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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의 주성치, 첫 소설집 펴낸 김홍 작가 인터뷰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김홍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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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시작하게 되는 경로가 몇 가지 있는 것 같아요. 제목, 인물의 이름, 특정한 장면 같은 것들요. 시작은 그렇게 하고, 채워나가면서는 생활에서 겪는 일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1.04.26)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는 2017년 등단한 작가 김홍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이 지닌 재기발랄한 서사와 유머코드는 주성치 영화와 닮았고, 주제의식은 스페인 문학의 걸작 『돈키호테』에 빗대어진다. 독보적인 반열에 오른 대가들을 호명하는 소설집이라니. 김홍 소설은 대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가.



2017년 데뷔 이후 출간된 첫 소설집입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요즘 기분은 어떠신가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무척 궁금해요.

표지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책 만드는 내내 편집자님과 긴밀히 소통하며 작업했는데, 책이 나오니 드디어 뭔가 끝냈다! 하는 느낌이 들어요. 감사한 분들이 많은데 책을 보내며 안부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의 해설을 써주신 권희철 평론가는 이 소설집을 『돈키호테』에 빗대어 호평하였습니다.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주인공들, 발화에서 풍기는 후련함과 쾌감 때문에 저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소설 속의 여러 코믹한 혁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글로서 유머를 돋보이게 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렸을 때는 굉장히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했어요. 지금보다는 훨씬 재밌는 인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격이 조금 변했어요. 메모장을 뒤져보니 몇 년 전에 MBTI 검사를 했을 때 ENFJ가 나왔더라고요. 요즘은 검사할 때마다 바뀌긴 하는데 첫 글자는 항상 I로 나와요. (MBTI 신봉자는 아니고 이름점의 과학을 믿습니다. 「이인제의 나라」를 참고해주세요.) 현실에서 덜 재밌어지다보니 글쓸 때라도 혼자 웃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가끔은 소설 쓰다가 혼자 킥킥대기도 하는데 돌아보니 굉장히 부끄럽네요.

「곳에 따라 소나기」에는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여름, 밖으로만 나가면 날이 개는 바람에 비를 맞지 못하는 불운의 주인공이 나와요. 한 달 내내 비가 내렸던 작년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소설을 집필할 때 주로 언제,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졌어요.

소설을 시작하게 되는 경로가 몇 가지 있는 것 같아요. 제목, 인물의 이름, 특정한 장면 같은 것들요. 시작은 그렇게 하고, 채워나가면서는 생활에서 겪는 일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곳에 따라 소나기」는 말씀하신 대로 비가 엄청 왔던 작년 여름에 제목부터 떠올린 소설이 맞아요. 등장하는 우산은 실제로 저의 최애 우산이고요. 요즘은 친구와 맞고를 자주 치는데 꽤 잃고 있어요. 반드시 복수할 생각이고요, 지금 쓰는 소설에도 고스톱 치는 장면이 들어갈 것 같아요.

이번 소설집에는 동업하려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정기, 트럼펫 연주자로 남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 동네 아저씨를 위해 자발적 디아스포라가 된 해수 등 ‘실패에 한없이 가깝지만’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내던지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표제작인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의 크리스 해밀턴 씨가 생각나요. 말씀하신 동네 아저씨요. 어떤 이야기에서든 누군가 갑자기 죽어버리면 주책맞게 울컥하는 습관이 있는데, 제가 써놓고도 크리스 아저씨가 죽는 장면은 읽을 때마다 슬프더라고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무렇게나 죽어버리는 게 쓸쓸하고 안타까워요. 이름부터가 크리스 해밀턴인데 그런 사람이 경기도 포천에서 일궈나갔을 삶은 또 얼마나 고단했을까 싶고요. 그러고 보니 소설집 전체에서 누군가 죽는 장면이 등장하는 소설은 이 작품뿐이네요. (참고로 정기에게 있어서 현수의 배신은 확정적이지 않아요. 정기는 현수와 함께 언제까지고 현수를 기다릴 것 같아요.)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띠지 문구에 ‘문학계의 주성치’라는 수식어가 있어요. 루저의 미학이 담겨 있는 주성치 영화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얼핏 보이기도 해요. 혹시 주성치 영화 좋아하시나요? 하나 추천을 해주신다면요?

한동안 주성치 영화를 몰아 보던 시기가 있었어요. 두 번 본 작품은 없지만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는 과분한 수식어 같아서 사실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주성치의 웃음은 뻔뻔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제가 항상 추구하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보같이 포기하지 않는 면은 뭐랄까, ‘속류 휴머니즘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점이 우울한 현실과 대비돼서 여운을 남기는 것 같고요. 최근의 주성치에게는 미안하지만 주성치의 옛날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를 읽을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이렇게 여러분을 찾아가게 됐습니다.(한마디 부탁하셔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새 장편을 쓰고 있고, 단편도 틈틈이 구상하고 있어요. 취미랄게 별로 없어서 쓰거나 자거나 하는 게 일상의 전부예요. 아, 위에서 말했지만 요즘은 고스톱을 자주 치게 되네요. 정말 크게 이겨서 딴 돈의 반만 가져가보고 싶어요. 참고로 저는 데뷔 이후 마감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답니다. 이 점 참고하셔서 많은 청탁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지면에서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홍

작가.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등이 있다.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김홍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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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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