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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우 “TV 스마트폰 버리고 책을 읽으세요”

『스티브를 버리세요』 저자 임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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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이자 교수인 임헌우 저자가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이후로 7년만에 책을 냈다. 바로 『스티브를 버리세요』이다. 전작에서 디자이너의 스토리텔링은 이렇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면, 『스티브를 버리세요』에서는 보다 진지하고 묵직한 문장과 사진으로 다가간다.

『스티브를 버리세요』는 임헌우 계명대 교수가 7년만에 발표하는 새로운 책이다. 전작인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이 나오지 않아 다음 책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티브를 버리세요』는 기본적으로 청춘을 위한 책이다. 어떻게 하면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살아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동시에 이 책은 기성세대를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모두 똑같은 스펙을 갖추기를 강요하는 이 시대는 결국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를 버려야 할 사람은 청춘과 기성 세대 모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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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이후로 7년만에 책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책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솔직한 이유는 글이 생각만큼 잘써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울림이 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만큼 만족할 만한 글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글이 잘 써질때까지 기다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대개 아웃풋의 빈곤은 인풋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기다림의 과정 속에 가능한 많은 분야의 책을 읽었습니다. 글을 써놓고도 또한 글을 다듬는 과정이 또 필요했습니다. 광고 카피처럼 쉽게 읽히면서, 시처럼 깊이가 있는 문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목이 『스티브를 버리세요』입니다. 여기서 ‘스티브’는 무엇을 뜻하나요.

 

이 책에서 '스티브'란 은유적 장치입니다. '스티브'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만큼 스티브 잡스는 한 시대를 대변했던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브'의 일차적 지시대상은 스티브 잡스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스티브 잡스란 한 인물이 아니라, 그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영웅이나 신화입니다. 즉 '스티브'란 명사를 사람들이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는 편견이나 깊게 뿌리박힌 사회의 고정관념으로 상정했습니다. 결국 『스티브를 버리세요』라는 명제는 기존의 틀과 생각을 버리라는 말의 선언적의미로 해석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 속에 각자의 '스티브'를 품고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러한 것을 버릴 때, 새로운 '스티브'가 탄생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오래된 것들을 치움으로 새로운 것들의 길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스티브 잡스'를 버리자는 말이 아닌 것입니다.
 
문장을 이어 쓰지 않고 운문처럼 쓰셨는데요. 이렇게 쓴 의도가 있을 듯합니다.

 

앞에 잠시 언급했듯이 광고 카피처럼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또한 시처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을 쓰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편집디자인에서 글의 호흡과 읽는 눈의 속도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형식은 글줄을 따라 성급하게 뛰어가기 보다는 천천히 산책하듯이 그렇게 글이 읽혀졌으면하는 저의 바램을 담았습니다. 한끼를 빠르게 떼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식 독서가 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한 권의 책은 다 읽었느냐 아니냐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한 줄의 문장을 읽더라도 그 문장과 뜨겁게 만나는 독서는 분명 그 깊이가 다를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저의 그런 생각에 공감하면서 읽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책에 실린 사진에 주로 등장하는 게 눈, 어둠, 보케 등인데요. 다소 어두우면서 모호하다는 사진이 많았습니다. 사진 선택에도 많이 고민하셨을 듯합니다.

 

사진은 수백 장 가운데서 골랐습니다. 인생이 하나의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풍경 사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여행자의 자유로운 느낌으로 책을 읽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에서입니다. 또한 다소 서늘한 이미지를 많이 넣었습니다. 열정의 뜨거움보다는 성찰의 차가움을 상징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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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춘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많습니다. 교수님께서 보기에 요즘 청춘이 처한 어려움은 어떤가요.

 

청춘은 어지럽고 격정적인 시기입니다. 그러한 특징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특별히 요즘 청춘이 더 허약하다거나 이기적인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전 세대보다 더 괜찮은 환경일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불안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라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과 태도에 있습니다. 요즘 청춘들이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과 태도는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모두 같은 지점에서 같은 불안을 느낍니다. 불안에 저항하기보다는 불안에 순응하는 것이 청춘의 방식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스펙 쌓기를 그만두라고 하셨는데요. 이유로 많은 사람이 평균치가 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청춘이 스펙을 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기성 세대가 만들어놓은 세계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청춘만이 아니라 기성 세대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독자를 생각하면서 쓰셨나요.

 

맞습니다. 한 톨의 씨앗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토양과 환경의 조건이 무엇보다 필수적입니다. 청춘들이 더 많이 부딪쳐보고, 더 많이 도전해보고, 그리고 기꺼이 실패해볼 수 있도록, 그리고 당당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그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성 세대는 스스로에게도 그렇듯이 조급하게 바라봅니다. 청춘이 스스로를 깨고 나올 수 있도록 기다리기보다는, 강제적으로 부화시키려고 합니다. 책의 제목과 같은 '스티브를 버리세요'라는 글은 그러한 기성 세대의 조급함을 생각하고 쓴 글입니다. 이 책은 오히려 청춘보다는 일에 지쳐가고,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모두를 위한 책이 될 것입니다.  
 
TV, 스마트폰을 버리고 책 읽기를 권하셨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여러가지 매체에서도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만큼 고요한 깊이 읽기를 제공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스마트 디바이스로 책을 읽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개는 어딘가에 접속하여 링크를 따라 끊임없이 배회하기 십상입니다. 이것은 우리를 한없이 분산되고 파편화된 상태로 만듭니다. 니콜라스 카의 지적대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찰하지 않는 다는 것이고, 성찰 없는 삶은 빈곤합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는 어쩌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치고 피곤할 일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실의 삶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그 많은 현란한 말처럼 쉽지 않다"(p. 108)고 쓰셨는데요. 교수님께서 자기계발서를 읽다 느낀 체험 같았습니다. 혹시 교수님도 자기계발서를 읽은 적이 있나요.

 

자기계발서를 한 권도 안읽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때론 자기계발서는 유용합니다. 어떤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고, 이유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로사회』에서 한병철 교수가 지적했듯이 자기계발의 과잉은 어쩌면 오히려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과도한 자기계발은 어쩌면 불안과 두려움에 기초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이 스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또한, 자발적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집단의 압력에 의해 억지로 해야되는 일이라면 그것은 피곤하고 지겨운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일(노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과 삶의 조화입니다. 바쁜만큼 여유도 필요합니다. 뛰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론 산책하고, 때론 걸음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디자이너이면서도 교수님은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데요. 선생님에게 인문학은 어떤 의미인가요.

 

인문학을 폭넓게 정의한다면, 결국 인문학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모든 것이 될 수 있겠죠. 인문학은 던져진 질문들에 답을 성급히 찾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던져진 질문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가슴 속에 그러한 질문을 품고 자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인문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인문학은 학문이나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입니다. 
 
2014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앞으로 남은 2014년에 계획하는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스티브를 버리세요』의 출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은 제 전공분야인 디자인에 관한 책을 쓸 계획입니다. 또한 많이 읽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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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를 버리세요임헌우 저 | 나남
저자는『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에서 다방면에 걸친 스토리텔링, 책장을 펼칠 때마다 드러나는 화려한 이미지와 색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63주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이후 여러 기업과 단체에 초청을 받아 상상력과 창조성에 대한 특강, 인문학 강의, 방송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책의 반향이 너무나 컸기에 차기작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저자는 백지를 마주한 채 가슴에 울림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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