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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의 환생으로 태어난 소년, 그 아이를 돌보는 승려

『다시 태어나도 우리』 문창용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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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헤어질 때는 함께 있는 동안 못 해줬던 게 더 많이 생각나곤 하죠. 그래서인지 더 잘해줄걸, 더 많은 얘기들을 나눌 걸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습니다.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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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500km 인도 북부 라다크에 사는 다섯 살 소년 앙뚜는 사실 옛 고승의 환생, ‘린포체’이다. 앙뚜는 전생에 티베트의 존경을 받는 고승이었다고 한다. 그런 앙뚜의 곁에는 그를 지켜주고 사랑해주고 린포체로서 받드는 노스승 우르갼이 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모든 걸 벅차게 하는 따뜻한 일상.

 

그러나 티베트와 중국간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앙뚜 린포체는 티베트 사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다. 자기 사원이 없는 린포체에겐 의심과 싸늘한 시선만이 향하고, 결국 라다크 사원에서 쫓겨난 앙뚜와 우르갼은 서로를 의지하며 3,000km 떨어진 티베트 국경으로 향하는 불가능한 여정을 시작한다. 2017년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상작, 문창용 감독의 다큐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그리고 9년간의 촬영 중 못 다한 이야기를 책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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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의 주인공, ‘앙뚜’를 만나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이 어린 소년을 만나 취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섯 살 평범한 동자승 앙뚜를 처음 만난 건 2009년이었죠. 당시 저는 <동양의학기행>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었고, 앙뚜의 스승 우르갼은 티베트 불교의 전통의사였습니다. 그런데 우르갼 스님을 촬영하던 기간 내내 앙뚜는 스승 곁을 따라 다녔고, 저는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관계에 묘한 매력과 호기심을 가지게 됐죠. 그렇게 두 사람과 저의 만남은 8년 간 계속되었습니다.

 

9년에 걸친 그야말로 대장정의 기록인데요, 그간 촬영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 또 뜻밖의 보람이나 즐거웠던 순간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히말라야 해발 3500미터 고산지역에서의 촬영은 육체적으로 많이 어려웠습니다. 고산병과 동상, 감기 등으로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으면서 촬영한 날도 허다했죠. 하지만 이런 육체적 고통보단 정신적인 어려움이 더 기억에 남는데요. 앙뚜가 라다크 사원에서 버림받고 마을 사람들로부터도 무시를 당할 때 두 주인공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움도 드리질 못하고 촬영만 진행하던 차에 우연히 우르갼 스승을 향한 일부 마을 사람들의 오해를 듣게 됐습니다. 어린 앙뚜를 앞세워 외국인 촬영 팀에게 돈을 얻어내고 있다는 소문이었죠. 물론 제가 얼마 되지도 않는 출연료를 우르갼 스승님께 드린 건 사실이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습니다. 분하고 억울하고 죄송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우르갼 스승님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으셨죠.


제가 좀 지쳐 보이는 날은 무거운 촬영 장비를 대신 들어주겠다는 어린 앙뚜의 착한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가끔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두 주인공과 눈싸움, 축구 등을 하며 함께 웃고 놀았던 날도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영화도 개봉되고, 책 또한 감동실화 에세이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앙뚜와 우르갼도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듣지 못했다면, 훗날 앙뚜가 이 책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으세요?

 

앙뚜는 책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좋아할 거라 생각합니다. 촬영기간 중 짧게 편집된 영상을 앙뚜와 우르갼 스승에게 보여 드렸었는데 두 분 다 너무 좋아했었어요. 틈만 나면 “또 보자~ 또 보자!” 저에게 졸랐었거든요. 하지만 우르갼 스승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또 혼자 울지도 모르겠네요.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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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뚜가 티베트의 먼 산을 향해 소라나팔을 불 때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하실 때 영화와 책에는 담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어쩌면 무모하고 위험한 촬영이었습니다. 하지만 앙뚜와 우르갼의 의지는 확고했죠. 그 추운 눈보라와 안개 속을 등산 장비도 없이 11시간가량 산속에 있었으니까요. 저는 거친 숨을 참아가면서 촬영하고 다시 뛰어 올라가는 것만 반복하면 되었습니다. 주위엔 집도 없었고 따뜻한 물도 먹을 것도 없었죠. 모두 무거운 슬픔과 추위를 고스란히 가지고 하산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하산길에 만난 지역 주민이 주신 따뜻한 차와 빵이 저희에게 다시 걸어갈 힘이 되었습니다.


늦은 밤이 되어 마을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 저는 앙뚜에게 국경 산 너머 티베트에 무엇을 빌었냐고 물었죠. 앙뚜는 두 달이 넘는 여행길에 만난 티베트 사람들의 간절한 그리움도 대신 전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저로서는 어리광만 피우고 개구쟁이로만 여겨왔던 앙뚜가 어느새 부쩍 커버린 것 같아 놀랐습니다. 그리고 나의 아픔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이들의 아픔에 연민의 마음을 가진 앙뚜가 분명 좋은 린포체가 될 거라는 믿음도 생겼죠.

 

앙뚜, 우르갼과 마지막 촬영을 하고 헤어질 때 많이 아쉬우셨을 것 같아요. 당시 작별의 순간에 어떤 대화들이 오고 갔을지도 궁금합니다. 마지막 만남 당시의 감회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모든 촬영이 끝나고 헤어질 때 우린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죠.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서 더 많은 얘길 나누고 또 촬영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아마도 10년 후쯤이라고 말했죠. 원래 헤어질 때는 함께 있는 동안 못 해줬던 게 더 많이 생각나곤 하죠. 그래서인지 더 잘해줄걸, 더 많은 얘기들을 나눌 걸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이후, 앙뚜와 우르갼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앙뚜는 시킴의 한 사원에서 린포체 교육을 받고 있고, 그사이 앳된 얼굴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좀 더 날렵한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이후 우르갼 스승님은 암자에서 7개월 간의 묵언 수행을 마치셨고, 원래 가지고 있던 위장병으로 더 야위신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앙뚜와 우르갼에게 건네신다면 두 사람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를 부탁드려요.

 

 “앙뚜와 우르갼을 만난 건 제 삶의 큰 축복이었고, 저의 친구가 되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이야기가 세상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문창용 저 | 홍익출판사
고승의 환생으로 태어난 소년, 그 아이를 돌보는 늙은 승려-전생의 마을을 찾아가는 어린 린포체의 여정을 통해 깨닫는 동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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