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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2000팀 중에 한국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극찬

“곡당 33원? 누굴 위한 것일까요?” “초창기 때 이등병처럼 공연했어요” 유럽에서 “슈퍼주니어 곡 연주할 수 있나?” 질문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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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린 좀 무식한 것 같아요. 남들이 볼 때는 안 가 봐도 알 수 있는 건데요. 우린 굳이 힘들게 가서, 갔다 온 다음에 신나하죠. 물론 미리 걱정하면 못 가겠죠. 하지만 걱정은 자기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일이거든요. 가보자, 가서 생각하자, 그러고 가보는 거죠.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시작하면 돼요. 우린 잃을 게 없거든요.”

이즘과 4년 만에 만난 그들은 이제 ‘록왕’이라는 아호를 얻었다. 거리에서 먹고 자는 고행 끝에 완수한 북미 투어는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의 필름으로 남겨졌다. 정력가형 록스타로 족적을 굳히는 행동파들. 대한민국에도 이런 록밴드가 있다는 것은 록 불모지의 자랑거리다.

공연 전 인터뷰에서 그들이 말하는 밴드의 개념은 단순하지만 직관적이었다. “노는 일인데, 일은 일이다. (보컬/기타 박종현)”, “가족 개념이다. (보컬/베이스 이주현)”, “연애와 비슷하다. (드럼 김희권)”라고 부연했다. 이 밴드의 넘치는 에너지의 발로가 바로 '팀워크'라는 증거기도 했다.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있던 롤링홀 근처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인터뷰가 있던 장소에서도 그들의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함께할 정도였으니, ‘인디 최고의 록 스타’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우리가 만든 최고의 앨범’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신보 < Galaxy Express >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도 강하게 드러났다.


역시 북미 투어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어떻게 투어를 시작하게 된 건가요?

박종현 : 2011년에 서울소닉 투어를 다녀오면서요. 내년에도 꼭 다시 투어를 하자는 얘기를 했어요. (서울소닉은 한국 라이브 음악을 다양한 경로로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그 이후에 각자가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사실 서울소닉때는 공연을 많이 못 해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자체 투어를 하면 공연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물론 로컬 밴드들과 교류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밴드라면 그런 로망이 있잖아요. 캠핑카를 타고 미국을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투어 중에 뉴욕타임스 기사에 소개되기도 했죠? 본인들도 놀랐을 것 같아요?

박종현 : 저희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여했을 때에요. 그 공연이 2,000팀 정도가 참여하는 페스티벌이거든요. 결산 기사에 브루스 스프링스틴, 피오나 애플 등등 10개의 팀을 언급했어요. 그리고 영미권이 아닌 밴드도 3팀을 소개했는데 그 중 하나로 소개가 된 거죠. 내용도 “엄청난 연주를 들려주었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영광도 영광이지만 신기했어요. 그 와중에는 괜찮은 밴드 많았을 텐데, ‘아니 우리가!’라는 생각이 컸죠.

한류처럼 우리 록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을 것 같은데요?

박종현 : 저희뿐만 아니고 3호선 버터플라, 크라잉 넛, 옐로우 몬스터즈도 같이 공연했거든요. 그런데 유례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경찰들이 와서 인원 제재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신선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미국에서 한국의 록밴드가 공연하는 자체부터가요. 그리고 그만큼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밴드들이니까요.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서포트 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주현 : 사실 저희는 일단 놀러 가는 마음으로 갔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워낙 같이 공연한 밴드들이 훌륭한 팀이라고 보기 때문에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고요.

그동안 북미 외에도 유럽, 홍콩, 대만 같은 많은 나라에 공연을 다니셨잖아요. 다른 나라 반응은 어떤가요?

김희권 : 유럽에서는 한국에 밴드가 있는지도 몰라요. “슈퍼주니어 곡 연주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죠.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일본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 환경 자체가 체계적이고 규모가 커요. 도쿄에만 라이브 클럽이 1,000개가 넘는다고 하니까요. 시스템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죠. 한국 같은 경우는 우리가 엔지니어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라면, 일본은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요. 약간은 기계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요.


다른 나라 인디신은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이주현 : 부러운 것이 많았어요. 일단 큰소리 나는 악기를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악기가 ‘쾅!’하고 울리면 ‘아이고, 귀가 찢어지네’하며 동네에서 전화 오고 난리가 나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악기를 거리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죠. 그리고 그런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 사람이 제일 잘 노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웃음)

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은 뭘까요?

이주현 : 함께 투어를 돌았던 밴드들을 통해서 배운 건데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었어요.


[ 1집-Noise On Fire ]
[ 2집 - Wild Days ]
[ 3집-GALAXY EXPRESS ]
투어 뒤에 바로 3집이 나왔네요. 사실 데뷔 작품 < Noise On Fire >< Wild Dayz >는 사실 라이브 앨범 같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사실상 첫 정규 앨범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주현 : 첫 앨범처럼 머리를 싸맸습니다. 새로운 마음을 새기자, 그리고 (앨범)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 우리가 앨범을 낸다고 크게 화제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밴드를 한 지 6년 정도 되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가짐도 있었고요. 그래서 앨범제목도 < Galaxy Express >로 지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중점을 둔 것은 뭔가요?

박종현 : 전 앨범들은 우주선이 뜨긴 했는데 덜컹거리고 멀미가 심했죠. (웃음) 하지만 이제는 안정감 있는 비행을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감성적인 면에서는 1, 2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에너지나 태도가 바뀐 건 아니니까요. 이번에는 릴 테이프로 녹음해서 따뜻한 느낌도 있고요. 어렵게 안가고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어요.

김희권 : 확실히 사운드가 좋아졌어요. 작업하면서 2집도 재녹음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주현 : 사운드 색이 독특하죠. 특히 저희가 좋아하는 밴드에 대한 오마주를 많이 담아냈어요. 레드 제플린이나 AC/DC, 스투지스같은. 이게 “AC/DC 같으니까 하지 말자”가 아니라, 오히려 “AC/DC 같으니까 해보자”라는 식이었죠. 굳이 숨기지 않고 더 드러내려 했죠.

이번 앨범은 특히 가사가 많이 바뀐 느낌입니다. 더 단순해지고 반복되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주현 : 가사는 음악의 분위기에 몰입하는 데 주력했어요. 상상력을 저해하지 않는 측면에서요. 들으면 별 내용이 아니지만, 큰 의미가 보이도록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죠. 사실 텍스트 자체로는 한국말이 힘들어요. ‘깍두기’라는 단어가 하나만 나와도 갑자기 곡이 촌스러워지기도 하고요. 자극적인 것 빼고, 뻔한 말들도 다 뺐어요.

멤버 각자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들은 뭘까요?

박종현 :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어요? (웃음) 뭐, 굳이 뽑자면 저는 「언제까지나」에요.
이주현 : 저는 그날그날 다르지만 「호롱불」이 가장 좋아요. 한국의 냄새도 있고 저희의 에너지도 담겼다고 생각해요.
김희권 : 다 좋아하는데, 저는 「How does it feel」의 마지막 절규에서 항상 닭살이 돋아요.


이번 앨범이 음원으로는 들을 수 없지요? 앨범으로만 팔면 음악을 알리는 데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박종현 : 현재 음원 판매가 부당하게 거래된다고 생각해서 '스탑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당장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요. 장기적으로 음악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음원 사이트들 광고 카피들도 마음에 안 들어요. “가장 싸게 듣는 방법 아니?”같은 광고 문구는 정말 짜증이 나요. 음악을 무슨 물건 팔듯 하는 것에 반감이 생겼어요. 그럼 음악 자체가 너무 하찮게 되는 것 같잖아요. 사실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 형들이 먼저 했는데, 그 분들 인터뷰를 보고 감명을 받았죠. 생명력을 가지고 넓게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주현 : 사실 저희 음악은 무료로 들려드려도 좋습니다. 우리가 음반이나 음원을 많이 파는 밴드도 아니고요. (웃음) 하지만 계속 이렇게 음원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소비자, 판매자 모두에게 나쁠 것 같아요.

김희권 : (음악 유통 구조가) 말이 안 되는 구조에요. 곡당 33원? 과연 이게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라이브공연도 공짜로 오면 보다가 나가요. 하지만 내 돈 주고 공연 오면 달라지거든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롤링 스톤즈의 < Charlie Is My Darling >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중에 믹 재거가 “무대 위에서는 연기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갤럭시 익스프레스도 항상 격렬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 공감하십니까?

박종현 :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는 연기가 있어요. 생각해왔던 멋진 모습을 그대로 무대에서 잘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열망의 음악’이 록이잖아요. 격렬한 음악은 격렬한 몸짓과 발짓으로, 하지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창기 때 김희권은 이등병처럼 공연했어요. (웃음)

김희권 : 연기가 아니면요. 그냥 기계처럼 치게 돼요. 처음에는 진짜 로봇처럼 쳤어요. 많은 드러머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따라 하고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주현이형이나 주위 사람들이 “너도 코러스 넣고, 이리저리 해봐라. 너는 혼자 왜 심각하냐?” 같은 요구를 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무대를 즐기고 있어요.

이주현 : 연기라고 해서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고요. 자연스럽게 “록은 이런 거다”라는 걸 표현하는 것 같아요. 소리를 들려주면서 퍼포머 스스로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거죠. 엘비스 프레슬리가 개다리춤을 추고, 척 베리 오리걸음을 했죠. 사실 이게 주변에서는 놀림거리가 되거나 왜 했냐는 식으로 물어봤겠지만요. 그게 록이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언제나 강성,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이주현 : 사실 우린 좀 무식한 것 같아요. 남들이 볼 때는 안 가 봐도 알 수 있는 건데요. 우린 굳이 힘들게 가서, 갔다 온 다음에 신나하죠. 물론 미리 걱정하면 못 가겠죠. 하지만 걱정은 자기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일이거든요. 가보자, 가서 생각하자, 그러고 가보는 거죠.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시작하면 돼요. 우린 잃을 게 없거든요.

갤럭시 익스프레스, 앞으로 어떤 밴드로 남고 싶은가요?

박종현 : 오래 밴드 생활을 하고 싶어요.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 그날 재미있게, 공연도 재미있게 하고요. 스스로 계기를 만들면서 좋은 음악을 내놓고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김희권 : 계속 변화할 수 있는 밴드로 남고 싶고, 주구장창 이 밴드를 하고 싶어요. 롤링 스톤즈처럼 말이죠.

이주현 :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처럼 음악을 계속 좋아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그게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겠죠. 늙어서도 할 수 있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셋 좋으려고 하는 것. 그게 갤럭시 익스프레스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 김반야, 신현태
정리 : 신현태
사진 : 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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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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