할 이유가 없어요. 하라는 대로 하면 돼요. 고민의 관점에서는 가장 편하게 살았던 시기 같아요. 그 다음에 1800년대 이후, 190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는 ‘매뉴얼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근대화가 일어나면서 법전과 가이드북이 생기게 돼요. 법전에 의해서 이야기하니까, 이전에 왕이나 신 마음대로 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객관화되기는 했지만, 정해진 대로 살면 돼요. 그 다음에 스마트폰이 나오고 모든 것들이 개인화되기 시작한 시대가 ‘개인화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것이 아니라 모든 게 자율적이고 ‘네가 결정해’라고 하는 시대가 된 거죠. 문제는, 아주 큰 것부터 자잘한 일까지 결정해야 될 것들이 매우 늘어났다는 거예요. 그게 첫 번째 환경적인 요인이고요. 두 번째는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에 의해서 내가 무엇을 고민할 때 앞에 놓인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고, 그 부분을 감당하기에는 우리 뇌와 마음의 용량이 꽉 차버렸다는 거예요. 고민 자체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게 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 실행을 할 에너지는 줄어들게 되는 거예요.


김하나 : 뇌는 한정되어 있는데 고민이 용량을 너무 많이 차지하게 된 거군요.


하지현 :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경쟁이 가열화 되고 모두가 다 열심히 살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최선의 선택에 대한 욕심, 욕망은 나쁜 게 아닌데 그것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상당한 주저함과 어려움이 있게 되고요. 그 부분들이 우리를 더 고민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하나 : 고민을 많이 한다고 능사가 아니잖아요. 그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민 없이 결정하는 것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고민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처럼, 그게 더 신중하고 좋은 것인 것처럼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는 않은 거죠?


하지현 : 그렇습니다. 저는 가끔 만나는 분들한테 말씀드리는 게 ‘이미 당신은 답을 알고 있다’ ‘이미 당신은 많이 알고 있다’는 거예요. 답을 알고 있기 전에, 우리는 이미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확인을 위해서 내지는 불안하기 때문에 더 찾아보는 거죠. 그런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결정한 다음에는 실행을 해야 되는데, 실행을 하려고 하면 고민할 때보다 훨씬 더 힘이 들어요. 다른 종류의 행동을 해야 되니까요. 행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름 익숙해져 있던 관성들을 바꿔야 될 수도 있거든요. 그것을 하는 것을 우리 뇌는 싫어해요. 뇌는 변화를 싫어합니다. 에너지가 드는 것도 싫어하고요. 그러니까 ‘차라리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 너는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잖아’라고 하는 거죠. 마치 스윙 연습만 계속 하면서 절대 타석에 서지 않는 사람처럼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김하나 : 그리고 계속 회피하고 미루고 있는 시간 자체를 고민한 시간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현 : 뭔가 뿌듯한 거죠, 내가 열심히 고민했기 때문에. 고민이라는 단어 안에는 ‘생각’, ‘검토’라는 의미랑 같이 ‘감정’이 함께 들어있는 것 같아요. ‘고민 좀 해볼게’ 하는 거랑 ‘생각 좀 해볼게’라고 이야기하는 건 조금 다른 느낌이잖아요. 마음을 담아서 ‘조금 깊게 생각해 볼게’,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한 번 해볼게’라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에 고민이라는 게 에너지가 더 드는 일인데요.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뭔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뇌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감정도 거기에 몰입을 하고 있고요. 그로 인해서 생기는 부작용이, 공회전만 하다가 소진돼 버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

 

김하나 : 책에서 ‘뇌’에 대한 걸 많이 알게 됐는데요. 일단, 여러 번 반복되는 1450g이라는 무게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웃음), 재밌었던 건 ‘뇌가 배고픈 걸 싫어한다’는 거였어요. 어떤 의미일까요?


하지현 : 뇌는 1450g의 작은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20%의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김하나 : 우리 몸에서 20%의 에너지를 뇌가 사용한다고요.


하지현 : 대략 우리가 한 끼에 800kcal 정도 먹는다고 계산하시면 쉽고요. 그래서 하루에 2400kcal 정도예요. 소녀시대 식단이 1600kcal, 태릉선수촌 식단이 4000kcal라고 생각하시면 아주 쉬워요(웃음). 우리가 2400kcal 정도를 먹는다면, 뇌가 500kcal 정도를 쓴다고 볼 수 있겠죠. 뇌는 고비용 저효율 기관이기 때문에 저혈당이 오면 뇌부터 셧다운이 와요. 머리가 멈춰버리는 거예요. 제일 먼저 기분이 나빠지고, 예민해지고, 복잡한 생각을 하고 싶어지지 않아요. 아주 기본만 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면서 ‘저 사람을 위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까’ ‘저기에 다른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고 찾고 싶어지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가 고파진다는 물리적인 변화가 왔을 때 고민을 하게 되면, 그 고민은 배가 부르고 여유 있을 때의 고민과 달라집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내가 배고플 때 예민해져서 하는 결정이 ‘진짜 나’라고 생각해요. ‘내가 성격이 나빠졌구나’ 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상태’의 문제를 나라는 사람의 ‘본질’의 문제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배고플 때 그럴 수 있고 잠을 못 자서 피곤할 때, 몸이 아플 때도 그럴 수 있습니다. 통증을 경험하고 있는 동안에는 뇌의 상당 부분이 통증을 통제하거나 통증 때문에 소모 당해요. 잠을 못자도 에너지가 고갈되고요. 그런 부분들이 있을 때 뇌를 잘 활용하는 작업 기억 능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게 많이 보입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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