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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어느 형사의 수첩

『형사 김복준』 저자 김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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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언론에서 제발 ‘일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모가 생활고 등의 이유로 자살을 할 때 아이들의 목숨까지 함께 거두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인행위’입니다. (2017.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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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부조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범법자들을 합법적으로 응징하고 싶어 경찰이 되었지만 32년간의 형사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법을 위반한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혈한’ 같은 형사로 살았다. 그러나 그에게 눈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남들 앞에서 울지 않았을 뿐이다. 범인을 검거하여 조사를 마치고 교도소에 송치하는 날이면 늘 가슴이 아파 쓴 소주잔을 기울여야 했다.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밤낮으로 사건 현장을 누비며 거친 숨을 내뱉고 뒤돌아서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던 형사 김복준. 여하간 그때 그 즈음 정의롭고, 외롭고, 따뜻한 형사 하나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

 

전직 형사님의 에세이는 참 보기 드문 책인데요. 책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32년간 경찰 생활을 해오면서 죄를 지은 사람들은 그에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과 신념으로 버텨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어떡하든 법의 망을 피해가죠. 그럴 땐 주체할 수 없는 울분을 느끼죠. 또 피비린내 나는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쫓고 피해자들의 사연을 보다 보면 가슴이 아프고 늘 세상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형사 수첩에 사건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적곤 했습니다. 32년이 지나고 경찰 옷을 벗고 나니 그런 순간들 속에서 느꼈던 형사들의 애환과 고민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연쇄살인범을 ‘미치도록 잡고’ 싶어 무당을 찾아가 점괘를 받는 <살인의 추억> 시골 형사 송강호. 비리에 연루된 것만 같은 동료 형사에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일침을 놓는 <베테랑> 형사 황정민… 이런 영화 속 캐릭터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바로 형사 김복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범죄 소재의 한국 영화들에 등장하는 형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형사들도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고 가슴 아픈 사연을 보면 똑같이 슬픔을 느낍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재미를 위해 형사들이 다소 폭력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도 예전보다 형사들의 리얼리티가 많이 높아진 편입니다. 저도 가끔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저런 사건 현장의 에피소드들을 많이 들려주곤 합니다. 확실히 현실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경우가 있는데, 시나리오 작가들이 그것을 잘 집어내는 것 같아요.

 

동료나 범인들이 형사님을 가리켜 ‘쌍심줄’ ‘에이즈 형사’ ‘악질 형사’라고 했다는데 그런 별명은 왜 생겼을까요?

 

현직에 있을 때 저는 원칙과 소신을 무엇보다 중요시했어요. 경찰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과연 누가 법을 지킬 것이며 그들을 잡아넣을 수 있겠습니까? 경찰서장이든 국회의원이든 그 어떤 청탁이 들어와도 꿋꿋이 수사했습니다. 그렇게 윗사람들 눈치 안보고 그들과 부딪히다 보니 질긴 힘줄(심줄)이 2개라고 해서 ‘쌍심줄’로 불렸습니다. 또 범인의 입장에서는 저한테 걸리면 죽는다고 ‘에이즈 형사’라고 했지요.

 

형사 생활을 하면서 숱한 살인사건을 목격하셨을 텐데요. 그런 범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특별히 가슴 아팠던 사건이 있나요?

 

사실 책에는 실리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들이 더 많습니다. 동료나 후배 형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사건은 글을 쓰면서도 가슴 속에서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범인들을 교도소로 보내고 나면 늘 가슴이 아프고 세상살이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그걸 잊으려고 소주를 들이킵니다.

 

책 내용 중에 ‘일가족 동반자살’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들어내셨는데요. 동료 형사가 가정사 문제로 두 자녀와 함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을 겪으셨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겠어요.

 

앞으로 언론에서 제발 ‘일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모가 생활고 등의 이유로 자살을 할 때 아이들의 목숨까지 함께 거두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인행위’입니다. 그 아이들은 자신이 죽는지도 모르면서 죽게 되니까요. 아이는 결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아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아이의 목숨을 거두는 것은 명백한 살인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형사님의 딸이 이제 갓 글을 배우기 시작한 네 살 때 형사님의 생일축하 카드에 “‘수사곤동입’ 하셔요!”라고 적었다는 일화를 읽고 가슴 뭉클했습니다.

 

제가 집에 가도 입버릇처럼 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얘기하곤 했어요. 검찰의 하수인에서 벗어나 수사기관으로서의 권한을 갖고 권한 행사만큼 책임지는 당당하고 성숙한 경찰의 모습을 늘 꿈꿉니다. 수사에 대한 모든 권한은 검사가 가지면서 수사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이 책임지는 웃기는 상황이 50년 동안 계속되고 있어요. 영장청구권을 형사소송법이 아닌 헌법에 명기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죠. 헌법을 개정한다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도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 곳곳에서 아내와 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묻어납니다. 형사의 아내, 형사의 딸, 형사의 가족으로 30년 동안 살아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가족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형사는 아빠와 남편으로서는 낙제점 인생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강력사건을 주로 맡다 보면 미행과 잠복근무 등으로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오죽했으면 딸이 어린 시절 제가 집에 들어가면 ‘아빠’를 몰라보고 도망갔겠습니까? 아내에게도 참 미안하죠. 아내는 집에 걸려오는 협박 전화도 많이 받았고 간담을 서늘케 하는 소포도 여러 번 받았어요. 그렇게 제 곁에서 꿋꿋이 버텨온 가족들이 참 고맙습니다. 앞으로 아내와 딸에게 더 잘하는 것만이 제가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 김복준김복준 저 | 이상media
미제로 남긴 살인사건 때문에 자신을 ‘실패한 형사’였다고 말하지만 그처럼 정의롭고 따뜻한, 끝없는 외로움을 홀로 견딘 형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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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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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김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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