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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알려주고 간 사람, 장영희 교수 10주기 추모 낭독회

10주기 기념도서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100쇄 기념 에디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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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교수는 세상을 떠났지만, 특유의 긍정과 위트가 담긴 문장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삶의 용기를 전하고 있다. (2019.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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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장영희를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


장애 그리고 병마와 싸우며 강인한 삶의 자세를 온몸으로 전한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 뛰어난 영문학자이자 모든 제자를 공평하게 사랑한 따뜻한 선생, 수많은 독자에게 용기를 준 에세이스트였던 그녀의 삶을 추모하는 낭독회가 지난 5월 9일 열렸다. 장영희 교수의 모교이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서강대학교 마태오관에서 열린 이번 낭독회에는 장영희 교수의 가족과 지인, 제자 등 그녀를 사랑하는 1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장영희 교수가 남긴 문장들을 낭독하고 생전의 삶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순서로 장영희 교수의 조카 손주 장서윤, 장재호 어린이가 무대에 올라 장 교수가 좋아했던 시 ‘에밀리E 디킨슨’의 ‘만약 내가(If I Can)'를 낭독하며 추모 행사의 시작을 열었다. 장영희 교수와 단단한 우정을 자랑했던 이해인 수녀는 직접 쓴 추모 편지를 읽으며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남겨진 이의 헛헛한 마음을 드러냈다. 장영희 교수의 책에 자주 등장했던 ’어린 조카‘ 김건우 군은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낭독회 무대에 올랐다. 그는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의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를 읽으며 둘째 이모와의 애틋한 시간을 회상했고, 뒤이어 장 교수의 제자 김치헌 신부, 장동준 싱어송라이터 등도 무대에 올라 따뜻했던 스승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낭독회가 마무리될 무렵, 장영희 교수의 오빠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가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회고하자 자리를 메운 수많은 이가 눈물을 훔쳤다. 장영희 교수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이들이 들려준 그녀와의 추억 그리고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

 

 

추모편지를 낭독한 이해인 수녀.JPG

              추모편지를 낭독한 이해인 수녀

 

 

이해인 수녀


살아있을 때도 우리 곁을 떠난 후에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의 마음을 봄바람처럼 가만히 와서 읽어주세요. 그대 또한 우리를 잊지 않았다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대 무덤 위에 들풀이 자라듯 그리움 또한 함께 자라온 10년입니다. (중략) 살아있는 모든 날이 축복이고 생일이라고 살아온 기적은 살아낼 기적이 된다고, 영희님이 하는 말은 항상 다른 이의 말보다 힘이 있습니다. 파도처럼 생기 있는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선뜻 추천해도 후회하지 않을만한 책. 독자들이 입을 모아 삶의 자세를 닮고 싶다고 감동하고 감탄하는 좋은 책. 그래서 그대는 아름다운 문장을 사랑하기도 하였지요. 오늘도 고운말로 우리를 깨우치는 장영희 작품들을 곁에 두는 행복. 살기 힘들다고 푸념과 탄식으로 불평하던 시간들을 감사와 희망으로 바꾸게 해준 그 글과 삶에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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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희 교수의 조카 김건우

 

 

조카 김건우


저는 어릴 때부터 영희 이모를 둘째 이모라고 불렀는데요. 제 눈에 비친 둘째 이모는 착하고 재밌고 장난감을 많이 사주고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모는 제 롤모델이었습니다. 살면서 막막하거나 힘들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이모의 강함이었어요. 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모의 반의 반 만이라도 강해지자고 생각하면서 삶의 역경들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김치연 신부.JPG

                                         김치헌 신부

 

 

김치헌 신부


선생님께서 문학을 공부하셨고, 가르치셨기 때문에 선생님 삶을 문학적 차원에서 되돌아봤는데 희극과 비극의 두 가지 면을 다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제게 있어 선생님은 두 가지 면에서 비극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뛰어난 영웅이셨고,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생님이 가진 지혜, 학문적 역량 등 모든 것을 뛰어넘어 특히 제게 영웅이었던 이유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희극의 주인공이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만우절만 되면 선생님께서 어떤 장난으로 저를 괴롭히실까 싶어 괴로웠습니다(웃음). 한 번은 수도원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아름다운 분홍색 봉투에 ‘이소라’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었는데 첫 줄이 이렇게 시작하더라고요. “야 치연아. 나 장영희다.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수련 받아.” 그 말씀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수도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이렇게 선생님은 제게 비극의 주인공인 동시에, 우리를 정말 기쁘게 해주셨던 분이었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제자 장동준, 정성엽.JPG

              장영희 교수의 제자 장동준, 정성엽

 

 

제자 장동준 


장영희 교수님께는 수많은 특별한 제자가 있을 텐데, 저 또한 교수님의 특별한 제자였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은 특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이 들었는데요. 저는 그렇지 못한 학생이라 교수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웃음). 제가 교수님의 특별한 제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고, 교수님께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특별하게 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장영희 교수님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교수님께서 많이 하셨던 “사랑은 공평하게, 사랑은 공정하게”라는 말입니다. 저는 사랑을 많이 받는 학생이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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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희 교수의 오빠,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영희는 출간을 보지 못하고 떠났지만, 100쇄를 넘은 영희의 마지막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을 병상에서 힘들게 지친 몸으로 교정을 마무리하고 얼마 후 유언 같은 말과 글을 남겼습니다. 하나는 영희가 어머니께 쓴 마지막 편지입니다.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 기다릴게.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도 속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의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오래오래 보고 더 기다리고 나중에 다시 만나.” 영희가 떠나기 엿새 전, 아주 짤막한 말을 남겼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또 다른 글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쓴 이메일이었습니다. 영희는 제자들에게 너희들이 내 운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글을 보냈습니다. 어떤 작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고 괴로울 때 암송할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무척이나 지치고 눈가의 주름이 유난히 깊어졌을 때 비타민처럼 섭취할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모든 고민과 고통이 사그라지는 치유의 안전지대의 울타리가 될 것을.’ 저희 가족들은 영희가 남긴 글이 이런 문장이 돼서 모든 이에게 보람된 삶과 꺼지지 않는 희망을 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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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대신해 우리 곁에 남은 문장들


장영희 교수의 10주기를 맞아 기념도서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와 100쇄 돌파를 기념해 제작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의 특별판이 출간됐다. 1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장애에 대한 숱한 편견에 맞서면서도 학업의 뜻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수많은 책을 펴내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10주기 기념도서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에는 독자들이 특히 좋아했던 그녀의 문장들이 담겨 있다.


지난 2009년 출간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은 장영희 교수가 암 투병 당시 어렵게 집필을 마친 유작이다. 2001년 발병했다가 완치된 유방암이 전이돼 병상에서 원고를 작성하면서도 장 교수는 결코 희망을 놓지 않고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기적이라 표했다. 입원해 병마와 싸우는 동안 책의 마지막 교정을 마무리한 장 교수는 2009년 5월 9일, 세상을 떠나 안타깝게도 책이 나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된 100쇄 기념 에디션은 산뜻하고 따뜻한 분위기 표지의 양장본으로 재출간 됐다. 비록 장영희 교수는 세상을 떠났지만, 특유의 긍정과 위트가 담긴 문장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삶의 용기를 전하고 있다.

 

불가에서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들판에 콩알을 넓게 깔아 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중 콩 한 알에 꽂히는 확률이라고 합니다.
그토록 귀한 생명 받아 태어나서,
나는 이렇게 헛되이 살다 갈 것인가.

누군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네 가슴속 숨은 상처 보듬을 수 있다면’,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저/정일 그림 | 샘터
견디기 힘든 아픔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바꿀 줄 아는 삶의 자세에서 독자들은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된다. 살아온 기적은 살아갈 기적이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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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성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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